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사하키엘9102(Sahaquiel9102). CC BY-SA 4.0

최근 콜롬비아를 뒤흔든 반정부 시위는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Abelardo de la Espriella) 대통령이 8월 7일 취임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터져 나왔다. 이러한 시위의 배경에는 훨씬 더 광범위한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콜롬비아 학자인 마누엘 움베르토 레스트레포 도밍게스(Manuel Humberto Restrepo Domínguez)는 이를 “집단학살 단계에 접어든 파시즘과 자본주의에 맞서 인간성을 지키려는 저항이 폭발해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주요 도시의 거리를 휩쓸고 있으며, 10월 14일부터는 콜롬비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날 콜롬비아 시민들은 신임 대통령과 미국의 패권적 야심을 거세게 비판했다. 시위는 전국 62개 지역과 31개 주의 주도 모두에서 벌어졌다. 정치 경험이 거의 없는 극우 성향의 데 라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에 맞서 노동조합원, 노동자, 학생, 교사, 여성운동가, 원주민, 전직 공직자, 각계각층의 오랜 활동가 수천 명이 시위와 행진에 나섰다. 이처럼 대규모로 분출한 반정부 여론은 이례적이었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콜롬비아 역사상 유일한 진보 정부를 이끌었던 구스타보 페트로(Gustavo Petro) 대통령의 뒤를 이었다. 페트로는 보고타에서 시위대와 함께 행진했다. 페트로가 창당한 역사협약당(Historic Pact Party)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반 세페다(Iván Cepeda) 상원의원도 행진에 동참했다. 세페다는 1%포인트도 되지 않는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패배했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공세도 그의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

10월 14일 하루 전인 13일, 데 라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은 억압적인 대통령령 제1525호를 발표해 반대 세력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이 대통령령은 “시위대와 대화하는 것이 폭력 행위를 저지른 개인에 대한 법 집행 조치에 조건을 부과하거나, 해당 조치를 중단 또는 연기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전반적으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이 아니라 대통령령과 정치적 구호다.

블로거이자 공산당 활동가인 넬손 롬바나 실바(Nelson Lombana Silva)는 이번 시위를 ‘전국적 파업’이자 향후 총파업의 전조라고 규정했다. 그는 톨리마주의 주도 이바게에서 시위 상황을 전하면서 다음과 같이 규탄했다. “범죄적인 기동진압경찰(ESMAD)은 예술가와 문화 활동가들을 폭력적으로 공격하고, 청년과 어린이, 오랜 활동가들까지 구타했다. […] 시위 참가자들은 죽음과 절망을 불러오는 사악한 정부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경찰이 쏜 최루가스가 공원을 뒤덮으면서 공포가 확산됐고, 국가가 자행하는 테러가 벌어졌다.”

다른 지역에서도 경찰은 기자와 인권 활동가들을 폭행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체포했으며, 최루가스와 전기충격기, 고무탄을 사용했다. 메데인에서는 전차까지 동원했다.

BBC의 보도는 콜롬비아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주요 관심사 가운데 반정부 여론을 촉발한 것으로 보이는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정부는 최저임금과 연금을 삭감할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하지 않았다.
  • 정부는 과거 좌익 반군이었던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 체결한 2016년 평화협정을 더 이상 이행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이 협정에 따라 설립한 평화특별사법기구와도 협력하지 않을 방침이다.
  • 정부는 무장단체에 대한 군사작전을 우선시하고, 앞으로 남아 있는 좌익 반군 조직이나 FARC 이탈 세력과 협상하지 않기로 했다.
  • 정부는 니카라과 및 쿠바와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콜롬비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이스라엘과는 외교관계를 복원했다.
  • 콜롬비아 정부는 ‘전통적인 가족 가치와 기독교 도덕’을 옹호하는 ‘문화 전쟁’에 나서고 있다.
  • 새 정부는 미국이 주도해 출범시킨 ‘미주 방패’에 합류했다. 이는 미국이 중남미 지역 전역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기 위한 수단이다.
  • BBC는 데 라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이 콜롬비아의 유엔, 미주기구, 미주인권재판소 탈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경찰과 군의 작전 과정에서 ‘초법적 처형’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많은 콜롬비아 국민이 분노했다.

BBC는 콜롬비아가 미국 정부와 관계를 더욱 강화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 않았다. 콜롬비아 새 정부는 마약 밀매 조직에 맞서 미국과 공동으로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 다시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좌익 반군에 대한 군사작전을 벌이고 콜롬비아군 전반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하는 구실로 삼아 왔다.

10월 14일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군 600명이 조만간 콜롬비아에 파견돼 콜롬비아군과 합동 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 정부는 과거 실패로 끝났던 코카 재배지에 발암성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를 살포하는 정책도 부활시켰다.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과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미국이 마약을 운반한다는 의혹을 받는 연안의 소형 선박을 공격해 인명 피해를 내는 행위에 사실상 동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콜롬비아 새 정부는 자원 채굴 산업을 비롯한 미국 기업들에 사실상 무제한의 활동 자유를 허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에 따른 자원 약탈은 이미 심각한 피해를 입은 콜롬비아의 국토와 자연환경을 더욱 훼손할 것이다. 넬손 롬바나 실바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의 불법적이고 마피아 같은 정부는 짧은 기간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 이 정부는 국가 주권을 내팽개쳤을 뿐 아니라 천연자원을 닥치는 대로 넘겨주면서 국토 전체가 거대한 사막으로 변할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 석유와 귀금속 자원은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라는 광대 같은 대통령의 배신적이고 매국적인 정책 때문에 제국주의 세력의 손에 넘어갔다. 그는 말은 스페인어로 하지만 생각은 영어로 한다.”

마지막 표현은 데 라 에스프리에야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자이자 마이애미에 오랫동안 거주해 온 부유한 변호사라는 사실을 빗댄 것이다. 그는 미국으로 송환된 콜롬비아 마약 밀매범들과 준군사조직의 최고위 지도자들을 미국 법정에서 변호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었다.

롬바나 실바는 이어서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개혁을 되돌리려는 반동적 정책이 계속 추진되고 있다. 수압파쇄법을 이용한 자원 개발을 확대하고, 노동자 70만 명을 해고하며, 고산지대와 수자원 보호구역을 황폐화하고, 생태계를 파괴하고, 공교육을 민영화하고 있다. 또한 종교적 교리를 주입해 학생들의 사고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하는 인간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고, 오직 엉클 샘의 명령에 순종하는 존재로 남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보다 넓은 맥락에서 레스트레포 교수는 콜롬비아와 유럽에서 벌어지는 시위가 역사적으로 대립해 온 두 세력 사이의 갈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시위가 “한편으로는 식민주의 국가들과 결탁한 억만장자 집단에 종속된 정부 관리들이 이끄는 자본과, 다른 한편으로는 착취와 불평등, 부정의, 차별, 배제, 소외, 억압에 시달리는 평범한 시민들 사이의 역사적 대립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서 “이러한 저항 속에서 반란을 일으킬 권리, 즉 무기를 들고 저항할 권리와 사회적·시민적 차원에서 무기를 들지 않고 시위할 권리가 등장했다”고 덧붙였다. 레스트레포는 흥미롭게도 바로 미국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았다. 구체적으로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1849년에 발표한 ⟪시민 불복종⟫(Civil Disobedience)에서 그 근거를 발견했다.

그는 소로의 다음 구절을 인용했다. “모든 사람은 혁명할 권리를 인정한다. 다시 말해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너무 심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정부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고 그 정부에 저항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한다.”

[출처] Demonstrations Across Colombia Target New President and US Intervention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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