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간 줄여 2000년엔 주5일근무를!
1. 임금도 따라서 줄어든다?
2. 일자리, 지키고 늘릴 수 있나
3. 주40시간노동의 현장을 가다
민주노총이 ‘주40시간노동제 입법화’를 올 하반기 주요과제로 설정함
에 따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도 지난해 6월4일 2천년부터 40시
간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민주노총과 합의한 바 있다. 그
래서 주40시간노동제는 이제 당위가 아니라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문
제로 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일부 노동자들 사이에 이를 껄끄럽게
여기는 정서가 없지 않은 것 같다.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제기되는
일부 의문점을 따라가며 세 차례에 걸쳐 그 가능성과 노동자에 미치
는 영향을 짚어본다. 편집자.
‘중노동’ 강요하는 임금책정관행 없애야
“주40시간노동제, 그거 반대할 사람 있겠습니까? 하지만 근무시간 줄
었다고 임금까지 덩달아 깎인다면 차리리 지금이 낫지요”
노동시간단축 문제를 바라보는 유성기업노조(부천) 최홍귀(36)씨의
솔직한 생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IMF가 터진 뒤 임금이 크게 줄면
서 고생한 생각을 하면 노동시간을 따질 계제가 아니다. 그래서 이
회사 노동자들은 요즘 한 달 평균 약 60시간씩 초과노동을 한다. 최
씨의 경우 여가시간을 뜻있게 보내고 싶어 되도록 잔업, 특근을 피하
는 편이지만 그래도 30시간은 한다. 통상급만으로는 도저히 생활을
꾸려나갈 수 없는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간이 줄면 연장근로수당도 따라서 줄어든다. 당
연히 임금수령액도 깎이게 된다. 그러니 노동시간이 준다고 선뜻 반
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실제로 외환위기가 터진 뒤 기본급삭감에
상여금반납으로 임금이 깎였지만, 조업단축 때문에 줄어든 임금도 적
지 않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노동시간단축과 임금삭감은 별개문제다.
우선 ‘법정노동시간’과 ‘실제노동시간’으로 나눠 살펴보자. 민주노총
요구대로 법정노동시간을 현행 주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더라도
그에 따르는 임금삭감은 있을 수 없다. 전경련을 비롯한 자본쪽이 임
금삭감 주장을 펴곤 있지만 어느 모로 보나 억지에 가깝다.
문제는 실제노동시간이다. 제조업 생산라인의 경우 잔업을 빠지는 사
람이 드물만큼 초과노동이 일반화돼 있다. 연장근로수당이란 게 본디
가외로 버는 돈인데 으레껏 초과노동에 나서는 이유가 뭔가. ‘돈독’이
올라서도, ‘일중독증’에 걸려서도 아니다.
고용계약 때부터 초과노동을 해야만 먹고살 수 있도록 임금을 책정해
온 관행 탓이다. 일부 영세사업장에서는 아예 하루 10∼12시간노동을
기준으로 월급을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상당 기간 잔업이나
특근이 끊기면 노동자는 당장 생계에 압박을 느끼게 된다. 이 경우
노조가 나서서 회사쪽에 잔업, 특근을 ‘간청’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과거엔 조합원들 사이에 주5일근무제 요구가 높았으나, 부도사
태 이후 잔업이 거의 끊기면서 노동시간단축보다는 생계비가 더 급박
한 실정”이라는 기아자동차노조 간부의 말처럼 현실의 벽은 두텁다.
반면 한국 노동자들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중노동’에 시달려왔다.
과로사를 비롯한 후유증이 큰 사회문제로 떠올라 있는 실정이다. 최
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라도 노동시간단축은 절박하다. 그러나
사람답게 살자고 노동시간을 줄이는데 덩달아 임금도 깎이면 결국 도
로아미타불이다. 물론 노동시간이 줄더라도 사용자가 이전의 임금수
준을 알아서 유지시켜준다면야 별문제다. 그러나 법정노동시간 단축
분까지 깎자고 나오는 판에 기대하기 힘든 얘기다.
결국 유성기업 최홍귀씨의 지적처럼 “노사간의 힘관계에 달려 있음”
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는 ‘전액보전’, ‘일부보전’, ‘전액삭감’ 중 하나
가 될 것이다. 민주노총 김태현 정책기획실장은 이와 관련해 “노동시
간단축은 역사적, 사회적으로 이미 정당성이 입증된 만큼 총력투쟁으
로 쟁점화한다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와 함께 “설
령 전액보전을 따내지 못해 일부가 깎이더라도 그것에 집착하다 보면
‘저임금->초과노동수당에 의존->장시간노동’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넓고, 길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하대 윤진
호교수(경제통상학부)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조정은 노사간의
상호양보가 불가피하다”고 전제하면서 “노동시간단축을 주요한 사회
적 의제로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소극적인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시간단축은 장시간노동 관행을 바꾸는 일인 만큼 노사갈등
을 피하기 힘들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소득보전기금’을 정책대안
으로 내놓고 있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르는 임금삭감분을 ‘사회적으로’
보전하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이 비용을 분담하거나 금
융소득종합과세, 고용세 등을 도입함으로써 그 재원을 마련할 수 있
으리라 보고 있다. 이태리와 프랑스 등에서도 효과를 본 방법이다. 이
점은 자동차 등 일부산업처럼 고용유지를 위해 법정노동시간 이하로
노동시간을 줄일 경우에도 만찬가지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임금체계개편
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윤진호교수는 이와 관련해 “일당
제(시간급)를 월급제로 바꿔 기본급 비중을 높이는 등의 조치가 뒤따
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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