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을 살리고 싶어 한다. 많은 이가 살리고 싶어 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일까.
‘정치인 노무현’은 언론과의 관계에서 이단아를 자처했다. <경향신문> 5.24
독재정치와 산업화가 몰아치던 질풍노도의 시기에 그는 ‘비주류’였다. <세계일보> 5.24
그의 오뚝이 정치는 2002년 대선에서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중앙일보> 5.24
‘척’하는 건 죽어도 못하는 게 그의 천성이었다. <프레시안> 5.25
(이발사)정주영 씨가 기억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은 따뜻하고 한결같은 사람이었다. <국민일보> 5. 26
탈권위적인 그의 성품은 인터넷과 잘 맞았고, 이른바 ‘노풍’도 인터넷이 있어 가능했다. <문화방송> 5.27
소탈하고 서민적인 대통령, ‘사람 냄새’가 나는 대통령이었다. <한겨레> 5.28
미국에서 시즌 7까지 나오면서 인기리에 방영된 WestWing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대통령과 그의 보좌진들이 백악관의 서쪽 날개에서 국가 정책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는 드라마다.
2000년 2월 8일 방영분은 사형제를 둘러싼 대통령의 결정을 두고 전개된다. 마약을 하고 사람을 2명이나 죽여 사형 선고를 받은 범죄자의 사형집행 전 이틀을 다룬다. 많은 보좌관들이 대통령에게 사형집행 연기를 요청하지만 대통령은 많은 국민들이 사형을 찬성하고 있고 사법부도 사형집행의 의지가 강하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한다.
사형집행을 10분 앞둔 시각,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어렸을 때 다녔던 교회의 신부를 만난다. 그리고 말한다. “전 방법을 찾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신부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은 하나님 뿐”이라고 말하자 대통령은 “압니다. 그게 답입니다”고 답한다.
신부가 다시 물었다. “기도 했나” 대통령은 “했습니다. 하지만 응답은 없었습니다”고 말한다. 대통령의 얼굴에는 자신의 손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한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에 대한 고뇌가 가득하다.
신부가 말한다.
“강가에 살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라디오에서 강물이 불어 마을이 침수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다른 주민들은 모두 떠났으나 남자는 하나님은 그를 사랑하시니까 구해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그는 보트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듣지 않았으며, 헬기에서 내려주는 사다리도 잡지 않았다. 천국의 문에서 만난 하나님은 말했다. 내가 너에게 방송을 하고, 헬기와 보트도 보냈는데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느냐”
드라마는 신부 앞에서 대통령이 괴로워하며 무릎을 꿇고 고해성사를 하는 것으로 끝난다.
내가 생각한 결론이 아니다. 대통령은 당장 보좌진들을 불러 사형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 대통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 사람을 죽인 자신을 반성하고 국민 앞에서 머리 숙여 사과해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는 한미FTA가 가져올 폐해를 경찰에 맞아가며 죽음으로 말했던 전용철 열사, 몸에 불을 붙인 허세욱 열사, 이라크에서 군대를 철수시키라며 마지막까지 대통령의 이름을 불렀던 김선일 씨가 있었다. 건설노동자들도 노동자라고 외쳤던 하중근 열사가 있었으며, 비정규법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죽이는 법이라고 외쳤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었다.
지금 만나고 싶은 것은 소탈했던, 고민했던, 착했던, 바보 같았던 한 인간이 아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대통령,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로워야 한다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지키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너무 많은 사람에게 신세를 졌다”고 눈물을 흘리는 대통령이 아니라, ‘좌파신자유주의자’라는 말로 자신을 정당화하기에 급급했던 대통령이 아니라 “날고 싶어도 날 수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행복하고 서로 기대며 부대끼며 살아가길 빈다”는 유서를 남긴 한 노동자의 죽음을 외면하지 않는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
우리는 어떤 노무현을 살리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