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의 세계를 민중의 관점으로 골라 매일 저녁 전합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23명이 숨진 아리셀 공장의 대표에게 징역 4년이 확정된 날 오전, 노동부는 올해 사고사망이 역대 최저라고 발표했다. 판결문과 발표문 사이에 어떤 죽음이 빠져 있는지 심층 ①이 센다.
  2. 주 52시간 예외는 이름만 바뀐 메가특구법에 그대로 실려 국회로 갔다. 노사정이 다섯 번째로 마주 앉은 날이었고, 그 조항은 한 번도 회의 탁자에 오른 적이 없다. 왜 오늘이었는지는 심층 ②에서 묻는다.
  3. 27년 전 삼성에서 분리된 중앙일보가 범삼성가로 돌아간다. 신세계가 CJ·다우키움 컨소시엄에 합류했고 인수가는 5천억 원 안팎이다. 신세계는 이 신문을 자기 문화사업과 연계하겠다고 했다. 지면이 누구의 것이 되는지는 그 말 안에 이미 적혀 있다.
  4. 서울역 앞 동자동 쪽방촌이 발표 5년 만에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 공공임대 1,000가구를 포함해 2,150가구, 입주는 2032년 목표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올해가 입주 첫해였다.
  5. 대통령은 잠재성장률 반등을 ‘40여 년 만의 극적 반전’이라 불렀고, 야권 인사는 올해 증시가 멈춘 횟수를 세어 올렸다. 두 숫자 사이에 47개월째 줄고 있는 청년 취업자가 있다. 온라인 광장과 오늘의 말에서 잇는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중대재해처벌법 최고형은 4년이 됐다, 23명이 숨진 공장의 대표에게

「아리셀 참사 23명 사망에 징역 4년…대법원, 감형 확정」 참세상 · 10/20 함께 볼 기사 「[속보] 대법원 ‘아리셀 참사’ 박순관 징역 4년 확정」 매일노동뉴스 · 10/20 함께 볼 기사 「올해 3분기 사고사망자 300명대 첫 진입」 매일노동뉴스 · 10/20 함께 볼 기사 「[속보]현대제철 협력업체 노동자, 기계에 끼여 숨져」 노컷뉴스 · 10/18 함께 볼 기사 「합의하면 형을 깎는다, 아리셀에서 11년이 줄었다」 참세상 · 09/23

무슨 일이 있었나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가 20일 아리셀 참사 상고심에서 검찰과 피고인 양쪽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박순관 대표는 징역 4년,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징역 7년과 벌금 100만 원, 아리셀 법인은 벌금 8억 원으로 형이 굳었다. 2022년 법 시행 뒤 대법원에서 확정된 형 가운데 가장 무거운 숫자이고, 그 전까지 확정된 실형은 2023년 한국제강 대표의 징역 1년이었다.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의 리튬 일차전지 공장 3동 2층에서 전지가 폭발했고, 노동자 23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 숨진 사람 가운데 20명은 불법파견 노동자였고 18명은 중국과 라오스에서 온 이주노동자였다.

1심은 지난해 9월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뒤 가장 무거운 형이었다. 올해 4월 2심은 15년을 4년으로 줄였다. 2층에 별도 비상구를 둘 법적 의무가 없다며 그 부분을 무죄로 봤고, 유족 전원과 합의한 점을 감경 사유로 삼았고, 폭발 16초 만에 불이 번져 대피가 어려웠던 사정도 책임을 덜어 주는 쪽으로 참작했다. 재판부는 “이익추구에만 몰두했다거나 안전조치를 완전히 방치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적었다. 대법원은 이 판단에 법리적 잘못이 없다고 했다.

