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의 세계를 민중의 관점으로 골라 매일 저녁 전합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 쿠팡 물류센터에서 27살 장덕준 씨가 숨진 지 6년이 되는 오늘, 유가족은 사과도 재발 방지책도 받지 못한 채 쿠팡 본사 앞에 다시 섰다. 그 6년 동안 쿠팡이 국가에 보여 준 태도를 첫 번째 심층 분석이 따진다.
- 코스피가 하루 5.5% 빠져 6,035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4조 5천억 원을 팔고 개인이 2조 2천억 원을 받아 낸 날, 손실은 누구에게 남는가를 두 번째 심층 분석이 묻는다.
- 가습기살균제 국가 배상 신청이 시작된 지 엿새째, 피해자 단체는 포항에서 숨진 동료의 휠체어를 놓고 물었다. 추산 피해자 95만 명 중 신고자가 8,098명인데 왜 신청 기한이 6개월인가.
- 노조법 개정 7개월, 기후부·노동부 산하 공공기관 7곳은 전부 로펌과 노무법인에 하청교섭 대응 자문을 샀다. 한 기관은 “교섭을 거부하거나 회피할 방법”을 물었고 답은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것이었다. 같은 날 노동부는 현대차에 이수기업 해고자 29명 직접고용을 지시했다.
- AI의 ‘자유’를 위해 사이버 공격 피해쯤은 감수하라는 샘 올트먼에게 샌더스가 답했다. 미국인 74%가 빅테크 과두 세력을 믿지 않는다. 온라인 광장의 논쟁에서 이어진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사과도 재발 방지도 없는 6년, 그사이 쿠팡에서 36명이 숨졌다
「쿠팡 장덕준 씨 사망 6주기…“사과도 재발 방지도 없었다”」 참세상 · 10/13 함께 볼 기사 「조사 거부 쿠팡, 국회가 플랫폼 독과점법 제정해야」 참여연대 논평 · 10/13 함께 볼 기사 「“4년째 이유 없이 수수료 삭감” 춘천 쿠팡 택배노동자 파업 예고」 매일노동뉴스 · 10/13 함께 볼 기사 「쿠팡, ‘공정위 현장조사 집행정지’ 기각에 재항고」 머니투데이방송 · 09/29 함께 볼 기사 「쿠팡이 현장조사 막았는데…공정위 제재는 과태료뿐」 노컷뉴스 · 09/01
6년 뒤의 추모 자리에 무엇이 놓였나
2020년 10월 12일 새벽, 쿠팡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밤새 상자를 나르던 27살 장덕준 씨가 숨졌다. 과로사였다. 13일 오후 6시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과 쿠팡 산재피해 가족모임, 안전한 쿠팡 만들기 공동행동이 6주기 추모 결의대회를 연다. 유족 박미숙·장광 씨가 발언하고, 14일에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도 추모제가 이어진다. 참세상이 전한 노동계 집계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쿠팡에서 숨진 노동자는 36명이다. 올해도 2명이 죽고 1명이 끼임 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유족이 6년째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다. 둘 다 6년째 오지 않았다.
그 6년 동안 쿠팡은 국가에 어떻게 답했나
산재 은폐 의혹은 규명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김범석 의장의 CCTV 영상 편집 지시와 회사의 ‘위기관리 대응지침’ 등 조직적 은폐 정황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노동부는 1월 16일 근로감독, 3월 16일 산재 은폐 기획감독에 들어갔지만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른 국가기관 앞에서 쿠팡이 보인 태도가 그 결과를 짐작하게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월 19일부터 24일까지 네 차례 본사 현장조사를 시도했다. 할인 쿠폰 비용을 납품업체에 떠넘겼는지 보려는 조사였다. 쿠팡은 7일 전 서면 통지가 없었다며 출입을 막았고, 조사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과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서울고법은 9월 23일 쿠팡의 불이익보다 공공복리가 크다며 기각했고 쿠팡은 닷새 뒤 재항고했다. 조사를 막은 기업에 공정위가 물릴 수 있는 것은 최대 2억 원의 과태료뿐이다. 12일 정무위 국감에 나온 주성원 총괄부사장은 이 모든 것을 “기업의 절차적 권리구제를 위한 것”이라 불렀다.
