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개혁’, 노동자·민중의 선택
정당명부식 ‘전국’ 비례대표제가 대안
‘권역별’로 배정하면 9%얻어야 한 석…진보정당 지지표 대부분 사표 우려
김웅(민주노동당 정책기획부장)
“2004년 모월 모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 1백60명 전원 찬성으로 주35시간 노동제를 규정한 노동시간단축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습니다. 이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민주노총 조합원을 선두로 전국의 노동자가 광화문 네거리를 가득 메우고 축하 집회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겨우 15명의 의원으로 원내 진출의 물꼬를 튼 지 4년만의 사건입니다”. 꿈같은 이야기 같지만 각 언론에서 발표한 것처럼 20%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감안할 때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바로 이러한 미래를 실현하기 위해 민주노총은 97년 3월 대의원대회에서 민주적 개혁을 실현하고 노동자의 이익과 요구를 철저히 대변하는 정당을 건설하여 2000년 국회 원내 진출을 목표로 하는 정치세력화 사업을 전개하기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이 결정을 토대로 민주노동당의 창당은 순조로운 궤도에 올라있고 앞으로 원내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일만이 남아 있다.
그러나 지지율 20%를 상회하는 여론조사의 결과에도 불구하고 원내 진출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선거철만 되면 망국적 지역투표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사표심리까지 곁들여져 진보세력이 참담한 패배를 거듭해왔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 사람을 뽑아주자”, “될 사람을 밀어주자”가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뒤로 미루게 하였고, 또한 기존 보수정치권이 이것을 부추겨온 결과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다수대표제 선거제도는 바로 이러한 지역주의 투표행태와 결합하여 노동자계급의 표를 무더기로 사표로 만들어 왔다. 영남당이나 호남당도 마찬가지이지만, 충청당의 경우에 그 지지율은 민주노동당에도 못 미침에도 불구하고 표가 한 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덕택에 원내교섭단체까지 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노동자계급의 표는 전국적으로 고루 퍼져 있어 자신의 대표를 국회에 보낼 권리를 채 펴보지도 못하고 무참히 짓밟혀 왔다.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완전한 비례대표제의 실시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원내에 진출시켜 지역주의에 의존하고 있는 소위 텃밭정치인과 지역정당에 대결케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이 노동자와 민중의 이해를 충실하게 대변하는 활동을 왕성하게 펼치게 되면 민중도 눈을 뜨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노동당과 기존 보수정당의 차이는 너무나 뚜렷하여 도저히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점을 우리 노동자들보다 보수정당들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고, 국민회의도 권역별 집계를 통해 민주노동당을 견제하고 있다. 한 예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일본의 경우 사회당 득표 중 70%, 공산당 득표 중 90%가 사표가 되었다. 머리가 좀 아프더라도 잠시 산수계산을 해보자. 예를 들어 현재 국민회의안대로 총90명을 8개 권역으로 나누어 뽑게 되면 한 권역에 평균 11명의 비례대표국회의원이 할당된다. 이 경우 한 석을 얻으려면 약9%의 득표를 해야 된다. 7∼8%의 득표로도 한 석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즉 민주노동당이 권역마다 약9%의 득표를 하지 못하면 민주노동당을 선택한 유권자의 표 1백%가 사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뽑게 되면 5%의 득표면 90명의 5%인 4.5명의 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 한편 민주노동당 안에 따라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게 되면 5%의 득표면 3백명의 5%인 15명의 의원을 배출할 수 있다. 기존 보수정당들은 바로 이러한 결과를 누구보다도 가장 잘 알기에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일찍이 역사상 선거제도를 둘러싼 여러 계급들의 투쟁은 끊이질 않고 이어져왔다. 그것은 앞에서 본 것처럼 선거제도에 따라 정치세력들간의 정치 권력의 크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여야가 선거제도를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개정하기 위해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것도, 19세기 중반 영국의 노동자들이 선거권을 획득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투쟁하였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주노동당이 고운 말로 완전한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라고 백날 속삭인들 들어줄 그들이 아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들을 압박해갈 때만 양보를 받아낼 수 있다. 노동자는 투쟁 없이는 아무리 작은 것도 쟁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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