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의 단순한 목표 “독자를 줄어들게 하라”
언론개혁과 노동운동 그리고 민주노동당
최근 6개 신문사 법인과 사주가 조세포탈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고 검찰에 고발된 신문사에 대한 세무조사의 대략적인 내용이 공개되었다. 언론개혁을 둘러싼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된 것에 불과하다.
탈세 등 언론사 사주들의 불법행위와 관련한 부정적 여론은 언론개혁을 추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언론개혁을 둘러싼 싸움의 본질은 단순한 세금문제가 아니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신문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여론시장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데 있다. 싸움의 전망은 솔직히 그리 밝지 못하다.
이 문제는 지역감정 문제와도 비슷하다. 과거 많은 사람들이 지역감정은 군사독재정권이 정권유지를 위한 목적에서 조장해온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군사독재가 끝장남과 더불어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으로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군사독재가 붕괴한 이후로도 지역감정은 여전히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강화되기까지 했던 것이다.
언론사와 사주에게 엄청난 액수의 세금이 추징되고 사주가 구속된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그친다면 군사독재정권 붕괴 이후 지역감정이 자연스럽게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수구보수언론도 여전히 건재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세금을 낼 능력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언론탄압의 희생양으로 만들어낼 힘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수구보수언론에 의한 여론시장의 독과점이 노동운동과 민주노동당에게 미치는 부정적 폐해는 말할 것도 없다.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은 수구보수언론의 가장 큰 피해자이다. 따라서 언론개혁을 위한 싸움의 선두에 설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싸움은 수구보수언론에 의한 여론시장의 독과점구조를 타파하고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정당한 여론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 종합일간지 신문시장의 경우 흔히 조중동으로 불리는 3개 언론사가 점유하는 비중은 정확한 통계는 없어도 거의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는 75%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제품시장이나 일반 서비스시장에서의 독과점에 대해서도 경제적 측면에서의 폐해를 규제하기 위해 법을 만들어 규제를 가하고 있다. 여론시장의 독과점은 이 보다 훨씬 더 큰 폐해를 가져온다.
조중동은 여론의 형성과정을 지배하고 있다. 이들 수구보수언론에 의해 국민들의 여론이 형성, 지배되는 한 노동운동이나 진보적인 정당이 다수 여론의 지지를 얻기란 연목구어일 것이다. 개개인을 의식화하고 조직하는 수공업적 방식으로는 보수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여론장악력을 뚫고 나갈 수 없다.
따라서 노동운동이나 진보정당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운동과 투쟁의 정당성을 널리 획득하며, 나아가 많은 대중을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결집시켜 장기적으로 자신의 강령과 정책을 실현해가고자 한다면 그에 앞서 조중동의 여론시장 독과점 구조를 타파하여 여론시장을 공동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반영되는 공정한 시장으로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이번 언론사 탈세사건은 언론개혁투쟁의 중요한 계기로 되어야 하고 또한 실제로도 일정한 성과를 올리는 싸움이 되어야만 한다.
조중동이 장악하고 있는 종합일간지 시장의 경우 여론장악력은 그들이 소매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데서 온다. 즉 많은 사람들이 조중동을 구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론시장을 페어플레이가 보장되는 공정한 시장으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소매시장에서의 그들의 시장 장악력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즉 사람들로 하여금 수구보수적인 신문을 외면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언론사의 소유구조나 언론사 내부의 편집권 독립의 문제는 사실 부차적인 문제이다.
예를 들어 재벌의 경우를 보자. 솔직히 계열사 지분을 뺀 총수가족의 소유지분은 별로 높지 않다. 더구나 부채비율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업의 소유권은 채권은행이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재벌총수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들이 지배할 수 있는 결정적인 힘은 일종의 네트워크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우리사회 기득권층이 암묵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가치와 그들 사이의 물질적 상호의존관계에 기초한 네트워크이다. 소위 이회창 총재가 말한 바 있는 우리사회 메인스트림(주류)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사주가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사주의 영향력이 자동적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 기자들의 성명발표에서 보듯이 언론사의 간부들뿐만 아니라 일반 기자들도 메인스트림에 속하는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어느 정도씩은 포섭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개혁운동의 주체는 언론사가 될 수 없다. 결국 언론개혁은 언론사 외부에서 국민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국민들 앞에서 가장 열심히 싸워야 할 주체는 수구보수언론의 가장 큰 피해자인 노동운동과 진보정당인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의 실질적인 목표는 아주 단순하다. 즉 소매시장에서의 수구보수언론의 영향력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줄어들게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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