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료 민영화로 여겨지는 의료법 개정안을 확정해 국회통과를 앞둔 시점에서, 한나라당이 국민들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의료보험 개정안을 발의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손숙미 의원의 대표발의로 지난 2일 건강보험 가입자단체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에 전문가 공익위원 4인 증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재정운영위원회 권한을 ‘자문역할’로 축소하고 보험료 결손처분에 관한 심의 의결로 제한 ▲별도의 요양급여비용 계약분쟁조정 위원회 신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손 의원은 입법취지를 “수가결정 구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현행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 공익대표 중 전문가를 증원함으로써 수가결정시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고, 재정운영위원회의 권한을 수가계약시 자문역할로 축소했으며, 수가계약 결렬시 조정기구(요양급여비용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해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건강보험 개정안 발의에 대해 건강연대, 경실련, 농민연합, 소비자시민모임, 민주노총 등으로 구성된 가입자 단체들은 8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국민’들은 잠자코 건강보험료를 내라는 대로만 내라는 것이냐”며 개정안의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가입자 단체들은 “개정안은 본질적으로 국민건강보험의 주인인 ‘국민’을 주요한 정책결정 과정에서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가입자 대표와 공급자 대표인 의료계, 정부 및 공익대표가 논의하며 결정해 오던 ‘사회적 합의 구조’를 전면 부정하는 파괴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개정안이 의료보험 수가를 정부마음대로 결정하겠다는 의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입자 단체들은 "현재 건정심 위원의 구성이 가입자대표 8명, 의료공급자대표 8명, 정부 및 공익대표 8명에 위원장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차관을 포함하여 25명으로 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공익대표 4명을 추가하여 가입자대표 8, 공급자대표 8, 정부 및 공익대표 12로 하자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결국 “개정안은 건강보험료에 영향을 미치는 ‘건강보험 수가’ 결정 과정에 가입자 대표의 의견은 참고만 하고, 의료계와 공단이 알아서 결정토록 했다”며 “이는 국민들에게는 ‘알아서 결정할테니 보험료만 잘 내면 된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천안함 사태로 국민적 관심사가 쏠려 있는 가운데 4월 국회가 열리면서 국민들의 눈을 피해 민감한 사안을 처리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과 한나라당의 건강보험법 개정안 발의로 인해 가뜩이나 의료보험 민영화에 예민한 국민들 사이에서 벌써부터 파문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