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전교조에서 또 파행

성평등 특위원들 사퇴...“전교조, 민주노총과 다르게 평가 하려는 의도”

2008년 12월 6일 일어난 민주노총 전 간부 김 모 성폭력 사건 해결과정이 피해자가 속한 전교조에서 다시 갈등을 빚고 있다. 이 사건을 전교조 내에서 평가하고 해결하기 위한 ‘전교조 성인지적 조직문화 건설을 위한 특별위원회(전교조 성평등 특위)’ 이향원, 황미선, 조진희, 이황현아 위원 4명이 전격 지난 20일 사퇴했다. 이들은 피해지 지지모임 쪽 위원들로 전교조 집행부가 사건 평가와 해결 과정에 전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또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도 성평등 특위 논의과정에서 현 전교조 집행부의 해결의지 없는 태도에 극심한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성평등 특위는 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이후 전교조 전 임원과 간부였던 정 모, 손 모, 박 모 씨 등의 조직보위 문제를 둘러싼 2차 가해 사건을 평가하고 성인지적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난 3월 25일 중앙집행위 산하에 설치됐다. 성평등 특위는 이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전교조가 해 온 사업을 평가하고 조직 진단을 통해 성평등한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를 고민해 왔다.

이번 특위 위원들의 사퇴는 전교조 지도부가 지난 10월 5일 사건 발생 22개월만에 민주노총이 50차 대의원 대회에서 공식 채택한 성폭력 사건의 평가보고서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사퇴한 이향원 전 전교조 성평등 특위 위원은 “김현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10월 15일 전교조 중집에 또 다시 민주노총 비공개자료 요청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며 “전교조 지도부가 비공개 자료를 요구하는 이유는 민주노총이 공식채택한 평가보고서 내용이나 피해자의 의사에도 반하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을 찾아 평가에 담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퇴한 특위 위원들도 20일 성명서를 통해 “민주노총 성폭력 진상조사 특위 보고서에 반하여 ‘조직보위를 위한 조직적 은폐 조장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전교조 성폭력징계재심위의 결정도 모자라, 또 다시 무슨 의도로 누구에게 유리한 평가를 하려고 비공개자료를 달라고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민주노총 김모 성폭력 사건은 지난 2008년 12월 5일 발생한 사건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0월 5일 서울 성북 구민회관에서 50차 대의원 대회를 열고 평가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로서 민주노총이 22개월간 고통으로 살던 피해자가 치유와 복귀로 가는 한 걸음을 이제야 내딛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그러나 전교조 상급조직인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 결정 사항을 받아들이는 것도 전교조에선 다시 난항을 겪은 것이다.

김모 성폭력 사건은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위기로 뒤흔들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지만 민주노총에서 사건의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데도 합의가 쉽지 않았다. 전교조가 2차 가해 등으로 제명 징계를 받은 징계 대상자 3인을 재심의 하면서 민주노총 2차 성폭력 진상조사 특위 보고서와 권고사항을 부정했기 때문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조직적 은폐 조장이 있었느냐와 2차 가해자로 징계 대상자를 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모두 전교조가 제기한 논란으로 두 쟁점은 최종 평가보고서 작성 바로 직전까지도 큰 논란이 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50차 대의원대회에서 평가보고서 채택을 통해 이런 전교조가 제기한 논란들을 명확히 잠재웠다. 그러나 이런 논란이 위원들의 사퇴로 전교조에선 여전히 진행형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출처: 자료사진]

“비공개 자료 요구는 민주노총 평가보고서와 다른 사실로 평가하려는 의도”

사퇴 위원들은 “전교조 현 정진후-김현주 집행부는 특위의 사업을 수행할 의지와 자질 그리고 능력이 없기에 우리는 사퇴한다”며 사퇴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사퇴 위원 4인은 “전교조를 대표하여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평가팀의 위원으로 참여한 김현주 수석부위원장은 평가팀 내부에서만 공유하기로 한 민주노총 진상규명특위 비공개자료를 지난 7월 3일 성평등특위 주최 공개토론회에서 발설하여 자료 열람시의 약속을 파기하였으며, 더구나 사건의 진상과 피해자의 입장과는 다른 관점의 사실들을 유포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또 “피해자 대리인은 이러한 김현주 수부의 행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으나 김현주 수부는 끝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지난 10월 15일 전교조 중집에 또 다시 민주노총 비공개자료 요청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민주노총 비공개자료를 두고 김현주 수석부위원장이 자료 요청을 하는 이유를 두고 사퇴 특위위원들은 또 다른 진상조사 행위라고 규정했다. 사퇴 특위위원들은 “이는 엄연히 전교조 집행부가 민주노총 진상규명 특위 보고서와 사건 평가 보고서 내용과는 다른 사실들을 전교조 평가의 내용으로 삽입하려는 반조직적인 행위”라며 “비공개자료의 요청과 평가 내용 삽입은 또 다른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 행위’이며, 이는 피해자와의 약속을 다시 한 번 파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퇴 위원들은 또 전교조 특위가 각종 사건 관련 자료를 두고 비공개 또는 진술자 보호라면서 열람조차 시켜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 자료들은 사건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핵심적으로 필요한 전교조 1차 징계위원회자료와 2차 징계재심위원회 회의록, 전교조 3인의 2차 가해자들의 징계위 소명서와 재심청구서 등이다. 사퇴 위원들은 “이 자료 공개에 대한 전교조의 대답은 회의록 비공개가 원칙이라 못 보여주고, 소명서와 청구서는 작성한 2차 가해자들의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열람이 불가하다는 것 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교조 ‘성폭력예방및처벌규정’ 규정 11조에 의하면 사건 피해 당사자는 ‘사건처리과정 일체를 알고 있을 권리’가 있음에도, 이제까지 전교조 집행부는 피해자에게 각종 회의록이나 2차 가해자들의 주장이 담긴 자료를 단 한 가지도 보여 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로 인해 전교조 2차 가해자들이 왜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재심이 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 결정을 하고 말았는지에 대한 사후 평가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사건 해결과정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지 못하는 전교조의 성인지적 과제와 대안 마련은 현실의 문제를 비껴가는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

사퇴 위원들은 “민주노총에서 주최한 각종 회의와 토론회에서 전교조 집행부는 ‘조직적 은폐 조장행위’와 ‘조직보위에 근거한 2차 가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사건 평가의 핵심은 전교조 성폭력징계재심위가 왜 진상규명 특위 보고서의 핵심적인 내용에 반하여 2차 가해자들의 편에서 결정했는가의 문제를 되짚어 보는 것이다. 전교조 2차 가해 사건의 처리와 해결 과정에 대한 평가와 과제 도출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23일 중앙위원회에서 이향원 위원의 "평가팀 회의에서 비공개 처리하기로 한 문서를 전교조가 요청하면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비공개 문건 열람은 다시는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