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노조법 개정안 3자 합의 이후 한국노총 내부에 극심한 반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이 임시대의원 대회 소집 요구를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장석춘 위원장은 22일 오전 ‘한국노총 조합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최근 일부조직들은 지도부 퇴진과 비대위 구성, 그리고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요청하고 있다"며 "국회논의가 채 1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지도부가 퇴진하고, 3자 합의를 무효화하여 법안을 표류시킨다면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장 위원장은 이어 "전임자임금지급이 전면 금지되더라도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하여 3자합의를 무효화하자는 것은 현장 전임자들의 처지를 완전히 외면하는 것"이라며 "더 큰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한 이러한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오늘 금속노련 경남지부 한국노총 항의방문, 일부 연맹 임시대대 요구 성명도
장석춘 위원장의 이번 글은 22일 산하 조합원들의 조직적인 항의방문 계획이 잡힌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일단 정면 돌파를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노총은 4일 합의안이 나오자 산하 많은 산별조직, 지역본부, 단위노조 등에서 지도부 사퇴와 합의 파기를 요구하는 성명서가 나왔다. 또 공공연맹 등 5개 산별조직이 공동으로 임시대의원대회 소집 촉구 성명서를 낼 계획이 알려졌고, 22일 오후 2시엔 금속노련 경남지부에서 100여 명이 한국노총을 항의방문을 할 계획이다. 항의방문 계획이 알려지자 한국노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경남지부와 함께 하겠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장 위원장은 조합원에 드리는 글에서 전국의 조합원에게 자신에 대한 평가와 문책, 전임자·복수노조 문제 해결을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했다. 하나는 평가와 책임은 2010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정기대의원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있고, 전임자 문제를 마무리 짓지 못한 상황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소집하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만 있을 뿐"이라며 "개정 노동법안 통과와 시행령 개정 과정을 책임지고 마무리 하겠다. 당면 현안을 해결한 다음 조직에게 당당하게 평가받고 책임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제안은 법안과 시행령 개정과정에 힘을 보태 달라는 것이다. 장석춘 위원장은 "법안과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전임자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면서 "이번에 도입된 타임오프제는 법령으로 조합규모별 근로면제총량을 정하면, 이 범위 내에서 단위사업장 노사가 협의하여 사업장별 타임오프(유급근로면제) 한도를 결정하고, 그 한도 내에서 노동조합이 재량껏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규모별 구간과 한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노총의 전임자 실태를 반영해 조직의 피해가 최소화 되도록 노력 할 테니 그때까지 참고 힘을 실어달라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노동조합 존립의 관건인 전임자, 복수노조 문제를 먼저 해결하고, 그 다음에 과정상의 오류와 과오를 물어도 늦지 않다는 것이 저의 간절한 호소"라며 "조합원 동지들의 현명한 판단과 협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위원장님 아닌 누가 해도 더 나빠지지 않을 것“
그러나 장석춘 위원장의 호소 글에도 한국노총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오히려 이 글을 비난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고 있다. 한 익명의 작성자는 "당신에게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다면 노동조합 간부들이 피해입지 않도록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는 일까지는 책임지고 수행하겠다는 말을 어떻게 뻔뻔하게 할 수가 있느냐"며 "얼마나 이 땅의 노동자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할 셈이냐?"고 반문했다. '아직도'라는 이름의 작성자는 "12월 4일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를 사업 및 사업장 단위로 합의하신 분이 어떻게 교섭권의 자율을 주장하실 수 있느냐"면서 "12월 4일 합의가 죽을힘을 다한 결과라면 더 이상 무었을 하실 수 있습니까? 지금의 교섭은 위원장님이 아닌 다른 어떤 분이 해도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작성자 '인천 권오화'는 "다시는 단위사업장으로 이런 글을 보내지 마라"며 "읽어봐도 역시 구차한 별명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권씨는 "지도부에게만 13년 묵은 문제를 해결하라고 했으면 전국노동자대회와 총파업찬반투표는 진행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가장 기본인 현장조합원을 무시했다는 것은 위원장으로서 이미 수명은 다한 것이다. 합의든 뭐든 언급하지 않겠다. 구차하게 구걸하지 마라. 나도 여의도로 간다"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