노동자에게는 속도, 국가에는 절차
쿠팡이 노동자에게 요구한 것은 속도였고 국가에 요구한 것은 절차였다. 밤샘 노동의 분당 처리량은 관리됐지만 사망 사고의 재발 방지책은 6년째 없고, 공정위 조사에는 7일 전 통지라는 절차를 들이댔다. 춘천 택배 노동자들은 4년째 이유 없이 수수료가 깎였다며 파업을 예고했고, 노조는 선전전 방해와 계약 해지, 물량 회수가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 사이 쿠팡 관련 공정거래 분쟁조정 접수는 2020년 연 35건에서 올해 8월까지 438건으로 늘었다. 12일 국감에서 여야가 이례적으로 조사 거부 재발 방지 입법에 뜻을 모은 것은, 이 회사가 국가의 감시를 법원으로 끌고 가 멈춰 세우는 방식이 한 기업의 일탈을 넘어 제도의 구멍이 됐다는 뜻이다. 참여연대는 여야의 합의를 긍정하면서도 핵심 증인이 빠진 ‘호통 국감’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 제정이 답이라고 했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노동부 감독 결과 공개와 김범석 의장 조사다. 두 감독이 착수 7~9개월이 되도록 결과를 내놓지 않은 이유가 국감에서 설명돼야 한다. 둘째, 조사 거부 입법이다. 매출액 1% 과징금과 이행강제금을 담은 법안은 3월에 발의돼 있다. 정기국회가 ‘재발 방지 결의’를 조문으로 옮기는지가 시험대다. 셋째, 노동 국감이다. 쿠팡은 이번 노동부 국감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공정위 국감에는 부사장이 나오고 노동부 국감에는 아무도 안 나오는 배치가 그대로 가면, 36명의 죽음은 올해도 질의 밖에 남는다.
#쿠팡 #장덕준 #산재은폐 #과로사 #공정위 #조사거부 #플랫폼독과점
주가가 13% 빠진 닷새, 외국인은 200조를 팔았고 개인은 2조를 샀다
「코스피, 외인 4조5000억 ‘매도 폭탄’에 5.46% 급락…6000선 턱걸이」 강원도민일보 · 10/13 함께 볼 기사 「외인 올해만 200조 매도…육천피 붕괴」 헤럴드경제 · 10/13 함께 볼 기사 「6000선마저 흔들린다… 코스피 5% 내리고 사이드카 발동」 세계일보 · 10/13 함께 볼 기사 「AI 거품이 떠받치는 트럼프 경제」 참세상 · 10/13 함께 볼 기사 「반도체 기업의 경영성과급은 임금일까요」 매일노동뉴스 · 10/13
오늘 증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13일 코스피는 348.89포인트, 5.46% 내린 6,035.35로 마감했다. 장중에는 5,900선까지 밀렸다. 오전 9시 47분에는 프로그램 매도 주문을 5분간 멈추는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8월 19일 이후 두 달 만이고, 올해 들어 50번째다. 외국인은 하루에만 4조 5,128억 원을 팔아치웠고 개인이 2조 2,271억 원, 기관이 1조 6,903억 원을 사들여 그 물량을 받아 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7~8%대까지 떨어졌다. 10월 2일 7,003이던 지수는 닷새 연속 하락으로 13.8%가 빠졌고, 올해 외국인 순매도는 이날 200조 원을 넘겼다.
왜 지금 떨어지나
증권사들이 꼽는 이유는 네 가지다. 인공지능 설비 투자가 돈을 벌 수 있느냐는 의심이 미국에서 번졌고, 브로드컴·인텔 경영진이 AI 사업 확대에 드는 자금 조달 부담을 입에 올렸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가 차세대 서버용 D램을 연내 내놓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반도체 두 회사의 독주가 흔들린다는 우려가 보태졌다. 사우디 리야드 공항 피격으로 유가는 다시 100달러를 넘겼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쏟아부었던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서 지수를 받치던 방파제가 사라졌다.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가장 낮은 1,335원까지 내려온 것도 외국인에게는 차익을 챙겨 나갈 이유가 됐다.
