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4시부터 오늘 오후 4시까지의 세계를 민중의 관점으로 골라 매일 저녁 전합니다.


01 오늘의 다섯 줄

  1. 가용재원이 예년의 40%대로 줄었다는 경기도의 내년 예산 기초안에서 실국마다 절반이 깎였고, 최중증장애인 880명이 일하는 공공일자리 127억 원은 0원이 됐다. 아래 심층 분석에서 서울·경기·인천 세 지자체의 셈법을 따라간다.
  2. 룰라는 결선에서 3.6%포인트 차로 역전해 네 번째 임기를 얻었고, 1차 투표 1위였던 플라비우 볼소나루는 투표 시간 연장을 문제 삼아 무효화를 말했다. 두 번째 심층 분석에서 이 선거가 누구의 선거였는지 읽는다.
  3. 세르비아에서는 역 지붕 붕괴로 16명이 숨진 뒤 2년을 거리에서 보낸 학생들이 조기 총선에서 250석 중 135석 안팎을 얻어 12년 집권당을 눌렀고, 투표율은 33년 만에 가장 높았다.
  4. 국세청 자료로 셈한 ‘가짜 5인 미만’ 의심 사업장은 7년 사이 6만 9천 곳에서 15만 곳으로 두 배 넘게 늘었는데, 근로기준법이 닿지 않는 자리는 노동자를 줄여서 생기지 않고 신고서를 고쳐서 생긴다.
  5. 스토킹 신고 뒤 ‘혐의없음’으로 사건이 닫혔던 대전의 여성이 옛 연인에게 살해됐고, 경찰 집계로 살인 다섯 건 가운데 한 건은 그 전에 같은 가해자의 폭력이 있었다. 온라인 광장의 논쟁에서 ‘임시 보호’의 길이를 묻는다.

02 오늘의 심층 분석

추미애 지사는 ‘세심히 살피겠다’고 썼다, 예산서에는 0이 적혀 있다

「민주당,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해고하는 추미애에 쓴소리…“오세훈과 똑같을 건가”」 비마이너 · 10/26 함께 볼 기사 「경기도 내년 예산 최대 70% 삭감…민생·복지 현장 반발 폭발 [집중취재]」 경기일보 · 10/26 함께 볼 기사 「추미애, “본예산 확정 안 돼…지방채·기금 모아 민생 예산 챙기겠다”」 서울신문 · 10/26 함께 볼 기사 「장애인 예산 약속 뒤집은 박찬대 인천시장…장애인들, 인천시청 점거」 비마이너 · 10/26 함께 볼 기사 「65세 넘으면 장애인 활동지원 신청 불가…헌재 “평등 위배 아냐” 합헌 결정」 경향신문 · 10/26

경기도 예산에서 무엇이 사라지고 있나

경기도가 도의회 상임위에 보고한 2027년 본예산 기초안은 실국별로 올해보다 40~50%, 많게는 70% 넘게 줄었다. 경기일보가 26일 전한 내용이다. 사회혁신경제국은 567억 원에서 247억 원으로 56.5% 줄며 사업 51개가 31개가 됐고,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의 목적사업비 82억 7,600만 원은 0원이 됐다. 노동국은 58.5%가 깎였고, 장애인 단체가 9월에 들은 복지국 계획도 절반 삭감이었다. 홍은광 대변인은 내년 가용재원이 예년의 40~45%에 그쳐 지방채를 한도까지 발행해도 약 1조 원이 모자란다고 했고, 추미애 지사는 26일 오후 페이스북에 가용재원이 올해 3조 5천억 원에서 약 2조 원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예산은 확정되지 않았고 장애인 예산은 “세심히 살피겠다”고 썼다. 줄어든 목록 가운데 숫자가 가장 분명한 항목이 하나 있다.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127억 원이 0원이 된 것이다. 이 사업은 올해 최중증장애인 880명과 전담인력 80명을 고용하고 있어, 항목이 사라지면 880명이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는다. 지난 19일 국정감사에서 부승찬 의원이 이 127억 원을 물었을 때 추 지사의 답은 “도가 해야 할 광역 차원의 복지서비스를 거의 못 하게 될 정도”였다.

