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의 세계를 민중의 관점으로 골라 매일 저녁 전합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 명태균의 여론조사는 윤석열에게는 ‘정치적 조언’이었고 오세훈에게는 ‘증거 부족’이 됐다. 같은 재판부가 16일 사이 두 번 무죄를 쓴 날, 직업란이 빈 후원자 명단 79건은 법정 밖에 그대로 놓여 있다. 심층 ①.
- 정부는 노인 69만 명의 고용주다. 그 고용주가 내년 최저임금을 1만 700원으로 올리면서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활동비는 시간당 9,667원꼴에 4년째 묶어 두었다. 심층 ②.
- 부산지하철 노사는 파업 첫차를 다섯 시간 남짓 앞두고 잠정합의에 서명했고, 인천공항 자회사 노동자 1,200명은 모회사와 같은 교대제를 요구하며 하루 일을 멈췄다. 원청의 사용자성이라는 숙제는 두 현장 모두에 남았다. 온라인 광장.
- 10년 동안 비어 있던 특별감찰관 자리에 최길수 변호사가 임명됐다. 대통령 측근을 감시하는 유일한 법정 기구가 되살아났지만 그 눈이 닿는 범위는 청와대 안이다.
-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이상직 임명 자료’를 갖고 있으면서 국회에는 “삭제됐다”고 보고했다. 자료는 사라지지 않았고, 사라진 것은 국회에 바로 답할 의무였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윤석열에겐 ‘조언’, 오세훈에겐 ‘증거 부족’, 명태균의 여론조사는 두 번 무죄가 됐다
「오세훈 2심 무죄 선고…1심 유죄 뒤집혀」 경향신문 · 10/23 함께 볼 기사 「[단독] 오세훈, 고액후원자 명단 허위 기재?…선관위는 뭐했나」 참세상 · 10/06 함께 볼 기사 「특검 “오세훈 2심 무죄, 많이 실망스러운 판결…상고”」 뉴스핌 · 10/23 함께 볼 기사 「“끝났다” 외친 서울시 직원들…무죄 오세훈 본격 대선모드 들어가나」 경향신문 · 10/23 함께 볼 기사 「‘명태균 게이트’, 조희대 최종판단 남았다…오세훈 운명은?」 노컷뉴스 · 10/08
무슨 일이 있었나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오후 2시 오세훈 서울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 10건(공표 3건·비공표 7건)을 받고 그 비용 3,300만 원을 후원자 김한정 씨가 대신 내게 했다는 혐의다. 지난 7월 22일 1심은 10건 중 5건, 2,100만 원의 대납을 인정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시장직을 잃는 형이었다. 항소심은 그 선을 지웠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에 대한 직접 증거는 명 씨 진술이 유일하다”며, 오 시장이 명 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2024년 12월 이후에야 명 씨가 혐의를 본격적으로 진술하기 시작한 경위를 문제 삼았다. 오 시장이 대납을 요청했는지, 명 씨에게 간 돈이 여론조사의 대가인지 모두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과 김한정 씨도 무죄를 받았다.