4년은 어디서 온 숫자인가

징역 4년은 이 사건에만 붙은 숫자가 아니다. 아리셀 2심이 4월에 합의를 이유로 11년을 덜어낸 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중대재해처벌법 양형기준안에서 사망 사고의 기본 형량을 징역 1년 6개월에서 4년으로 잡고 특별감경 사유에 ‘처벌 불원’과 ‘실질적 피해 회복’을 넣었다. 법원이 먼저 쓴 논리를 기준으로 적어 둔 셈이고, 대법원은 오늘 그 출발점이 된 판결을 확정했다. 민주노총은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지웠다”고 했고, 정의당은 “참사의 규모와 책임에 걸맞게 양형기준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법이 바꾸려던 계산은 하나였다. 사고가 난 뒤 합의하고 배상하는 쪽이 사고 전에 안전에 돈을 쓰는 쪽보다 싸다는 계산이다. 23명에 4년이면 그 계산은 그대로 남는다.

하루에 나온 두 숫자는 어디서 갈리나

같은 날 오전 노동부는 올해 3분기까지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가 366명으로 지난해보다 91명(19.9%) 줄어 역대 최저라고 발표했다. 떨어짐 사고 사망이 75명 줄고 건설업 전체가 60명 준 효과가 크다. 그런데 안쪽을 보면 방향이 다른 숫자가 있다. 화재·폭발 사망은 12명 늘어 46.2% 증가했고, 깔림·뒤집힘과 끼임도 늘었다. 제조업 사망은 13명 늘었는데 폭죽 제조업체 안전공업 화재 14명,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5명 같은 대형 사고 탓이다. 아리셀과 같은 종류의 죽음은 거꾸로 늘고 있다. 지난 18일에도 충남 당진 현대제철 공장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슬래그 처리 설비를 보수하다 기계에 끼여 숨졌다. 역대 최저라는 발표문과 징역 4년이라는 판결문 사이에, 폭발과 끼임으로 죽는 사람들은 들어 있지 않다.

앞으로의 전망

첫째, 양형위원회의 기준안은 공청회를 거쳐 최종 의결된다. 합의를 특별감경 사유로 남길지가 그 자리에서 결정된다. 둘째, 반복 사망사고 기업에 과징금을 물리고 신고포상금을 두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어, 형사처벌이 멈춘 곳을 행정 제재가 메울 수 있을지가 다음에 가려진다. 셋째, 아리셀에서 숨진 20명의 불법파견 노동자를 보낸 인력업체와 이주노동 구조의 책임은 이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아리셀 #중대재해처벌법 #박순관 #양형기준 #사고사망 #화재폭발 #현대제철


노사정이 다섯 번째로 마주 앉은 날, 주 52시간 예외는 국회로 갔다

「與 “초광역특구법, 주52시간 예외 조항 포함·제외 법안 2개 발의”」 서울신문 · 10/20 함께 볼 기사 「사회적 대화 중 초광역특구법 발의…노동계 ‘기습 발의’ 항의에 회의 연기」 경향신문 · 10/20 함께 볼 기사 「혁신당 “주 52시간 특례, 초광역특구법서 빼야… 생산성 근거 없어”」 오마이뉴스 · 10/20 함께 볼 기사 「삼성 직원 절반의 야근수당, ‘가보지 않은 길’이 지운다」 참세상 · 09/15 함께 볼 기사 「‘들어가서 막자’는 6년 만의 결정, 민주노총의 첫 상대는 안에 있다」 참세상 · 09/18

무슨 일이 있었나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20일 「지방주도 성장을 위한 초광역권 전략산업 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가 ‘메가특구특별법’이라 불러 온 법안이다. 법안에는 고소득 관리직과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 상한에서 빼는 조항, 기간제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조항,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최대 6개월로 넓히는 조항이 들어 있다. 외국인투자기업에 무급휴일을 허용하고 파견 대상과 기간을 넓히는 내용도 담겼다. 같은 당 최기상 의원은 21일 노동 특례를 뺀 법안을 따로 낸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두 안을 병합 심사하되 “처리 시점을 못 박지 않고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치겠다”고 했다.

