“서울시, 퇴출 공무원 선정기준부터 인권침해”

인권위, 서울시장과 행안부 장관에게 재발방지 권고

퇴출 공무원 기준 “추상적이고 주관적”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오늘(2일) 서울시가 공무원 퇴출제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현장시정추진단’의 프로그램이 “해당 공무원의 인격과 명예,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이에 인권위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지자체의 인사업무 수행에 있어 유사한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가 지적한 현장시정추진단의 ‘인권침해’ 사례는 구성 기준부터다. 인권위의 조사 결과 서울시는 현장시정추진단 구성 기준을 △무사안일 근무태만자 △조직 내 화합을 해치는 자 △품위 및 이미지를 훼손한 자 △봉사 마인드가 부족한 자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서울시가 정한 기준은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작년 3월 “근무태도가 나쁘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을 퇴출하겠다며 ‘현장시정추진단’ 구성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실, 국별로 직원 내 3%를 ‘퇴출후보’로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이렇게 추출된 1천 397명의 서울시청 직원에 대해 서울시는 실, 국, 사업소장에게 ‘함께 근무하고 싶은 직원’을 지목하도록 했으며 여기에 지목되지 못한 129명이 퇴출 우선 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인기투표와 심지어 심지 뽑기 등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무원 노동자들은 “객관적 자료도 없이 진행되는 퇴출제는 공무원들의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다”라고 비판해 왔다.

“현장시정추진단 재교육 프로그램, 인격적 모멸감 줘”

  이에 공무원 노동자들은 “객관적 자료도 없이 진행되는 퇴출제는 공무원들의 줄서기를 강요하고 있다”라고 비판해 왔다./참세상 자료사진

이렇게 구성된 현장시정추진단의 재교육 훈련은 장기간의 풀 뽑기 및 쓰레기 처리 등 대부분 현장 노동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서울시는 구성원들의 불성실하고 무사안일 한 근무태도를 개선하기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라 주장했다”라고 밝히고, 그러나 “사실상 징벌적 수단으로 운용되어 대상 공무원들로 하여금 인격적 모멸감을 갖게 해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교육훈련의 요건을 구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지적은 서울시 자체평가에서도 나왔다. 서울시가 올 해 2차 현장시정추진단을 선정하며 만든 ‘2007-2008 교육프로그램 비교’에서는 2007년 프로그램의 문제점으로 △풀 뽑기 등 현장업무 중심의 징벌적 퇴출프로그램 △비전문적, 단순 기록수준의 인력관리 △획일적 집합교육 중심으로 직무 역량 제고 효과 미흡 △심리적 위축을 주는 막노동 중심의 육체적 노동을 통한 강요된 변화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풀 뽑기에서 국토종단 도보순례가 보완?

이에 인권위는 “서울시가 2007년 현장시정지원단의 경우, 2007년도와 달리 선정방식 및 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이 상당 부분 보완된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지만 올 해 8월 현장시정지원단으로 지목되어 재교육을 받던 한 공무원 안 모 씨 사망사건이 발생한 바 있어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2008년 현장시정지원단을 추진하며 “작년에 진행된 시민공원 환경정비(풀 뽑기 등) 활동을 ‘산업체 근로체험’ 및 ‘농촌 일손돕기’ 등 민간분야 현장체험 활동으로 재편하고, ‘호국현장체험 국토종단 도보순례’를 새롭게 도입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사망한 안 모 씨는 신장암 수술 경력에도 ‘호국현장체험 국토종단 도보순례’에 참여하는 등 재교육 프로그램을 받다 몸이 좋지 않아 연가를 내고 쉬던 중 자택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이에 동료들은 “현장시정지원단 교육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죽었을 것”이라며 “결국은 사람을 잡고 말았다”라고 비통해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