왜 이 판결은 한 건으로 끝나지 않나
이 재판부는 16일 전인 10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명태균 씨의 정치자금법 사건에서도 1심 유죄를 뒤집어 무죄를 선고했다. 그때 논리는 여론조사 제공이 ‘정치적 조언’이지 재산상 이익이 아니라는 것이었고, 오늘 논리는 돈이 오간 사실은 있어도 시장이 시켰다는 증거가 명 씨 말뿐이라는 것이다. 한 사람의 여론조사가 대통령 쪽에서는 조언이 되고 시장 쪽에서는 입증되지 않은 거래가 됐다. 특검은 판결 직후 상고를 예고했다. 박노수 특검보는 “많이 실망스러운 판결”이라며, 캠프 팀장의 여론조사 대화 내역 등 다른 증거를 재판부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죄의 근거가 된 김한정 씨와 명 씨의 통화 녹음은 김 씨가 원래 갖고 있던 녹음 가운데 유리한 일부만 항소심에 새로 낸 “재판부를 속인 증거”라는 것이 특검의 주장이다. 녹음에는 명 씨가 김 씨에게 “오세훈이는 몰라요,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는 대목이 담겨 있다.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값을 치르나
선고 직후 서울시 직원들은 “끝났다”고 외치며 컵을 부딪쳤고, 증권시장에서는 오세훈 테마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경향신문은 남은 임기의 시정이 사실상 대선 모드일 것이라는 전망을 전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사필귀정”이라며 특검에 상고 포기를 요구했고, 민주당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라며 재판부를 ‘무죄 자판기’에 빗댔다. 공방 바깥에 놓인 사실 하나가 있다. 오 시장 측이 올해 서울시장 선거 때 낸 고액후원자 명단 79건은 직업이 전부 비어 있고 22건은 생년월일이 같은 날짜다. 참세상이 10월 6일 단독 보도한 뒤 서울시는 “답변할 담당자가 없다”고 했다. 이날 10년 만에 특별감찰관이 임명됐지만, 그 감시 대상은 대통령 측근이지 광역단체장이 아니다.
앞으로 무엇이 남았나
첫째, 대법원이다. 김건희 특검법은 2·3심을 각 3개월 안에 끝내도록 정해 두었지만 항소심은 이미 그 기한을 넘겼고, 만약 유죄로 뒤집힌다면 확정 시점에 따라 보궐선거 일정이 갈린다. 둘째, 명 씨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판단은 명 씨가 피고인인 다른 재판들로도 번질 수 있다. 셋째, 고액후원자 명단 의혹이다. 정치자금법은 허위 회계자료 제출에 3년 이하 징역을 정해 두었고, 선관위의 조사나 수사 의뢰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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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이 세 번 오르는 동안, 공익형 노인일자리 활동비는 시간당 9,667원꼴에 멈춰 있었다
「복지부, 공익형 노인일자리 활동비 6000원 인상 추진…기재부 반대에 또 ‘무산’」 뉴스핌 · 10/23 함께 볼 기사 「[단독] 69만 어르신 일자리 활동비, 내년에도 ‘29만원’…4년째 제자리」 머니투데이 · 10/22 함께 볼 기사 「“시급 9,667원 노인일자리 활동비 현실화해야”…이달희 의원, 예산 증액 촉구」 복지투데이 · 10/23 함께 볼 기사 「복지부 “양질의 어르신 일자리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 정책브리핑 · 02/04
무슨 일이 있었나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이 하루 3시간, 한 달 열흘을 일하고 받는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활동비는 월 29만 원이다. 2023년 27만 원이던 활동비는 2024년 29만 원이 된 뒤 2025년과 올해 그대로였고, 정부가 국회에 낸 2027년 예산안에도 29만 원이 적혀 있다. 활동 기준인 한 달 30시간으로 단순히 나누면 시간당 9,667원꼴이다. 활동비는 임금이 아니어서 최저임금과 바로 견줄 수는 없지만, 2024년 최저임금 9,860원보다 193원 적었던 이 환산액은 최저임금이 1만 30원, 1만 320원, 1만 700원으로 오르는 동안 한 번도 움직이지 않았다. 내년 최저임금으로 같은 시간을 일하면 32만 1천 원이니 차이는 3만 1천 원이다. 이 일자리에 참여하는 노인은 약 69만 명이고 올해 목표 인원은 70만 9천 명이다. 10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사실이 확인됐고, 뉴스핌은 보건복지부가 6천 원 인상을 요청했으나 재정당국이 물가 반영 폭을 2% 안팎으로 묶자고 해 결국 예산안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23일 보도했다. 6천 원 인상에 드는 돈은 300억~400억 원이다. 올해 노인일자리 전체 예산은 4조 7,175억 원이다.