왜 하필 오늘인가

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15일 노동 특례를 ‘원 포인트 사회적 대화’로 다루자고 제안했고, 민주노총은 이틀 뒤 반대 입장을 안에서 말하겠다며 참여를 결정했다. 노사정 실무협의체는 지난달 18일 출범해 오늘 오전 다섯 번째 회의를 열었다. 다섯 번 모이는 동안 노동 특례에 대한 협의는 시작도 못 한 상태였다. 법안은 그 다섯 번째 회의가 열린 날 국회에 접수됐다. 한국노총은 회의에서 “기습적으로 발의한 것에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밝혔고, 23일로 잡혀 있던 여섯 번째 회의는 28일로 밀렸다. 민주노총은 “본격적인 쟁점 논의를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의했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노동부는 이날 “사회적 대화의 시한을 미리 정하지 않고” 숙의를 거치겠다고 했다. 대화는 시한이 없고 법안은 이미 번호를 받았다.

누가 52시간 밖으로 나가나

정부가 검토해 온 기준은 연봉 상위 3%, 1억 3천만 원 선이다. 이용우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 자료로 계산한 결과 삼성전자 직원 12만 8,848명 가운데 7만 2,708명(56.4%), SK하이닉스 3만 4,569명 가운데 2만 8,469명(82.4%)이 이 기준 위에 있다. 전 직원 기준이라 관리직과 연구직만 추리면 비율은 달라지지만, 기준선 위에 선 사람이 ‘소수 고액 연구직’이라 부르기엔 너무 많다는 뜻이다. 법안 조문이 이 기준을 그대로 담았는지는 아직 보도되지 않았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정책위의장은 지금 제도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부가 입증한 적이 없다고 했다. 지금도 반도체 연구개발직은 노동부 인가를 받아 주 52시간을 넘길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있는데 지난해 전체 인가 신청 가운데 반도체 연구개발은 4건(6.4%)에 그쳤고, 인가 사업장의 질병 산재 비율은 전체의 최대 2.3배였다는 자료를 들었다. 녹색당은 “간판을 새로 달았지만, 법안의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름이 바뀌고 안이 둘로 나뉘는 동안 바뀌지 않은 것은 누구의 하루가 길어지는가다.

앞으로의 전망

첫째, 두 법안의 병합 심사와 특별위원회 구성이 특례의 운명을 가른다. 처리 시점을 못 박지 않았다는 말과 연내 처리라는 애초 목표 가운데 어느 쪽이 살아남는지가 첫 신호다. 둘째, 28일 여섯 번째 실무협의가 노동 특례를 처음 의제에 올리는지, 양대 노총이 자리를 지키는지가 대화의 실체를 보여 준다. 셋째, 정진욱 의원이 다음 주 세 번째 안을 낸다고 알려져 있어, 법안이 늘어날수록 쟁점이 흐려지는 쪽으로 가는지 지켜볼 대목이다.

#초광역특구법 #메가특구법 #주52시간 #화이트칼라이그젬션 #사회적대화 #기간제 #박상혁


03 한 장의 세계

자료: 신규핵발전소 저지와 핵없는 사회를 위한 전국행동 주최 · 녹색당 주관 ‘환경비상시국 촛불집회’ 포스터, 정의당 X 게시(10.20 14:22) · 원문 보기 →

여섯 개의 공사 이름이 한 장의 포스터에 모였다

3대 메가프로젝트, 핵발전소, 송전망, 신공항, 신규 댐, 국립공원 케이블카. 22일 저녁 광화문에서 열리는 촛불집회 포스터는 구호 대신 사업 이름 여섯 개를 세로로 적었다. 지난 1일 출범한 전국환경비상시국회의가 처음 거리로 나오는 날이고, 오늘 녹색연합은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비 재분석 보고서를 공개하라고 양양군에 요구했다. 이 목록이 한 장에 모였다는 사실이 그날의 정세를 말한다. 각 사업은 따로 추진되지만 속도전이라는 방식은 하나이고, 그 방식에 맞서는 쪽도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지하철은 멈췄다, 400명의 복직은 시장의 책상에 남았다

전장연이 서울시청 앞 1인시위를 시작했다. 8월 24일 출근길 지하철 행동을 끝낸 뒤 처음 택한 방식이다. 요구는 중증장애인이 집회·캠페인 같은 권리 활동을 일로 인정받던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해고노동자 400명 복직과 자립생활 지원 축소 철회다.


