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노사가 산업구조 개편을 눈앞에 두고 합동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 8시간에 이르는 장시간 토론에도 불구하고 이날 토론회는 예상대로 “노사 간 이견만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전력노조 비대위의 공동의장을 비롯한 사무처장, 기획처장 등 5명의 간부는 2일부터 시한부 단식농성에 돌입하고, 오는 6일까지 단식투쟁을 벌일 방침이다. 이날 조합원들은 투쟁복을 착용한채 근무에 임했다.

*회사 경영책임자 대다수 참석

토론회는 지난 30일 오후 8시부터 서울 공릉동에 위치한 한전중앙교육원 에서 열렸다. 노조에서는 권원표 위원장을 비롯한 지부 간부 등 80여명이 참석하고 회사측에서는 부사장 등 경영책임자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토 론회의 제목은 ‘전력산업구조 개편 관련 노사 합동 공개토론회’를 가졌다.

이날 박용택 부사장은 “이번 토론회는 서로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통해 견해차를 좁혀보자는 것”이라고 설명 했다.

권원표 위원장은 “현행 전력 구조개편 방안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 문 제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노사간의 의견을 좁혀 나가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 구조개편 “정부 일방 시행” 지적

이날 토론에서 우선 쟁점이 된 사항은 “구조개편 과정에 한전 경영진조차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였다.

이정삼 관리본부장은 ‘전력구조개편위원회’에 한전 경영간부 및 실무자들 이 85명 가량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러나 한전은 주식의 53%를 정부가 갖고 있는 회사”라며 “종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인정하나 정책 결정권은 주인인 정부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인희 본사지부 위원장은 “정부가 노사 대립을 해결하기 위해 노사정위 에서 대화로 풀려고 하는 것처럼 전력 노사와 산업자원부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 구도로 대화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회사측은 “이미 정부 방침이 확정된 상황에서 노사정 대화를 하자는 주장은 때늦은 것”이라며 예상되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계속해서 강조, 노조측의 비난을 샀다.

*노사 모두가 안고 있는 문제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구체화되고 있는 발전소 매각 및 민영화 방침에 대해 한전 경영진조차 “무리가 있다”는 의견을 정부측에 제시한 것으로 확 인돼 관심을 끌었다.

이와 관련 회사측의 한 관계자는 “94년부터 분할 매각에 대한 검토는 계속돼 왔고, 자체 경영진단 프로젝트에 의하면 2010년까지 이를 완료해야 하 며 민영화문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구조개편안에 대해 점진적으로 시간을 갖고 추진할 것을 제안한 바 있으나 한전이 비효율의 대명사로 거론되면서 정부가 이에 반대해 강력한 구조개편 이 이뤄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사측 다른 관계자는 “구조개편의 문제점을 제기한 것이지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며 “정부 정책이 결정된 상황이니 발생되는 문제 점에 대해서는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기했 다.

하지만 노조측은 “인사문제 등이 정부에 종속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 침이라는 벽은 노사 모두에 해당되는 문제”라며 “회사는 정부 지침의 틀 안에서 논의하자고 하나 구조개편안 자체가 문제 투성이인데 이 안에서 논의 하자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안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한전의 분할 매각으로 발생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외채 가운데 67억불을 ‘디폴트’ 조건으로 해서 회사를 분할할 경우 일시 상환해야 하는 문제를 비롯, 전력산업의 경쟁체계 도입에 따른 전기료 인상 문제, 외국 업체에 매각 될 경우 향후 안정적인 전력 공급방안 등 난제들이 쌓여 있다.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안이나 규제위원회 등을 통해 회사들의 단합, 독점 의 횡포를 막겠다며 대안을 밝히고 있으나 이에 대한 노조측의 신뢰는 크지 않다.

박순관 본부 기획국장은 “졸속적인 정책으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는 한전 경영진과 종사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의사결정구조가 마련 되어야 한다”고 제기했다.

그러나 국민생활이나 산업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 해 회사측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이 인상되는 것이라기보다는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력감축은 없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목되는 것은 회사측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앞으로 인 력감축은 분명히 없다”고 확언한 것이다.

이날 구조조정본부장은 “영국의 경우 전력산업 구조조정 초기 단계에 14만명에 이르던 인원을 9만명으로 줄였으나, 한전의 경우 오히려 500명의 인원을 추가해야 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는 상황”이라며 “인력감축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다른 회사측 관계자는 “전력산업의 성장단계로 2015년까지 설비가 늘어날 것이며 따라서 인력이 더 필요하면 필요했지 정리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전체로 인원이 늘수도 있으나 현재 직원들의 고용이 보장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고 제기했다.

*비대위 지도부 단식농성

한편 노사합동 토론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2일 계획대로 권원표, 김응중, 오경호 등 3인의 공동의장을 비롯해 최영호 사무처장, 윤차룡 기획처장 등 총 5명이 시한부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지난 7월22일부터 지부, 분회를 포함한 비대위 전체 간부들이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노조는 8월 들어 투쟁의 수위를 높이고, 오는 14일 전국 동시다발 전 조합원 집회를 가질 예정이며, 8월중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파업에 돌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저 자] 진숙경 기자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9.08.03

[발 행 처] 한국노동정책정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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