이 일자리는 무엇을 하는 자리인가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2020년 서울시가 처음 만든 사업으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최중증장애인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알리고 그 이행을 감시하는 일을 한다. 권익옹호, 장애인식개선, 문화예술 활동이 직무다. 물건을 만들어 파는 생산성으로 재면 ‘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은 처음부터 노동을 권리로 보자는 실험이었다. 경기도는 2021년 26명으로 시작해 2023년 536명, 올해 880명까지 키웠다. 그 사업을 없앤 선례가 서울이다. 오세훈 시장은 2023년 말 예산을 전액 삭감했고 2024년 1월 1일자로 400여 명이 해고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년째 지하철과 시청 앞에서 ‘400명 해고 철회’를 외치는 이유다.

왜 경기와 인천이 서울을 따라가나

이번 주 인천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7월과 10월 두 차례 인천시와 협의해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시설 신설, 공공일자리 26명 확대, 활동지원 추가 시간 확대에 합의했는데, 시는 이 합의를 내년 예산안에 넣지 않았다. 장애인들은 26일 인천시청 민원실에 들어가 농성을 시작했고, 박찬대 시장은 단체를 만나지 않겠다고 했다는 것이 단체 쪽 설명이다. 세 지자체가 내놓은 이유는 하나뿐이다. 돈이 없다. 다른 점은 정당뿐이어서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경기지사와 인천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26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미화 최고위원은 “하루아침에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을 해고한 오세훈 시장과 추미애 지사가 똑 닮았다는, 더하면 더하지 덜하지 않는다는 비난을 민주당으로서 감당하기엔 너무 어렵다”고 했고, 정의당은 이날 논평에서 “추미애 지사, 오세훈 따라 장애인 일자리도 뺏습니까”라고 물었다. 재정난이라는 말은 맞다. 문제는 그 부족분을 어디서 덜어내느냐다. 127억 원은 경기도 올해 예산 40조 원의 0.03%이고, 모자란다는 1조 원의 1.3%다. 지난 22일 헌법재판소는 장애인활동지원법이 65세를 넘으면 활동지원을 새로 신청하지 못하게 한 조항을 7대 2로 합헌이라 했고, 그 결정은 26일에야 알려졌다. 등록장애인의 57%, 150만 명이 65세 이상이다. 국가는 선을 긋고 지자체는 항목을 지운다. 그 사이에서 장애인의 노동과 돌봄은 ‘예산이 남을 때만’ 보장되는 권리가 된다.

다음 주에 무엇이 정해지나

첫째, 경기장차연은 27일부터 경기도청 앞에서 단식에 들어간다. 추 지사가 답을 내놓는 시한도 그날이고, 본예산안은 11월 도의회에 제출돼 12월에 확정된다. 둘째, 인천시는 농성이 이어지는 동안 시의회 예산 심의를 앞두고 있고, 합의문에 적힌 항목을 되살릴지가 관건이다. 셋째, 서울의 400명 해고는 2년째 복구되지 않았다. 경기도가 같은 길을 가면 ‘권리중심’이라는 이름의 일자리는 이 사업을 만든 서울과 가장 키운 경기에서 모두 사라진다. 노동을 권리로 보자던 실험의 운명을 지금 쥐고 있는 쪽은 장애인의 생산성을 재는 사람이 아니고, 지자체의 예산서를 짜는 사람이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최중증장애인 #경기도예산삭감 #추미애 #박찬대 #오세훈 #장애인권리예산


