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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을 노사정위에 잔류시켜

민주노총 고립시키려던 정부 구도 일단 좌절

지난 2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정부는 한국노총을 노사정위원

회에 잔류시킴으로써 민주노총을 고립시키고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을 강경탄압으

로 저지하겠다는 방침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지난 4월 9일 한국노총조차도

조건부로 노사정위를 탈퇴함으로써 이 구도가 일단 좌절되었다.

정부는 지난 2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를 탈퇴한 이후, 민주노총과는 어떠한

실질적인 접촉도 회피해 왔다. 민주노총을 배제하면서 민주노총의 투쟁 명분을

약화시키기 위해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 문제나 노사정위의 위상 강화

제도화 등을 추진해 온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국노총과의 협상에 주력해왔다. 정부와 한국노총은 그 동

안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 및 성실한 사전협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자율성

보장 ▲고용안정 및 실업대책 ▲단체협상 실효성 보장 ▲노조의 경영참가 보장

▲노사정위 위상강화 제도화 등 6대 현안을 놓고 협상을 벌여 왔다. 그래서 노

사정위 탈퇴 여부 문제를 결정하기로 한 4월 9일 한국노총의 중앙위원회 직전까

지 몇 가지 사항을 정부 여당의 방침으로 발표하였다. 이것은 한국노총이 노사

정위원회에 잔류할 수 있는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

우선 실업자의 초기업단위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

법’ 개정과 노조의 정치헌금 허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정, 노사정위 위상 강화

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 3개 법안의 제 개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

졌다. 여당은 이를 위해 곧 법무부 등 관계부처와의 당정협의를 통해 입법화 작

업을 조속히 마무리짓기로 했다. 또 4월 10일 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노사정위원회 정상화를 위해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금지조항을 삭제하고

법정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법안을 올해 안에 마련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오는

2002년부터 사용자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을 부당 노동행위로 규정, 처벌조항을

명시한 현행 노동관련법을 연말까지 개정하고, 법정근로시간 단축 및 휴일 휴가

제도 등 근로시간 전반에 대한 전향적인 개선책을 연내에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4월 중 노 사 정 공익대표로 구성된 ‘노조전임자제도 원회’와 ‘근로시간제도 개선위원회’를 각각 구성, 합리적인 안을 도출한다는 일

정을 제시했다.

한국노총의 지도부인 산별노조 대표자회의는 정부의 이러한 방침을 수용하여

노사정 위원회에 잔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노총 지도부의 방

침은 160명의 중앙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위원회에서 거부되었다. 중앙위원들은

정부의 그 동안의 행태를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명하고

“정리해고를 방지하기 위한 확실한 보장이 없다”, “정부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

지는 지를 확인한 연후에 노사정 위원회에 들어가자”는 등 정부를 성토하면서

한국노총 지도부의 방침을 거부하고 ‘조건부 탈퇴’를 결정한 후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전개해 나가기로 결의한 것이다.

한국노총의 중앙위원들이 지도부의 방침을 거부하고 탈퇴 결의를 한 것은 한

국노총에서 조합원 대중이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기

류가 광범하게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한편 한국노총을 노사정 위원회에 잔류시키기 위한 정부의 방침에 대해 5대

재벌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이기호 노동부 장관이 김우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김창성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만나 노사정위 정상화

를 위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에 대해 양보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두 회장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어긋나

며, 근로시간 단축은 상응한 임금삭감 없이는 곤란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

면서 강력히 반대한 바 있었다. 또 9일 정부가 한국노총과 협의내용을 발표했을

때도 경총 등은 정부의 방침을 수용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혔다.

다른 한편 정부는 민주노총 총력투쟁의 선봉에 서서 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서

울지하철노조에 대해 사전 탄압을 가해오고 있다. 검찰은 19일부터 전개될 서울

지하철 노조 파업에 대해 불법파업으로 규정, 파업강행시 노조 지도부 전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공안대책협의회

는 이날 서울시, 노동부, 경찰, 기무사, 국정원 등 유관기관 관계자 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공동대처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검찰은

지하철 노조가 선로, 시설물을 점거하거나 전동차 운행 또는 기계조작을 방해하

는 등 폭력행위를 할 경우 즉각 공권력을 투입, 관련자 전원을 사법처리할 방침

이다. 검찰은 또 지하철노조가 파업돌입 이전에 이른바 ‘준법투쟁’ 형식으로 지

하철 운행을 방해하는 행위도 사실상의 불법쟁의행위로 간주, 즉시 공사측으로

부터 고소 고발을 받아 사법처리에 나서기로 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민주노총이 지하철노조 파업과 연계해 총파업을 강행할 경

우 민주노총 지도부를 엄단키로 하는 한편 ‘노학연대’에 대비, 오는 17일로 예

정된 7기 한총련 대의원대회를 원천봉쇄키로 했다.

이처럼 한국노총이 민주노총의 투쟁에 합류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민주노총

의 총력투쟁을 고립시키려던 정부의 구도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조건

부’이긴 하지만 탈퇴를 결정함으로써 일단 좌절되었다. 그리고 정부의 민주노총

총력투쟁에 대한 탄압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이는 투쟁의 선봉에 선 지하철

노조의 파업투쟁에 대한 사전공세에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노총의 노사정 위원회 조건부 탈퇴 결정에서 드러나듯이 노동자

대중은 IMF 신탁통치 이후의 생활상의 고통으로 인해 정부의 반노동자적인 신자

유주의 정책에 대해 광범하게 분노하고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노동

자의 저항 투쟁이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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