가까운 사람의 폭력에는 이름 붙은 법이 없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일 이주희 의원실과 함께 친밀관계폭력 처벌법·방지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알렸다. 교제 관계의 폭력은 가정폭력처벌법의 바깥에 있어 보호 조치가 닿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다. 거제에서는 21일 오후 2시 한화오션 원청교섭 금속노동자 결의대회가 예고돼 있다. 크레인 위 하청노동자들의 농성은 3주째다.

오늘의 논쟁

‘폭동’이라는 제목은 누구의 침묵 위에 놓였나

프랑스 시위를 다룬 국내 보도의 제목이 ‘폭동’과 ‘약탈’로 모이자, 전지윤은 조선일보 1면을 들어 그 단어가 지우는 것을 물었다. 경찰 진압으로 눈을 잃고 손목을 잃은 학생들의 시간에는 침묵하던 지면이 상점 유리가 깨진 날 처음 입을 열었다는 지적이다. 바다 건너에서는 자코뱅은 우파 매체들이 시위를 ‘이슬람주의자의 음모’로 그리는 흐름을 짚었고, 반대쪽에서는 트럼프가 마크롱을 조롱한 장면이 통쾌한 구경거리로 돌았다. 누가 무엇을 폭동이라 부를지 정하는가. 논쟁은 그 물음으로 좁혀진다.

https://twitter.com/ratm71/status/2112371276576879006

서킷브레이커를 세는 쪽과 잠재성장률을 세는 쪽

지난 15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급락해 거래를 20분씩 멈춘 서킷브레이커를 두고 책임 공방이 숫자 싸움으로 번졌다. 황교안 전 총리는 올해 발동 횟수를 15회라 세어 역대 정부와 견줬다. 발동 기준이 달라졌다는 점은 그 자신도 적어 두었다. 같은 아침 대통령은 잠재성장률 2년 연속 반등을 ‘40여 년 만의 극적 반전’이라 불렀고, 조회 2만 회에 가까운 한 투자 계정은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이 다시 돈다고 썼다. 한쪽은 지수를 세고 한쪽은 잠재성장률을 센다. 어느 숫자에도 올해 47개월째 줄어든 청년 취업자는 들어 있지 않다.


오늘의 단어

잠재성장률 한 나라가 노동·자본·생산성을 무리 없이 다 쓸 때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낼 수 있는 성장률이다. 실제 성장률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고 추정 방식마다 값이 다르다. 대통령은 오늘 이 추정치의 반등을 ‘기초체력의 반전’이라 불렀고, 야권은 같은 날 증시가 멈춘 횟수를 셌다. 추정치는 반도체 생산성이 오르면 함께 오르지만, 그 공장 밖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의 수는 이 숫자 안에 들어 있지 않다. 체력이라는 비유가 통계 하나를 몸 전체로 바꿔 놓는다.

오늘의 말

[비판] ‘40여 년 만의 반전’이 재지 않은 것은 청년 취업자 47개월이다

대통령은 IMF가 한국 잠재성장률의 2년 연속 반등을 전망했다며 “한국 경제 기초체력의 극적인 반전, 40여 년 만의 일”이라고 썼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생산성을 다 쓸 때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낼 수 있는 성장률이다. 그 숫자가 오르는 동안 취업자 증가는 6년 만에 가장 적었고 청년 취업자는 47개월째 줄었으며, 지난 15일 코스피는 고점 대비 20% 넘게 내려 거래가 멈췄다. 반도체 호황이 끌어올린 생산성 지표를 ‘기초체력’이라 부르는 순간, 체력이 좋아진 몸이 누구의 몸인지는 묻지 않게 된다. 경향신문 사설이 같은 전망을 두고 특정 산업 쏠림이 격차를 키울 수 있다고 짚은 것과 같은 자리다. 같은 글은 반도체·AI 같은 3대 메가프로젝트를 성장의 수단으로 적어 두었고, 그 프로젝트를 위해 노동시간 예외를 담은 법안이 같은 날 국회에 접수됐다.