왜 활동비는 최저임금을 따라가지 않나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는 법적으로 ‘근로’ 대신 ‘사회활동’으로 분류된다. 임금이 아니라 활동비이기 때문에 최저임금법이 닿지 않는다. 국회는 2024년 12월 노인일자리법에 정부가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적정한 활동비를 지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을 넣었고, 이 조항은 올해 1월 1일 시행됐다. 올해 9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9% 올랐다. 그 조항이 처음 적용되는 해에 정부가 낸 답이 동결이다. 이인영 의원은 “활동비 지원에서 최저임금의 정신을 위배해서는 안 된다”고 했고, 이달희 의원은 “외국인 근로자도 최저시급을 받는 상황에서 월 30시간 일하는 어르신들에게도 최소한의 기준이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소속 정당이 다르다.
정부는 왜 자기가 정한 최저임금 아래로 활동비를 묶어 두나
이 나라에서 노인을 가장 많이 ‘고용’하는 곳은 정부다. 올해 노인일자리는 115만 2천 개이고 그 가운데 공익활동형이 61.5%다. 그 고용주가 스스로 정한 최저임금 아래로 활동비를 묶어 두면서 6천 원 인상을 거부해 아낀 돈은 1년에 300억~400억 원이다. 최저임금과의 차이 3만 1천 원을 다 메우려면 그 다섯 배 남짓이 든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은 38%로 OECD 평균 14.2%의 두 배가 넘는다. 이재명 정부는 ‘노인일자리 적정단가 인상’을 국정과제에 올렸다. 박용갑 의원은 “국정과제에 담았으면 예산을 증액해야 한다”고 했다. 국정과제와 예산안 사이에서 사라진 것은 월 6천 원이다.
11월 예산심사에서 무엇이 갈리나
첫째, 국회 심사다. 복지부는 국회 단계에서 다시 증액을 요청하겠다고 했고, 이달희 의원은 예산결산 소위원회에서 증액이 이뤄져야 하며 지자체에 부담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했다. 둘째, 적정 활동비 조항이 ‘노력 의무’로 남을지 기준선을 갖게 될지가 이번 심사에서 처음 가려진다. 셋째, 일자리 수는 해마다 늘리면서 단가는 묶어 두는 구조다. 참여자가 늘수록 동결의 크기도 함께 커진다.
#노인일자리 #활동비29만원 #최저임금 #노인빈곤 #기획예산처 #국정감사 #복지부
03 한 장의 세계

자료: 알자지라 AJLabs 그래픽 ‘3.3조 달러 이자 청구서’(그래픽 표기 2026년 10월 21일, 10월 22일 기사 게재, 이미지에 CC BY-NC-SA 표시) · 원문 보기 →
학교와 병원으로 갈 돈이 이자로 먼저 빠져나간다
선진국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국채 이자로 낸 돈이 3.3조 달러다. 그래픽에 따르면 이 금액은 세계 국방비 3.1조 달러보다 크고, 세계 인공지능 투자 2.6조 달러와 청정에너지 투자 2.3조 달러를 넘는다. 국제금융협회는 세계 부채가 365조 달러에 이르렀고 올해 상반기에만 10조 달러가 늘었다고 집계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5% 안팎까지 올랐고, 그 프랑스에서 지난 토요일 55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자는 채권자에게 가고, 줄어드는 쪽은 그래픽이 적은 대로 학교와 병원과 연금이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날짜가 바뀐 지 48분 만에 멈춘 파업, 원청의 사용자성 문제는 다음 교섭으로 넘어갔다
부산지하철 노사는 22일 오후 3시부터 이어진 19차 교섭 끝에 23일 0시 48분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임금 총액 3.5% 인상과 신규 인력 35명 충원이 담겼고, 노조가 요구한 73명과의 차이는 내년 노사 공동 조직진단으로 넘겼다. 프레시안이 전한 합의 내용 가운데 자회사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 곧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았다. 합의안은 2주 안에 대의원대회를 거쳐야 확정된다.