오르는 동안 누가 가져갔고, 떨어지는 날 누가 떠안나
코스피가 7,000을 넘는 동안 이 지면이 적어 온 숫자가 있다. 2분기 기업의 영업잉여는 48% 늘었고 노동자 몫인 피용자보수는 8% 늘었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의 성과급에는 49.5%의 세율이 붙었고, 정부의 쟁의 대상 시행지침은 이익에 연동된 성과급을 교섭 밖으로 밀어냈다. 올라가는 동안의 과실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 임원 보수로 흘렀고 노동자가 그 몫을 교섭으로 요구할 길은 좁혀졌다. 떨어지는 날의 구도는 반대다. 외국인이 판 4조 5천억 원어치를 받아 낸 것은 개인이었다. 7월 레버리지 상품에 한도가 걸린 뒤에도 ‘떨어지는 칼’을 잡는 쪽은 늘 가장 늦게 들어온 사람들이다. 국민연금의 평가손실을 ‘증발’이라 부르는 사설은 주가 정책을 탓하지만, 그 연금이 같은 주식을 올라갈 때 팔지 않았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는다. 주식시장의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사회화된다는 오래된 문장이 오늘 하루 숫자로 다시 확인됐다.
앞으로 무엇을 봐야 하나
첫째, 외국인 매도가 멈추느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실적 눈높이가 낮아진 상태에서 자사주 매입 같은 인위적 버팀목이 다시 등장할지,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불려 나올지를 지켜봐야 한다. 둘째는 ‘주가 정책’ 책임론이다. 보수 언론은 정부의 증시 부양을 섣불렀다고 공격하고, 정부는 중동과 미국 기술주를 가리킬 것이다. 상승기의 과실이 어떻게 나뉘었는지는 어느 쪽 입에서도 나오지 않는다. 셋째, 반도체 성과급과 노동시간 특례다. 메가특구법의 노동 특례는 반도체가 계속 돈을 번다는 전제 위에 서 있다. 그 전제가 흔들리는 날, 특례를 요구한 논리도 같이 흔들린다.
#코스피 #사이드카 #외국인매도 #반도체 #AI거품 #국민연금 #성과급
03 한 장의 세계
자료: 이스라엘 군(IDF) 2025년 2월 공개 보급 차량 입찰 결과 문서, 참세상 〈학살을 잇는 돈①〉 게재본(10.12) · 원문 보기 →
이스라엘 군 입찰 공고에 적힌 한국 자동차의 이름
이스라엘 국방부와 군이 2025년 2월 공개한 장교용 보급 차량 입찰 결과 문서다. 1만 대 규모 4년 계약의 차종 목록에 기아 스토닉이 올라 있다. 참세상은 현대·기아가 2005년부터 20년째 이 군대에 차를 대 왔다고 확인했다. 학살 3년째, 돈의 길은 이렇게 문서로 남는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장덕준 6주기, 애도의 자리에 36명의 이름이 함께 섰다
2020년 10월 12일 쿠팡 칠곡물류센터에서 과로사한 27살 노동자의 6주기 추모 결의대회가 오늘 저녁 서울 쿠팡 본사 앞에서 열린다. 같은 플랫폼 노동자인 배달 기사의 발신이 이 추모를 한 사람의 죽음에서 구조의 문제로 옮겨 놓는다. “지난 6년간 쿠팡에서 산재로 숨졌다고 보도된 노동자는 36명이라고 한다.” 참세상이 전한 유가족과 노동계의 요구는 사과와 재발 방지, 그리고 산재 은폐 의혹 규명이다.
“예산 없이 권리 없다”, 두 도청 앞에 한날 모였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3일 14시 경기도청 로비 앞에서 2027년 장애인권리예산 보장 기자회견을 열었고, 같은 시각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무안청사 앞에서는 전국집중 결의대회가 열렸다. 경기도는 42조 원 추경을 통과시킨 날 장애인 권리예산 삭감에 대한 대안은 내놓지 않았고, 충북에서는 28일 농성 끝에 예산 약속을 받아 냈다. 17일 빈곤철폐의 날 투쟁대회로 이어진다.
오늘의 논쟁
사이드카가 울린 아침, 개인 투자자의 타임라인은 두 갈래였다
오전 9시 47분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자 X에는 증권 앱을 열었다가 “얼음이 됐다”는 글과 “오랜만에 보는 전혀 반갑지 않은 친구”라는 글이 잇따랐다. 한쪽에는 “짤짤이용으로 담아 봤다”는 저가 매수 인증이, 다른 쪽에는 공매도와 외국인을 탓하는 글이 쌓였다. 같은 급락을 두고 조선일보는 국민연금 181조 원이 증발했다며 정부의 주가 정책을 겨눴고, 딘 베이커는 AI가 약속한 생산성이 오지 않으면 주식시장 폭락은 거의 확실하다고 썼다. 외국인이 판 4조 5천억 원어치를 누가 받았는지는 양쪽 다 묻지 않는다. 실명·공적 발신이 없어 임베드 없이 재구성했다.
