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원로들도 인권법 최종안에 반발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인권법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가운데 이돈명 변호사 등 민주화 원로들이 ‘인권법안 철회’를 주장하며 대

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원로들은 31일 ‘인권법 최종안 국무회의 통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갖고 “

그동안 법무부 주도로 진행된 인권법 논의과정을 지켜보면서 우려가 있었

지만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말을 아껴왔었다”며 하

지만 더이상 파행을 두고 볼 수 없어 이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형규 목사는 항간의 기대는 헛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국무회의를 통과한 인권법을 자

세히 살펴보면 과거 인권탄압을 말끔히 청산할 장치를 가지고 있기는커녕

오히려 인권유린을 은폐할 가능성 마저 농후해 ‘인권선진국’의 외양만 갖

추게 될 뿐 실질적으로는 ‘인권후진국’의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것”

이라고 비판했다.

원로들은 △인권위 설립에 있어 국가기관이 아닌 ‘특수법인’ 형태는 잘못

된 전제이며 △소외계층의 관심과 기대를 전혀 반영시키지 않고, 폐쇄적으

로 논의를 진행시켰기 때문에 정권의 일방적 시혜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

고 △애초 약체기구를 겨냥한 법무부안을 부분 수정한 것이어서 인권위원

회가 설치되더라도 국민의 냉소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성명을 통해 지적했

다.

또한 리영희 교수는 “인권법 제정의 최종적인 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

므로 대통령에게 보다 깊이 있는 관심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우리의 뜻을 전달하겠다”며 대통령과의 면담 추진을 밝혔다.

성명 참가자 : 고영구 권영길 강만길 김관석 김금수김동완 김상근 김성수

김승훈 김중배김진균 리영희 박순경 박용길 박정기박형규 유형석 이돈명

이소선 이재정이창복 이해동 이효재 조준희 최영도한상범 한완상 함세웅

홍근수

<인권법 최종안 주요 문제점>

인권위원회를 법무부의 보조기구화

인권위원회가 인권업무에 대해 국가기관의 활동을 보완(제2조 제2항)하도

록 하고, 인권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법무부로 명시(제6조)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인권위원회는 법무부의 업무보조 기구로 한정되는 것이다.

위원회의 모든 활동을 법무부 장관에게 통보(제65조)하게 하고, 위원회와

별도로 법무부가 인권보고서를 작성(제6조 제2항)할 수 있게 해 위원회의

독립성을 저해하고 있다.

특히 설립위원 위촉과 최초의 정관 인가, 대통령령에 의해 제·개정되는

주요사항을 법무부 장관에게 위임토록 해 법무부의 강한 영향 아래 놓이게

했다.

인권위원회의 조사범위와 조사거부

조사범위를 8가지로 한정시키고 환경권, 주거권, 교육권 등 사회권적 기본

권과 재소자의 인권, 표현의 자유, 집회·시위에 대한 자유 등은 조사대상

에서 누락되어 있다. 반면 국익을 해칠 우려·수사 방법상 기밀 누설 우

려· 명예나 사생활 침해의 우려 등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에 있어 조

사기관이 조사자체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더불어 위원회의 권한이 ‘시정명령’이 아닌 ‘시정권고’로 축소되어 사실상

인권개선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되었다.

1999년 4월 1일 목요일 제133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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