모회사는 4조 2교대, 자회사는 3조 2교대인 공항에서 1,200명이 하루를 멈췄다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두 곳의 노동자들이 23일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앞에서 하루 경고파업을 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1,200여 명이 모였다고 밝혔고, 요구는 모회사와 같은 4조 2교대, 곧 네 개 조가 돌아가며 일해 쉬는 날이 더 많은 교대제와 인력 충원이다. 정안석 지부장은 “요구 조건이 관철되지 않으면 12월 성수기 때 전면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전날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공항 안의 두 교대제가 ‘불공정’으로 지적됐다.
올리브 수확철 서안에서, 정착민 폭력 사건의 94%는 기소 없이 끝난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올해 올리브 수확이 시작된 뒤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정착민의 공격이 200건을 넘었다고 집계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예시 딘은 정착민 폭력 사건 경찰 수사의 94%가 기소 없이 종결됐다고 밝혔다. 알자지라가 베이타 마을에서 전한 현장에는 정착민에게 맞은 57세 농민 무사 바니 샴사가 있다. 이스라엘 총선은 27일이다.
오늘의 논쟁
‘역대 우파 정부도 못 한 법’이라는 평가와 ‘역대 최대 300여 개 특례’라는 자랑이 같은 법안을 가리킨다
민주당이 20일 발의한 초광역특구법, 곧 지방 전략산업 특구에 규제 특례를 몰아주는 법안을 두고 두 쪽의 말이 정확히 포개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23일 규제합리화위원회에서 이 법안이 “단일 법률로는 역대 최대인 300여 개의 규제 특례”를 담았다고 말했고, 의료민영화저지운동본부는 22일 성명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롯한 역대 우파 정부들도 하지 못했던 법”이라고 불렀다. 쟁점은 셋이다. 264개 조항 중 156개가 특례인 법안의 61조는 외국인 설립 법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한다. 고소득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적용 제외와 기간제 4년 확대가 노동 특례로 들어 있고, 산업부 장관은 “52시간 특례로 연구시간을 만든다”고 했다. 22조는 인허가 관청이 기한 안에 답하지 않으면 기업 신청을 자동 통과시킨다. 미디어오늘이 전한 토론회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엄청나 정책위원장은 이 법의 본질을 “기업에 필요한 땅과 물, 전력을 손쉽게 대고 인허가를 앞당기기 위한 법”이라고 했다. 참세상은 21일 기사에서 기업 특혜에 노동·환경이 뒷전으로 밀린 구조를 짚었다. 민주당 안에서도 특례 포함안과 제외안이 따로 발의돼 병합심사를 앞두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는 26일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오늘의 단어
성실한 빈곤 동아일보가 23일 사설 제목에 쓴 말이다. 비정규직이 867만 명으로 늘고 정규직과의 월급 차이가 194만 원으로 벌어진 통계를 두고, 평생 쉼 없이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를 이렇게 불렀다. 말은 정확하다. 문제는 같은 사설이 그 빈곤의 원인을 “과도한 정규직 보호”와 정규직 노조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성실하게 일한 사람이 가난한 이유를 성실하게 일한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순간, 이 단어는 고용주를 문장 밖으로 내보낸다. 이 사설에서 지워진 것은 비정규직을 고용한 쪽이다.
오늘의 말
[주목] “책임을 묻지 않으면 당연히 아무도 책임지지 않아요”
고 장덕준 씨의 어머니 박미숙 씨가 노동부의 쿠팡 감독 결과 발표 뒤 매일노동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노동부는 김범석 쿠팡 의장이 2020년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겠다고 했다. 박 씨는 “무기력했어요. 처벌할 규정이 없고 공소시효가 끝나서 잘못이 아니래요”라고 했다. 5년을 기다린 결론이 ‘공소권 없음’이었다는 사실 앞에서 이 문장은 유족의 호소를 넘어 제도의 설명이 된다.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박 씨는 공소시효 연장과 산재 은폐 처벌 규정, 중대재해 원인조사 체계의 개편을 요구했다. 참세상은 22일 저녁 쿠팡 노동자들이 자기 근무평가 기록을 돌려받으려는 논의를 전했다.