1차 투표에서 졌던 룰라가 결선에서 이겼다, 진 쪽은 규칙을 탓했다

「브라질의 선택은 ‘4선’ 룰라…중남미 우파 물결 ‘블루타이드’ 저지」 한겨레 · 10/26 함께 볼 기사 「룰라, 극우의 도전을 저지하고 브라질 대선 승리」 Lula holds off far right with victory in Brazil presidential election · Al Jazeera · 10/26 함께 볼 기사 「룰라, 북동부 전 주에서 승리하며 플라비우 볼소나루와 격차 벌려」 Lula vence em todos os estados do Nordeste e amplia vantagem sobre Flávio Bolsonaro · Brasil de Fato · 10/25 함께 볼 기사 「거리의 저항 → 제도권 정치, 세르비아 학생운동 세력 총선 승리」 경향신문 · 10/26 함께 볼 기사 「하트와 네그리의 《제국》은 모든 것을 잘못 봤다」 참세상 · 10/26

결선에서 무엇이 뒤집혔나

25일 브라질 대통령 선거 결선에서 노동자당의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이 유효표의 51.8%를 얻어 48.2%의 플라비우 볼소나루 상원의원을 3.6%포인트, 441만 표 차로 이겼다. 10월 4일 1차 투표에서는 볼소나루가 47.0%로 룰라(45.2%)를 앞섰다. 1989년 직선제가 되살아난 뒤 1차 투표 2위가 결선에서 뒤집은 첫 사례다. 올해 80세인 룰라는 2027년 1월 5일 네 번째 임기를 시작한다. 플라비우 볼소나루는 2022년 선거 뒤 쿠데타 모의로 27년형을 받은 자이르 볼소나루 전 대통령의 장남이다. 그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이 투표 마감을 두 시간 늦춘 결정을 두고 “경기 도중에 규칙을 바꿨다”며 무효화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연장은 양쪽 캠프가 함께 요청한 것이었다. 룰라 쪽은 바이아와 상파울루의 대중교통 중단을, 볼소나루 쪽은 남부의 폭우를 들었다.

세 주 만에 무엇이 바뀌었나

1차 투표 뒤 룰라는 온라인 선거운동을 늘리고 저소득층 대책을 내놓았다. 결과는 북동부에서 나왔다. 피아우이 75.8%, 바이아 71.2%, 아홉 개 주 전부에서 룰라가 이겼고, 아홉 주 모두에서 1차보다 표가 늘었다. 북동부는 ‘보우사 파밀리아’ 같은 소득 지원 정책의 수혜가 가장 큰 지역이다. 청년과 저소득층이 결선에 더 나왔다는 것이 한겨레의 분석이다. 룰라는 승리 연설에서 “이번 선거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외부에서 안으로 들어온 간섭을 이겨낸 선거”라며 “이 나라는 누구의 뒷마당도 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외부’가 누구인지는 지난 1년이 말해 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브라질산 제품에 50% 관세를 매기고 볼소나루 재판을 맡은 모라이스 대법관을 제재했으며, 백악관은 볼소나루 가문을 공개 지지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투표 연장이 사법부의 잘못이라고 썼다.

이 결과는 누구의 패배인가

지난해 가을부터 볼리비아, 온두라스, 칠레, 페루, 콜롬비아에서 차례로 우파가 집권했다. 언론이 ‘블루 타이드’라 부른 흐름이다. 남미 최대 경제를 그 흐름에 보태려던 쪽은 브라질 극우만이 아니었다. 아메리카 대륙을 미국의 세력권으로 다시 묶겠다는 트럼프의 ‘서반구 우선’이 브라질에서 멈췄다. 이재명 대통령은 26일 룰라를 “각별한 친구이자 동지”라 부르며 축하했고, 뉴욕의 맘다니 시장은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고 썼다. 다만 승리의 크기는 3.6%포인트다. 브라질 유권자의 절반 가까이가 쿠데타 모의로 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아들을 골랐다. 불복 선언은 2023년 1월 8일 의회 난입의 기억을 다시 불러낸다. 룰라가 연설에서 “나는 의회를 고르지 않았다, 국민이 골랐다”고 말한 것은 앞으로 4년 동안 그가 상대할 의회가 어떤 곳인지 알기 때문이다.