AI의 ‘자유’를 위해 사이버 공격 피해를 감수하라는 올트먼, 샌더스가 답했다
오픈AI 공동창업자 샘 올트먼이 AI의 자유를 위해 심각한 사이버 공격 정도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샌더스 상원의원이 반박했다. 코스피를 흔든 AI 투자 수익성 의심과, 그 AI 기업을 누가 통제하느냐는 질문은 같은 뿌리다. “미국인 74%가 빅테크 과두 세력을 믿지 않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하루 전 샌더스는 트럼프 일가가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관련 주식으로 20억 달러 넘게 벌었다는 글도 올렸다.
오늘의 단어
모범사용자 정부가 공공기관에 붙인 이름이다. 원청교섭과 비정규직 보호에서 민간보다 앞서 가라는 뜻으로 쓰였고, 9월 공공부문 도급노동자 보호지침도 이 말에 기대 있다. 매일노동뉴스가 공개한 7곳의 컨설팅 계약서는 이 말이 현장에서 어떻게 번역되는지 보여 준다. 교섭을 거부할 방법을 묻고, 사용자처럼 보이는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자문을 2억 원에 사는 것이 모범이라면, 그 모범을 따라 배울 민간 원청은 많다. 말의 주인은 정부인데 뜻을 정하는 것은 로펌이 됐다.
오늘의 말
[주목] “추산 피해자의 1%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사건을 끝내는 것은 기업들에 면죄부를 주는 것”
13일 포항시청 광장에서 숨진 동료의 휠체어 옆에 선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의 말이다. 15년 된 참사를 다루는 가장 짧은 산수다. 추산 95만 명, 신고 8,098명. 이 말이 기록할 가치를 갖는 것은 분노 때문이 아니라 ‘끝낸다’는 동사 때문이다. 배상의 문을 연 날 국가는 닫는 날짜도 함께 정했고, 그 사이에 피해자를 찾을 사람은 지정하지 않았다. 사건을 끝내는 주체가 누구인지를 이 한 문장이 짚는다. 경향신문이 전한 포항 기자회견은 전국 순회의 첫 자리였다.
05 오늘의 주장
1. 노조법 개정 7개월, 입장들은 교섭장 대신 노동부를 향했다. 금속노조는 12일 노동부의 현대차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두고 「현대차는 이수기업 해고자 즉각 직접고용하라」는 성명을 냈다. 해고자 29명 전원 직접고용 시정지시는 “2년간 흔들림 없이 싸워 얻어낸 값진 승리”이지만, 구사대 폭력을 부당노동행위로 보지 않은 판단은 “해고 중이므로 노동자가 아니라는 궤변”이라는 것이다. 정의당은 13일 원외 국정감사에서 노동부에 노동자의 교섭권이 실제로 보장되는지를 묻겠다고 밝혔고, 전날에는 한국은행에 금리 인상의 부담이 왜 서민과 자영업자 몫인지를 물었다.
2. 장애인 권리예산은 지방정부 국감 시즌의 첫 번째 민생 의제가 됐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3일 경기도청 앞에서 「예산 없이 권리 없다, 경기도는 핑계 말고 권리예산 제대로 보장하라」고 요구했고, 같은 시각 전남광주 무안청사 앞에서는 전국 집중 결의대회가 예고됐다. 경기도가 42조 원 추경을 통과시킨 날 도의회 국감에서 장애인 권리예산 삭감의 대안은 나오지 않았고, 충북에서는 28일 농성 끝에 예산 약속을 받아 냈다.
3. 한편 녹색당은 12일 서울행정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가덕도신공항을 “철새길 위 죽음의 활주로”라 부르며 사법부가 멈춰 세우라고 요구했다. 낙동강 하구와 3.3km, 조류 충돌 위험은 무안공항의 353배라는 것이 근거다. 사회대전환연대회의는 15일 민주노총 서울본부에서 메가프로젝트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를 묻는 토론회를 연다.
