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약 보름동안의 파업을 푼 방송노조가 ‘얻은 것도 없이 손을 들고말 았다’는 조합원들의 질타속에 후유증을 앓고 있다. KBS, MBC 양사 노조는 집행부에 대한 신임투표까지 치를 정도로 내홍을 겪었다. 비록 재신임으로 일단락됐지만 이번 파업은 방송정책결정과정의 한 균형추로서 기능해온 방송 노조의 역할이 일정부분 약화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분석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방송노조가 파업에 들어갔을 때 시민언론단체들의 연합체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지지를 유보했다. 방송위원을 전원 국회에서 추천하자는 주장이나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안은 이상적이긴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낮은 내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방송노조의 이기주의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방송개혁위원회가 최종보고서를 내놓은 뒤 파업에 이르기까지 근 5개월 가까이 노조들은 MBC의 공적기여금, KBS의 예산권문제 등 자사현안에만 매달려 왔고,‘이것만 해결되면 방송법은 문제없다’는 식으로 여당과 물밑접촉을 해왔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이때문에 파업의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방송계의 분석이다.
방송노조는 그동안 방송정책에 있어 정치권력에 대한 강력한 견제역할을 해왔다. 이때문에 정부부처, 정치권과 더불어 방송노조는 방송정책 결정과정의 3대 세력중 하나로 꼽혀왔다. 이번 파업으로‘이기주의’의 비난에 직면한 방송노조가 과연 그같은 역할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이 인다. 대여투쟁의 한편에 서있는 야당은 물론이고 협상의 상대방인 여당조차도 노조를 믿으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만일 정치권끼리 야합한다면 이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까’라는 우려 마저 나오고 있다. 노조 내부에서는 이같은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방송을 제대로 하는 것뿐’이라는 본질적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이번 방송노조의 파업은 이처럼 따져볼 것이 많은 사건이다.
[저 자] 김사승 기자
[출 처] 문화일보
[발 행 일] 199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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