앞으로 무엇을 보나

첫째, 플라비우 볼소나루의 무효화 요청이 선거법원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그리고 그 요청이 거리로 옮겨 가는지다. 둘째, 다음 달 선전에서 열리는 APEC과 그 뒤 미국의 대응이다. 관세와 제재를 선거 전에 썼던 정부가 선거 뒤에 무엇을 더 쓰는지가 ‘외부 간섭’의 실체를 보여 준다. 셋째, 같은 주말 세르비아에서 학생운동이 총선을 이겼다. 거리의 저항이 투표함에서 결과를 낸 두 나라를 나란히 읽을 때, 한국의 독자가 물을 것은 그 저항이 어디서 조직됐는가다.

#룰라 #브라질대선 #플라비우볼소나루 #블루타이드 #트럼프관세 #세르비아총선 #중남미


03 한 장의 세계

헤브론의 20%는 이미 봉쇄돼 있었다, 이번 주 나머지 80%의 문이 닫혔다

자료: 알자지라가 제작한 헤브론 H1 · H2 구역 지도(1997년 헤브론 협정의 분할선과 이브라힘 모스크 위치, 10월 25일 기사 게재) · 원문 보기 →

헤브론의 20%는 이미 봉쇄돼 있었다, 이번 주 나머지 80%의 문이 닫혔다

지도의 H2는 1997년 협정으로 이스라엘군이 통제해 온 도시의 20%다. 23일 검문소 총격 뒤 군은 도시의 모든 출입구를 막았고, 아인 데이르 바하 지구에서만 500가구가 쫓겨났으며 도시 전체로는 2,500명이 떠났다. 팔레스타인 산업 생산의 40%가 이 도시에서 나온다. 선을 그은 지 29년 만에 선 바깥까지 닫혔다.


04 온라인 광장

오늘의 현장

열 해를 일한 전복 양식장에서 그가 숨졌고, 사고 원인은 아직 ‘추정’이다

24일 전남 완도의 전복 종자 양식장에서 스리랑카 노동자(35)가 숨졌다. 업주를 직접 만난 사노위는 며칠 전 고친 모터의 감전 사고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달 통영과 논산에 이어 또 한 명의 이주노동자가 일터에서 숨졌다.


교섭을 요구한 70곳 가운데 열린 곳은 18곳, 숭례문 앞에서 ‘진짜 사장’을 불렀다

24일 오후 철도·공항·지하철·병원·학교 노동자들이 숭례문 앞 세종대로에 모였다. 노조법 개정 7개월,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70곳 중 교섭이 열린 곳은 18곳이다. 참세상이 24일 전한 집회에서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결정하는 자는 어딘가 있는데, 책임지는 자는 없다”고 말했고, 철도노조 강철 위원장은 임금도 인력도 안전도 기관이 정하지 못하고 재정경제부 지침이 정한다고 했다.

노동청 앞 1인시위는 끝났다, 다음 자리는 쿠팡 본사 앞이다

노동부가 22일 쿠팡 산재 은폐 의혹에 불기소 의견을 낸 뒤, 지회는 서울고용노동청 앞 1인시위를 26일로 접고 11월부터 구의역 쿠팡 본사 앞으로 옮긴다고 알렸다. 책임을 묻는 자리가 정부 청사에서 회사 정문으로 옮겨 간다.