05 오늘의 주장
1. 노동부가 22일 내놓은 쿠팡 감독 결과를 두고 노동계의 말은 한 단어로 모였다. 면죄부다. 민주노총은 “산재은폐를 산재은폐라 부르지 못하는 노동부, 쿠팡에 면죄부를 줬다”는 성명에서 감독 착수 9개월 만의 결과가 산재 은폐 2건과 산업재해조사표 미제출·지연 25건이었다고 짚었다. 쿠팡 산재피해 유가족 모임과 쿠팡대책위, 쿠팡물류센터지회는 23일 서울노동청 앞 기자회견에서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는 그 자체로 산재은폐 행위”라며 노동부가 2021년 내부 취업 방해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한 자기 행정해석마저 무시했다고 비판했고, 이미 감사원에 노동부 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도 “솜방망이도 안 되는” 결과라고 규탄했다. 정의당은 “받아쓰기는 만점, 노동권은 빵점”이라며 블랙리스트를 ‘성과향상프로그램’으로 부른 발표를 쿠팡 주장의 받아쓰기라고 불렀다. 네 성명이 겨냥하는 곳은 쿠팡 본사가 아닌 노동부 청사다.
2. 오세훈 시장 무죄와 특별감찰관 임명이 하루에 나오자 권력 감시의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 드러났다. 정의당은 “정치 부패의 우회로를 열어줬다”는 성명에서 “정치인과 여론조사 업체, 후원자 사이에 오간 돈의 실체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2심 판결이 의혹과 정치적 책임까지 지우지는 못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논평에서 이 자리가 10년 동안 “전직 대통령들과 국회의 법률 경시와 외면”으로 비어 있었다며 청와대가 직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라고 했다. 한쪽은 법원이 닫은 문을, 다른 쪽은 이제 열린 문을 말한다.
3. 초광역특구법에는 보건의료·노동·시민단체가 한꺼번에 반대 성명을 냈다.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와 민주노총·한국노총·보건의료노조 등 32개 단체는 “다시 영리병원 설립 불을 지피는 이재명 정부 규탄한다”는 성명에서 법안 61조의 외국인 법인 의료기관 개설 특례를 들어 “단 하나의 영리병원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동희오토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두고 유일한 소방안전관리 담당자였던 고인이 장시간 노동과 회식 강요에 시달렸다는 유족의 진정을 노동부가 철저히 조사하라고 요구했고, 노동당은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학내 성폭력 묵인을 규탄했다. 책임을 져야 할 쪽이 왜 답하지 않는가를 세 성명이 각자의 현장에서 묻는다.
06 사설·칼럼 비평
[주목] 노동부 발표문에서 가장 어색한 대목을 그대로 제목으로 올렸다
「김범석 쿠팡 의장 산재 은폐 의혹 ‘부적절하나 죄 안 된다’는 노동부」 경향신문 · 10/22
노동부 발표의 결론 부분을 글자 그대로 제목에 세운 사설이다. 글은 김 의장이 보낸 “그가 열심히 일했다는 기록이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는 메시지와 “그들은 시간제 근로자야”라는 메시지를 옮긴 뒤, 그런데도 산재은폐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것이라고 적는다. 이 글이 더 나아간 지점은 노동부의 조사 범위다. 블랙리스트와 불법파견 같은 다른 의혹은 “언론 선행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문장이 9개월 감독의 크기를 잰다. 사설이 쓰지 않은 것은 공소시효 5년이라는 법 자체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설계돼 있는가다.
