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맞선 중앙일보의 투쟁(?), 그러나 사라진 언론개혁
지난 10월 1일 중앙일보 홍석현 사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 보광그룹
탈세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 회사 대주주인 홍석현 사장의 개인비리에 대
한 처벌로 마무리 된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소위 ‘중앙일보사태’로 불거지
면서 신문지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원래 문제의 출발이었던 홍석현 사장이
나 검찰은 뒷전으로 물러난 상태이고, 한나라당과 중앙일보가 여당과 청와대를
상대로 공격을 퍼부으면서 문제가 확산되었다.
중앙일보는 홍석현 사장의 구속문제를 ‘언론탄압’으로 부각시켰다. 중앙일보
지면을 빌어 중앙일보 언론탄압의 구체적인 사례를 폭로하기 시작했으며 국제
언론인협회(IPI)에 지원요청을 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앙일보가 지난 97년 대
선 때 이회창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했다는 것, 정권의 정책에 비협조적이었다
는 것을 빌미로 김대중 정권이 자신들을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중
앙일보를 본보기로 총선 전 ‘언론 길들이기’라며 제법 강도높은 공격을 진행하
였다. 이에 대해 마침 국정감사를 맞이한 한나라당이 맞장구를 치고 나온 것이
다.
그러나 홍석현 사장을 구속할 때부터 검찰이나 정권은 이미 이같은 사태를
우려했을 것이다. 때문에 짐작하지 못한 일도 아닐 게다. 결국 성역없이 수사
하는 검찰이나 정권의 개혁은 부각되고 자신의 사장을 비호하는 중앙일보는 비
난받으며, 홍석현 사장의 정확한 처리를 요구하는 식으로만 여론이 형성되는
것은 검찰이나 정권의 의도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중앙일보의
거센 칼날은 무뎌진 상태이고 맞장구를 치며 ‘언론탄압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
던 한나라당 특히 이회창 지도부의 입지만 곤란해지게 생겼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마치 개혁적인 정권인냥 떠들고
있는 김대중, ‘국민의 정부’ 또한 청와대 공보수석을 통해 언론에 압력을 행사
해왔다는 사실이다. 비단 중앙일보에게만, 청와대 공보수석의 전화를 통해서만
그랬겠는가. 정부의 정책과 맞지 않는 방향의 기사에 대해 정말 ‘항의’만 했겠
는가.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중앙일보에 있지 않다. 언론탄압의 시비를 가리는 데
있어 중앙일보가 옳으냐 청와대가 옳으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미 저 옛날부터
문제제기되고 있는 언론사 구조 자체에서 비롯되는 언론과 자본의 결탁, 그 언
론과 정권의 결탁을 낱낱히 폭로해내는 게 이 사건의 핵심일 것이다. 실제로
주요 언론사들의 지분은 직간접적으로 재벌이나 개별자본가가 소유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 자본이 다양한 방법으로 정권이나 정치권과 깊숙한
연관을 맺고 있어야 이 사회체제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게 되어 있다는 것도 모
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언론사들은 중앙일보처럼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대선 때 어느 후보를 위해
펜을 들기도 하고, 총선 때 어느 정권을 위해 펜을 들기도 한다. 중앙일보는
물론이고 한겨레신문에서부터 조선일보까지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이들은 지난
4월 지하철 파업이나 최근 한라중공업의 정당한 파업에 대해 한 줄 다루지도
않으며 오히려 자본과 정권의 목소리를 대신하기에 여념이 없다. 결국 자본과
정권과 결탁한 언론은 ‘여론’이라는 허울좋은 껍데기에 싸여 사람들의 눈과 귀
를 막고 있는 것이며, 공격의 칼날을 노동자민중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하
기에 우리는 여러 투쟁경험을 통해 제도권언론에 대해, 개혁적이라고 믿고(?)
있는 한겨레신문에게도 기대하는 바가 전혀 없다.
사실 언론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언론사를 지배하고 있는 자본과의 연계부터
끊어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노동자민중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구조를 만
들어내야 하지만 과연 자본가 정권 아래 제도권 언론의 본질이 변할 수 있을
까. 이미 그들은 개혁의 주체일 수 없으며, 이 사회를 ‘지금 이대로’ 유지하기
위해 그들이 어느 편을 들게 되는가는 안 봐도 뻔한 사실이다. 물론 그들은 겉
으로, 노골적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번 중앙일보 사태를 보
며 또 한 번 저들만의 ‘추잡한 쇼’를 볼 수 있었다. 되도록 추잡한 그들의 모
습을 폭로해내고 언론과 언론사주 그리고 정권의 본질을 모두에게 알려낼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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