오늘의 논쟁

룰라의 유세장에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볼소나루의 유세장에는 이스라엘 국기가 있었다

26일 아침 한국의 X에서 ‘룰라 당선’이 트렌드에 올랐다. 축하는 세 겹이었다. 뉴욕 시장 맘다니는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고 썼고, 샌더스는 “비범한 재선 승리”라 했으며, 이재명 대통령은 “각별한 친구이자 동지”에게 한국어와 포르투갈어로 축하를 보내 2만 명이 공감했다. 평론가 전지윤은 축하의 결을 다르게 읽었다. 브라질은 이스라엘을 가장 앞서 비판해 온 나라였고, 두 유세장에 걸린 국기가 달랐으니 이번 결과는 “국제적 팔레스타인 연대와 대의의 승리”라는 것이다. 같은 승리를 두고 한쪽은 우정을, 다른 쪽은 대의를 말한다. 내일 이스라엘 총선이 열리는 날, 두 읽기 가운데 어느 쪽이 오래 남을지는 브라질 밖에서 정해진다.


접근금지는 석 달, 늘려도 아홉 달이다, 그 안에 피해자가 삶을 옮길 수 있나

대전 중구에서 24일 40대 여성이 옛 연인에게 살해됐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스토킹을 신고해 100m 접근금지와 스마트워치를 받았고, 3주 뒤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워치를 돌려줬다. 사건은 ‘혐의없음’으로 닫혔다. 이날 공개된 경찰청 자료는 202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살인 2,760건 가운데 543건(19.7%)에서 같은 가해자의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이 먼저 있었다고 적는다. 김정희원 교수는 피해자 보호조치가 “겨우 3개월 접근금지, 최대한 연장해도 9개월”이며 그 기간 안에 피해자가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썼다. 김남희 의원은 지배·통제 행위를 스토킹 유형에 넣는 개정안을 내겠다고 했다. 논쟁의 축은 하나다. 임시 보호의 길이를 피해자가 삶을 옮길 수 있는 시간에 맞출 것인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는지에 따라 끊을 것인가.


오늘의 단어

학생명부 세르비아어로 ‘스투덴츠카 리스타’. 2024년 11월 1일 노비사드 기차역 지붕이 무너져 16명이 숨진 뒤 2년 동안 거리를 지킨 학생들이 조기 총선에 낸 후보 명단이다. 정당이 아니고 지도부도 없다. 의료와 교육 같은 여러 직종의 후보가 섞였고 대부분 정치 경험이 없으며, 기존 야당 일부는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명부를 밀었다. 시위가 정당이 되지 않고도 선거를 이길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세르비아가 먼저 답을 냈다. 다음 물음은 더 어렵다. 지도부 없는 명부가 총리를 고르고 정부를 꾸릴 수 있는가. 블룸버그에 따르면 총리 후보는 정해지지 않았다.

오늘의 말

[주목] “쿠팡은 이제 경량급이 아니다, 체급에 맞게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한 말이다. 쿠팡은 8월 대규모유통업법 현장조사를 사전 통지가 없었다며 거부하고 소송을 냈고, 9월 공정거래법 조사에는 조사 결정 취소 소송과 10년치 자료 요구 가처분으로 맞섰다. 위원장은 조사 방해 과태료를 검토 중이라며, 조사 거부에 매출 1%의 과징금을 물리는 법 개정을 제안했다. 미디어오늘이 전한 발언에서 눈에 남는 것은 ‘체급’이라는 말이다. 노동부가 같은 회사에 불기소 의견을 낸 지 사흘 만에, 다른 부처는 같은 회사를 “사회적 흉기”가 될 수 있는 크기라 불렀다. 정부 안에서 쿠팡의 체급은 부처마다 다르게 재지고 있다.


05 오늘의 주장

1. 장애인 권리예산을 두고 세 지자체가 같은 주에 도마에 올랐다. 정의당은 26일 논평 「추미애 지사, 오세훈 따라 장애인 일자리도 뺏습니까?」에서 서울시가 2024년 같은 사업을 없애 400명의 생계가 흔들렸던 일을 들어 경기도가 집단 해고를 되풀이하지 말라고 했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3일 경기도청 앞 결의대회에서 예산 즉각 반영을 요구하고 27일부터 단식에 들어간다고 밝혔고,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6일 인천시청 민원실에서 교육권과 노동권, 자립생활과 생존권이 예산이 남을 때 보장되는 권리냐고 물었다. 입장은 한 지점에 모인다. 재정난은 지자체의 사정이고, 그 사정을 가장 먼저 덜어내는 자리가 왜 장애인의 노동과 돌봄이냐는 것이다.

