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78명이지만, 곧 잘못된 정부의 조처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불어날
겁니 다.” 새 주민증 발급에 필수적인 지문날인을 거부한 사람들의 모임인
`78+(플러스)’ 회원들의 한결같은 믿음이다.
78+는 지난 30일 첫 모임을 열었다.
정부의 독선적인 주민등록 정책에 맞서 끝까지 반인권적인 지문날인을
거부하겠다며 모인 사람이 모두 78명이었다.
지문날인 거부의 대의에 공감하고 동참하는 시민들은 갈수록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믿음으로 이들은 모임의 이름도 `78+’로 지었다.
실제 모임 결성 뒤 참가자들은 계속 늘어, 2일 현재 이미 100명을 넘어선
상태다.
참가자들은 대학생에서 회사원, 신부와 교수,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다채롭다.
학계의 강래희(중앙대), 서관모(충북대) 교수와 법조계의 김희중 변호사,
최병모 전 옷로비 특별검사 등도 들어있다.
학교 동료 30여명과 함께 78+에 가입한 오석영(22·여·서울대
전기공학부4)씨의 경우 지문날인이 날로 심화되는 정부의 개인정보 독점과 시민
통제로 가는 첫걸음이라는 점을 참여 이유로 들었다.
김진성(서울대 경영3)씨는 “정보통제 못지 않게 인권침해의 측면이
크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옛날식 주민등록증을 만들 때 동사무소 직원이 열
손가락을 하나 하나 누를 때 기분이 너무 나빴습니다.
그때는 잘 몰라서 싫으면서도 무작정 따랐지만 그 행위야말로 개인의
자유의사를 무시하는 `작은 파시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학생증을 빼면
신분증이라곤 여권도, 자동차면허증도 없는 김씨가 “너무 불편할테니 그냥 같이
지문 찍으러 가자”는 부모의 권유도 뿌리친 채, 굳이 `무적자’의 처지를 당분간
감수하기로 한 이유다.
그러나 당장 이들이 감내해야 할 현실적 어려움은 한 둘이 아니다.
재정경제부는 각 금융기관에 지침을 내려 6월1일부터 새 주민증이 없이는
실명확인이 필요한 금융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당장 다가올 보궐선거의 투표권 행사도 불가능하다.
78+의 지킴이인 홍석만 사회진보연대 간사는 “선진국치고 범죄자 아닌 전
국민을 상대로 지문을 찍고 주민증을 내주는 나라는 한 곳도 없으며, 외국인
거주자에 한해 지문을 찍게 하던 일본도 지난 98년 이 제도를 아예 폐지했다”며
“인권을 지향한다면서도 전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군사독재 시대의
유물인 지문날인을 거부했다고 국민이라면 누구나 받아야 될 공공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현 정권의 반인권적 처사에 맞서 앞으로 소송 등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02)778-4001.손원제 기자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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