05 오늘의 주장

1. 아리셀 판결이 나온 오전부터 노동계와 진보정당의 성명은 하나의 문장으로 모였다. 민주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한 대법원판결,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에서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지웠다”고 했다. 법은 사고 뒤 합의와 배상으로 책임을 줄이는 구조를 바꾸려고 만든 것인데, 23명에 징역 4년이 반복되면 기업이 받는 신호는 경고에서 면책으로 바뀐다는 논리다. 정의당은 “아리셀 대법원 판결, 정의의 확정은 아니다”라며 참사 규모에 맞는 양형기준 강화와 경영책임자 처벌 규정 보완을 요구했고, 같은 당은 18일 당진 현대제철 하청노동자 사망에 대해 “현대제철의 공장입니다. 현대제철의 설비입니다”라며 원청 책임을 물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도 판결을 ‘엉터리’라 부르며 대법관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2. 초광역특구법 발의에는 노조와 정당이 ‘철회’라는 같은 단어로 반응했다. 민주노총은 “초광역특구법 노동개악 법안발의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사회적 대화에서 “본격적인 쟁점 논의를 시작도 하지 않은 상황”의 발의라고 했고, 철회하지 않으면 연대와 투쟁으로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녹색당은 “이름을 바꾼다고 메가특구법의 본질이 바뀌나”라는 논평에서 법안 쪼개기와 이름 바꾸기를 ‘입법 속도전’이라 불렀고, 노동 특례뿐 아니라 인허가 단축과 환경영향평가 약화가 지역 생태계와 주민의 통제권을 빼앗는다며 메가프로젝트 백지화까지 요구했다. 전날 금속노조는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노동자 기자회견에서 “반도체산업이라고 특별하게 치외법권일 수 없다”고 했다. 대기업에는 특혜가, 하청 노동자에게는 탄압이 간다는 말이다.

3. 파병과 주권을 둘러싼 입장도 이어졌다. 참여연대와 긴급행동은 19일 아덴만에서 작전하는 청해부대의 작전범위를 오만만으로 넓히는 것을 ‘우회 파병’으로 규정하고, 정부가 ‘연장 동의안’이라는 편법으로 호르무즈 파병을 추진하려 한다며 국회에 부결을 요구했다. 녹색당도 같은 취지의 논평을 냈다. 정의당은 주한미군사령관이 군사분계선 남쪽 철책선까지 유엔사 관할이라고 말한 데 대해 전시작전권 환수의 ‘조건 충족’ 방식을 폐지하라며 발언 철회와 사과를 요구했다. 예산과 환경의 자리에서도 성명이 이어졌다. 민주노총은 20일 국회 앞에서 돌봄노동자 처우개선 예산 증액을 요구하며 내년 예산안에 “130만 돌봄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고 했고, 녹색연합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비 재분석 보고서의 전문 공개를 양양군에 요구했다. 홈리스행동은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06 사설·칼럼 비평

[주목] 세계 GDP 비중으로 달러를 설명하려는 사람에게 투즈가 건네는 한 장

「달러 제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페리 멀링을 기리며」 애덤 투즈(컬럼비아대 역사학자) 참세상 · 10/20

세상을 뜬 경제학자를 기리는 글인데 추모사의 문장은 거의 없고 방법론 비판으로 채워졌다. 투즈는 각국의 세계 GDP 비중과 국제금융 흐름을 나란히 놓는 비교를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것”이라 부른다. 화폐와 은행업은 애초에 국경을 넘는 것이고, 국가를 섬처럼 세는 통계는 그 흐름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글이 짚는 숫자 하나는 기억할 만하다. 최근 5년 국제 달러 자금조달 증가분의 4분의 3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무증권이었고, 은행 대출의 몫은 그만큼 작았다. 달러 제국을 굴리는 곳은 은행 창구보다 채권 시장이다. 코스피가 미국 국채 금리에 흔들리는 이유를 설명하는 글로 읽어도 된다.