2. 가상자산 과세를 네 번째로 미루려는 정부에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이 하루 사이에 잇달아 반대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25일 성명 「청년 핑계 대지 말고, 가상자산 과세 예정대로 시행하라」에서 2020년 입법 뒤 세 번 미뤄진 과세를 다시 늦추며 ‘청년 자산 형성’을 내세우는 것을 두고 “투자소득에 대한 과세 유예를 청년대책으로 둔갑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올 상반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액은 555조 원이고 계정은 1,100만 개를 넘는다. 정의당은 26일 「청년들은 빚투나 하라는 것입니까?」라고 되물으며, 2030세대 보유자의 65% 이상이 자산 50만 원 미만이라 유예의 수혜자는 청년이 아니라고 했다. 두 단체가 같이 지적한 것은 2024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금융소득 과세의 원칙이 선거 셈법에 따라 또 미뤄진다는 점이다.

3. 노동 쪽에서는 선거와 추모가 겹쳤다. 민주노총은 26일 직선 5기 임원선거 입후보자 기자회견을 열어 “각자의 방향을 내세우되, 공개적으로 경쟁하고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살아있는 민주노조라는 증거”라고 밝혔다. 네 후보조가 나섰고 투표는 11월 19일부터 25일까지다. 사회적 대화 참여와 초광역특구법 대응이 쟁점이다. 정의당은 이날 「故이한빛 PD 10주기, 정부는 방송 현장의 노동착취를 끝내라」에서 제작 현장의 전면 근로감독과 프리랜서 계약을 통한 노동법 회피 시정을 요구했다. 선거를 시작한 조직과 10년 전 죽음을 기억하는 정당의 말은 결국 노동시간이라는 한 자리로 모인다.

4. 한편 환경운동연합은 25일 「달성해도 늘어나는 플라스틱 ‘감축’ 목표, 기후부 국가환경종합계획 플라스틱 목표 다시 세워야」에서 목표를 채워도 배출 총량이 느는 계획의 셈법을 문제 삼았다. 비율로 목표를 세우면 총량이 늘어도 ‘달성’이 되고, 성장이 감축을 지운다.


06 사설·칼럼 비평

[주목] 프랑스 학생들의 분노를 교육예산 20% 삭감에서 출발시킨 글

「왜 프랑스인은 더 가난해졌나: 구매력 위기의 구조」 마이클 로버츠 참세상 · 10/26

지난주 프랑스 거리를 메운 학생들의 요구가 왜 교육예산이었는지를 숫자로 되짚는다. 학생 1인당 교육예산은 2017년 이후 약 20% 줄었고, 가난한 지역 학교의 기간제·신규 교사 비율은 50%에 이르며, 빈곤율 15.4%는 1996년 통계 이후 최고치다. 글이 말하지 않는 것은 운동의 다음 행동이고, 말하는 것은 그 운동이 겨냥할 과녁이다. 연금 수급자가 많이 받아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고 투자가 없고 성장이 멈춰서 가난해졌다는 진단은, 긴축을 내건 극우와 긴축을 집행하는 정부가 같은 처방을 들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2027년 대선 전에 사회주의적 대안을 다음 글로 약속한 점까지, 지금 읽어 둘 글이다.