[주목] 올리브나무 한 그루에서 점령의 방법을 읽어 낸 칼럼
「[고병권의 묵묵] 그들은 왜 올리브나무를 불태우나」 고병권 경향신문 · 10/22
나무를 태우는 행위에서 점령의 방법을 읽어 낸 글이다. 칼럼은 지난 주말 정착민들이 기자와 외교관을 폭행한 사건에서 출발해, 워싱턴포스트 사진기자의 척추가 부러진 날 같은 손이 밭을 돌며 올리브나무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는 장면으로 간다. “이스라엘인들은 팔레스타인인을 몰아내면서 올리브나무도 함께 몰아냈다”는 문장에서 나무는 농작물이기에 앞서 사람을 땅에 붙들어 두는 생명의 그물로 읽힌다. 나무를 태우는 일과 사람을 때리는 일이 한 줄에 놓이는 순간 ‘충돌’이라는 중립 어휘가 무너진다. 이 글의 쓸모는 그 어휘를 무너뜨리는 데 있다.
[비판] 월급을 반 토막 낸 쪽은 빠지고, 반 토막을 받은 쪽끼리 싸우라는 글
「‘정규직보다 더 받아야’라더니, ‘절반 월급’ 비정규직 사상 최고」 조선일보 · 10/23
숫자는 정확하다. 1년 새 늘어난 일자리 11만 3천 개 중 10만 3천 개가 비정규직이고, 비정규직 월급 211만 2천 원은 정규직의 52.1%다. 사설은 이 숫자를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더 많이 받는 것이 상식”이라던 대통령의 4월 발언 옆에 놓는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동의할 비판이다. 그다음 문장에서 글은 방향을 튼다. 기업이 정규직을 뽑지 않는 이유가 해고의 어려움과 호봉제와 주 52시간제와 노란봉투법이고, “이런 규제의 최대 수혜자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노조”라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늘린 주체는 기업인데 책임은 노조에 적혔다. 월급을 반 토막 낸 쪽과 반 토막을 받은 쪽 사이에서, 사설은 받은 쪽끼리 싸우라고 권한다.
[비판] 발언의 전제는 묻지 않고 발언자의 계보만 묻는다
「한미 동맹이 “저주 된다”는 자주파 원로, 이 정권도 같은 생각인가」 조선일보 · 10/23
문정인 명예특임교수가 좌담회에서 한미 동맹이 “축복이 아니고 저주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근거는 “미국이 한국을 중국 견제 기지로 활용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사설은 그 근거를 반박하지 않는다. 대신 6·25의 미군 희생 5만 명과 북핵 억지력을 세우고, 제목에서 “이 정권도 같은 생각인가”라고 묻는다. 이번 주 미8군 사령관이 주한미군을 ‘글로벌 군대의 일부’라 부르고 주한미군 사령관이 ‘베이징에서 서울까지’를 말한 사실은 이 사설에 없다. 발언의 전제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대신 발언자의 계보를 묻는 글은, 동맹을 지키기보다 동맹에 대한 질문을 막는 글이다.
[논쟁] 배석이 문제인가, ‘탄핵 사유’라는 되받기가 문제인가
「‘배석 논란’ 대하는 대통령의 인식·태도 우려스럽다」 한겨레 · 10/22
중대범죄수사청장의 국무회의 배석을 두고 대통령이 X에 “지휘·감독을 포기하는 것은 탄핵 사유”라고 쓴 데 대한 글이다. 사설은 먼저 배석이 위헌도 위법도 아니라고 인정한다. 그런 다음 수사기관의 중립에 대한 신뢰 문제를 지휘·감독의 문제로 바꿔 답한 대통령의 어법을 “허수아비 때리기”라고 부른다. 논쟁거리는 여기다. 수사기관장을 국무회의에 앉히는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그 문제 제기를 ‘탄핵 사유’라는 말로 되받는 방식이 문제인가. 사설은 둘째를 골랐고, 그 선택은 검찰개혁 이후 수사권력이 누구에게 가는지보다 대통령의 말투를 더 큰 쟁점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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