[주목] 구속 만료일을 적어 두고 재판을 미루는 대법원에 대한 질문

「김건희 31일 구속 만료, 추가영장 신속히 발부해야」 한겨레 · 10/19

사설이 겨누는 곳은 대법원의 달력이다. 7월로 잡혀 있던 선고 전날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넘기고, 두 달 뒤에야 첫 합의기일을 열고, 구속 만료 열흘 전인 22일에 두 번째 기일을 잡은 순서를 그대로 적었다. 형사소송법상 이 사건으로는 더 구속을 늘릴 수 없으니, 이달 안에 판결이 없으면 석방이다. 사설은 특검이 15일 요청한 별도 사건의 영장 발부를 촉구하는 쪽으로 닫는다. 영장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대법원이 왜 이 일정을 골랐는가이지만, 그 질문을 선명하게 세운 지면은 오늘 이곳뿐이다.

[비판] ‘설마’를 꾸짖는 사설이 ‘반드시’를 전제로 쓰였다

「“북핵은 방어 무기”, 敵 능력 대신 의도 점치는 요행수 안보관」 조선일보 · 10/20

대통령이 북핵을 ‘최후 방어 무기’라 부른 것을 두고 사설은 상대의 의도를 점치지 말고 능력을 보고 안보를 세우라고 한다. 그런데 같은 글이 세운 논리도 의도에 기대고 있다. 김정은이 극단에 몰리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누가 장담하느냐는 문장은 그 자체로 의도를 점치는 말이다. 능력만 보자면 한국의 국방비가 북한 GDP의 1.5배라는 사실도 같은 저울에 올라야 하는데, 사설은 그 숫자를 ‘핵을 뺀 평가’라며 치운다.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는 결론은 결국 핵우산과 핵무장 사이의 어딘가로 독자를 데려간다. 전쟁을 치르는 무기와 전쟁을 막는 무기를 구분하자는 발언을 요행수라 부르려면 그 구분을 지운 뒤 무엇이 남는지도 적어야 하는데, 사설은 그 자리를 비워 두었다.

[비판] 국무회의 밖에 서라는 요구가 정치화 청산의 전부가 될 때

「김지용, 국무회의 불참이 ‘정치화 청산’ 첫걸음」 동아일보 · 10/19

검찰에서 떼어 낸 수사 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의 김지용 청장이 임명 첫날 국무회의 참석 여부를 유보하자 사설은 불참 선언이 정치화 청산의 첫걸음이라고 쓴다. 수사기관장이 내각 회의에 정례적으로 앉는 관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은 참여연대도 했고, 그 점에서 사설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사설이 정치화의 원인으로 적은 것은 ‘일부 검사들의 줄서기’이고, 그 검사들이 어느 정부에서 어떤 수사를 했는지는 쓰지 않았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체제가 왜 생겼는지를 지우고 나면 국무회의 참석 여부 하나가 개혁의 전부처럼 보인다. 하루 먼저 한겨레는 취임 일성인 ‘수사 정치화 청산’ 약속을 지키라고 썼다. 두 사설이 같은 사람에게 같은 말을 하면서 다른 곳을 보고 있다.

[논쟁] 프랑스병의 처방으로 한국의 청년을 호출하는 방식

「프랑스 청년의 절망…한국은 다르다고 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 10/20

사설은 프랑스 시위의 원인을 재정적자와 연금에 묶인 교육 예산에서 찾고, 한국의 청년 취업자 47개월 연속 감소를 나란히 놓는다. 이 병치는 참세상이 하루 전 심층에서 세운 구도와 절반쯤 겹친다. 교실에서 시작된 분노라는 진단은 같고, 처방은 반대다. 사설은 재정 지출 관리 실패를 경계하자고 닫는데, 프랑스 청년들이 거리로 나온 직접 계기는 지출 그 자체보다 학교 예산 삭감이었다. 같은 숫자를 보고 한쪽은 더 깎자고 하고 한쪽은 깎은 자리를 가리킨다. 청년을 호출한 사설이 청년이 요구한 것을 적지 않은 채 끝난다. 논쟁은 거기서 시작된다.


참세상 데일리 큐레이션은 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 세상의 소식을 민중의 관점으로 고르고 톺아봐 매일 저녁 전합니다. 인용한 글 등의 저작권은 각 매체와 작성자에게 있습니다. 굵은 글씨의 제목을 누르면 원문으로 이동합니다. 다른 세계를 향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의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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