[주목] 대통령의 변호인이 법무장관이 되면 안 된다고 쓴 쪽은 진보지였다

「대통령 ‘사법 리스크’ 방어한 박균택·양부남, 법무장관 적임자인가」 경향신문 · 10/25

법무장관 공석 60일째에 거론된 두 이름이 대통령의 백현동·성남FC 사건 변호인과 민주당 법률위원장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사설은 “이해충돌 소지가 있고 직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크다”고 적고, 대통령을 방어했던 인사들이 이미 요직에 많다는 점을 짚는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같은 두 사람을 ‘공소 취소’ 모임 소속이라며 문제 삼았는데, 두 사설은 결론이 같고 근거가 다르다. 조선은 두 사람의 정치적 계보를 묻고, 경향은 새 형사사법 체계에서 장관이 쥘 사건 지휘권의 크기를 묻는다. 검찰이 사라진 뒤 법무장관의 권한이 커졌다는 두 번째 근거가 이 사설을 진영 공방 밖으로 꺼낸다.

[비판] 지수를 띄운 책임은 정부에 묻고, 돈을 번 쪽은 묻지 않는다

「“주가 지수가 국정 목표인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조선일보 · 10/26

사설 스스로 적은 대로 코스피가 고점에서 40% 가까이 빠진 뒤에 나온 글은 정부의 ‘코스피 5000’ 공약과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을 비판한다. 이명박의 5000, 박근혜의 3000을 함께 세운 것까지는 공정하다. 사설이 보지 않는 것은 지수가 오르는 동안 누가 팔고 나갔는가다. 사설 스스로 “개미들의 손실만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적으면서, 그 손실의 반대편에서 고점에 물량을 넘긴 쪽과 레버리지 상품으로 수수료를 번 증권사는 한 번도 묻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개미의 손실’은 정부를 때리는 도구로만 남는다. 처방으로 내놓은 퇴직연금의 증시 유입은 결국 노후 자금을 같은 시장에 더 넣자는 말이다.

[비판]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라며, 2심 재판부가 배척한 ‘객관적 정황’은 묻지 않는다

「고법 판결도 대법원장 탓? 민주당만 모르는 재판 독립」 중앙일보 · 10/26

오세훈 서울시장 2심 무죄 뒤 민주당의 대법원장 탄핵론을 “초등학생 고학년이면 배우는 상식”으로 꾸짖는다. 하급심에 대법원장이 관여할 수 없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사설은 그 상식 뒤에 서서 판결 자체는 읽지 않는다. 1심이 인정한 여론조사 비용 대납 2,100만 원이 2심에서 ‘증거 부족’이 된 과정, 특검이 상고 이유로 든 객관적 정황은 한 줄도 없다. 재판 독립을 말하는 글이 재판의 내용을 비워 두면, 남는 것은 결과에 승복하라는 요구뿐이다. 사법 독립은 판결을 비판할 자유까지 포함한다. 그 자유를 ‘협박’이라 부르는 순간, 사설이 지키는 것은 독립에서 침묵으로 바뀐다.

[논쟁] 당일치기 방중을 ‘동맹의 균열’로 읽을 것인가, ‘협상의 신호’로 읽을 것인가

「김정은 위원장 깜짝 방중, 정세 변화에 대비해야」 한겨레 · 10/25

김정은 위원장이 24일 단둥을 찾아 왕후닝을 만난 일을 두고 세 신문이 세 갈래로 읽었다. 한겨레는 정상회담 없는 당일치기라는 점에서 북미 정상회담 같은 민감 현안이 오갔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11월 선전 APEC 전후의 변수에 “치밀하고 유연하게” 대비하라고 한다. 중앙일보는 같은 장면에서 안보는 러시아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안러경중’ 북한과 흔들리는 한미동맹을 읽고, 경향신문은 북러에 이어 북중까지 묶는 ‘적대적 두 국가론’의 활로 찾기로 본다. 세 글이 모두 비켜 간 것은 신압록강대교다. 개통 열흘 만에 지도자가 다리 건너편에 선 장면은 외교보다 경제의 신호에 가깝고, 제재 아래 북한 경제가 어디로 열리는지는 안보 사설의 언어로는 잘 잡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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