06 사설·칼럼 비평
[주목] AI가 약속을 못 지키면 폭락, 지키면 그 돈은 누구 몫인가
「AI 거품이 떠받치는 트럼프 경제」 딘 베이커 참세상 · 10/13
코스피가 6% 빠진 아침에 올라온 글이라 예언처럼 읽히지만, 글의 힘은 조건문에 있다. AI가 약속한 생산성 향상이 오지 않으면 주식시장 폭락과 침체는 거의 확실하고, 온다면 모든 것이 잘 풀린다. 단 AI 업계의 거물들이 그 돈을 독차지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베이커는 두 번째 조건이 충족된 적이 없다는 것을 안다. 오늘 한국 시장이 보여 준 것은 첫 번째 조건이 흔들릴 때 손실이 어디로 가는지였고, 그 답도 글의 전제와 같다.
[비판] ‘싸움’이라 부르면 검증은 사라지고 피로만 남는다
「‘김지용 싸움’을 통해 드러난 검찰 개혁의 허상」 조선일보 · 10/13
중수청장 후보자를 둘러싼 여당 내 이견과 야당의 ‘친윤 검사’ 공세를 ‘싸움’으로 묶고, 그 싸움이 검찰 개혁의 허상을 증명한다고 쓴 사설이다. 제목의 명명이 논증을 대신한다. 후보자의 검찰 재직 이력과 과거 감찰 민원을 따지는 일은 인사청문의 본래 기능이지 개혁의 실패가 아니다. 이 지면이 지난달 중수청 정원 미달과 수장 공석을 ‘깡통 조직’이라 부를 때와 같은 수법으로, 개혁의 내용은 묻지 않고 과정의 소음을 결론으로 세운다. 14일 청문회가 묻게 될 것은 싸움의 승패가 아니라 수사·기소 분리를 집행할 사람의 적격이다.
[비판] 2차 가해를 멈추라는 요구를 ‘추억’의 문제로 바꿔 놓았다
「‘박원순 추억’은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끼리 해달라」 조선일보 · 10/13
대통령의 박원순 언급을 두고 여성단체와 야당이 2차 가해라고 비판한 지 이틀째 나온 사설이다. 제목부터 사안을 ‘추억의 공유 범위’로 옮겨 놓는다. 피해자 쪽이 요구한 것은 추억을 공유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최고 권력자가 피해자가 있는 사건의 가해자를 공적 자리에서 기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 요구를 존경하는 사람들끼리의 사적 대화로 축소하면 비판의 대상이 사라진다. 피해자가 숨는 현실을 바꾸겠다는 대통령의 다음 날 발언과 이 사설이 같은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독자는 알기 어렵다.
[논쟁] 양쪽 책임론은 중수청 첫 사건이 왜 감찰이었는지를 묻지 않는다
「‘임은정 감찰 사태’ 양쪽 모두 무거운 책임 느껴야」 한겨레 · 10/13
“양쪽 모두 무거운 책임”이라는 제목은 공정해 보이지만, 출범 2주째의 중대범죄수사청이 처음 이름을 알린 일이 범죄 수사도 아닌 내부 감찰이었다는 사실 앞에서는 책임의 무게가 같을 수 없다. 보수지는 ‘졸속 출범’의 증거라고 반기고 한겨레는 양쪽을 나무라는데, 양비론이 비판으로 성립하려면 책임의 크기를 재야 하는데, 이 사설은 재지 않는다. 수장 네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로 출발한 조직에서 내부 싸움이 먼저 터진 것은 개인의 품격 문제이기 전에 공백의 결과다. 누가 그 공백을 만들었는지를 묻지 않는 양쪽 책임론은 결국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주목] 동맹을 다잡자는 사설이 ‘자율성’을 먼저 꺼낸 이유
「한-미 동맹 다잡되, 전략적 자율성 포기 말아야」 한겨레 · 10/13
정동영 통일부 장관 발언을 두고 조선과 중앙이 각각 “북에 이용당했다”, “정보 공백”이라고 때린 날, 한겨레는 동맹을 다잡으라면서도 자율성을 포기하지 말라고 썼다. 비자 거부와 정보 협력 배제로 이어진 한미 갈등의 원인을 한국 쪽 ‘입’에서만 찾는 보수지와 달리, 이 사설은 갈등의 비용을 누가 치르고 있는지를 본다. 호르무즈에 군을 보내라는 요구와 통일부 장관 교체 요구가 같은 쪽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함께 읽으면, 자율성이라는 말의 무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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