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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교가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올리고 대통령이 그를 “비열하다(nasty)”고 응수할 때, 그 순간에는 정치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 도덕적 상처가 나라에 새겨진다. 그런 일이 뒤이은 사건들 속에 너무 쉽게 잊힐 때, 그 상처는 더 깊어지고, 마침내 우리 모두를 집어삼킬 위협이 된다.

그 상처가 어디에서 왔으며, 수십 년에 걸쳐 어떻게 자라왔는지를 기자 캐서린 스튜어트(Katherine Stewart)의 신간 ⟪돈, 거짓말, 그리고 신: 미국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운동 내부⟫(Money, Lies and God: Inside the Movement to Destroy American Democracy)가 다루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민주주의의 전통적 요소들을 공격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고 거세서 논평자들이 압도되고 혼란에 빠진 지금, 스튜어트는 트럼프라는 인물 너머를 바라보며 그를 지지하는 운동에 주목한다. 그는 트럼프가 미국 정치에서의 급진적 단절을 의미한다기보다는, 오랜 시간 축적되어온 반(反)민주주의 세력이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결과라고 본다.

이번 책은 스튜어트의 세 번째 저서로, 세 권 모두 기독교 우파를 다루고 있지만 그 범위를 점점 확장해 왔다. 처음 책에서는 복음주의 세력이 공립학교에 침투하는 과정을 조명했고, 다음 책에서는 기독교 우파가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운동으로 기능하는 방식을 다뤘다. 이번 책에서는 이들이 현재 반민주주의 세력의 광범위한 생태계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이 흐름은 그가 설명하는 운동의 발전 양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이 운동은 극적으로 성장해 왔고, 그 배경에는 막대한 경제적 불평등과 사회적 해체가 있다. 그로 인해 “공익에 대한 믿음이 붕괴되고, 지위 불안이 전염병처럼 확산했으며, 인구의 상당 부분이 음모론과 허위 정보에 취약해진” 것이다.

그러나 스튜어트는, 경제적 파괴가 이 반(反)민주주의 운동의 비옥한 전제 조건을 만들어냈을 수는 있지만, 이 운동이 실제로 일관성을 얻게 된 것은 “극도로 자기 이익에 몰두한 주도 세력과 후원자들”뿐 아니라, 운동 내 여러 부문과 분파를 관통하는 보수주의적 피해 의식이라는 공통된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스튜어트는 독자들에게 이 운동의 여러 주체들을 소개한다. 예컨대 ‘마가(MAGA) 싱크탱크’인 클레어몬트 연구소의 지식인들이 내세우는 지적 허세, 리어웨이크 아메리카 투어(ReAwaken America Tour)에 참여한 카리스마 넘치는 사기꾼들의 환상적인 주장들, 도널드 트럼프를 “신의 혼돈의 후보”로 내세운 ‘영적 전사’들의 활동을 다룬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들을 따라가며 이 운동을 하나로 묶는 공포 중심의 정치라는 공통된 실을 추적한다. 이 실은 운동을 하나로 엮는 동시에 그것을 풀어낼 수 있는 실마리이기도 하다.

스튜어트는 지난 2월 <인 디즈 타임스>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쓴 책, 국가를 재구성하려는 반동적 운동, 그리고 그것을 물리칠 희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당신의 첫 번째 책 ⟪굿 뉴스 클럽⟫(The Good News Club)은 제목에서 언급한 학교 복음화 단체라는 특정 조직에 초점을 맞췄다. 두 번째 책 ⟪권력 숭배자들⟫(The Power Worshippers)은 정치 프로젝트로서의 기독교 민족주의에 집중했다. ⟪돈, 거짓말, 그리고 신⟫(Money, Lies and God)에서는 미국을 위협하는 더 광범위한 반민주주의 운동을 다루며 이를 “반동적 허무주의(reactionary nihilism)”라고 부르고 있다. 이 표현은 무슨 뜻인가?

나는 허무주의를 창조가 아닌 파괴를 근본적 목표로 삼고, 어떤 선언 없이도 그 행위 자체로 이 세계에 진정한 진리나 가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부정하는 사람들을 설명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반동적”이라는 말은 더 나은 상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행적 사회 질서—예컨대 성별 위계, 특정한 표현 양식의 억압, 종교적 비순응자에 대한 신앙의 자유 공격—가 포함된, 어떤 허구의 ‘더 나았던 과거’로 돌아가려는 경향을 뜻한다.

나는 이 두 단어를 결합해 반민주주의적 반동을 설명하고자 했다. 물론, ‘좋았던 옛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이 허무주의자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주주의 정치 체제와 그 이상, 제도들이 너무 끔찍해서 파괴되어야 하며, 동시에 과거의 황금시대에 대한 완전히 허구적인 환상을 숭배하는 사람들—나는 이들을 허무주의자라고 본다. 이들의 비전은 현실에 기반하지 않고, 과거에 투영된 환상 속으로 도피하려는 것이다.

이 더 넓은 관점에서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는 어떤 역할을 하나?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왜냐하면 일반 지지자들에게 기독교 민족주의는 도덕성 없고 권위주의적인 지도자들, 반(反)민주주의 운동에 대한 자기 지지를 정당화해주는 중요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정치 운동은 헌법과 미국의 민주주의 이상에 분명히 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 운동의 지도자들은 애국심을 갖도록 교육받은 대중에게 그 입장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바로 이 점에서 기독교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것이 유용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독교 민족주의가 이들이 하는 모든 일을 설명해주는 전부는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더 큰 그림을 보면, 기독교 민족주의는 여러 측면에서 자기 정당화 전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독교 민족주의는 자신을 그렇게 규정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기독교 민족주의적 의제에 힘을 실어주는 수많은 유권자나 지역 활동가들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이 일반 지지층은 기독교 민족주의를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하며 운동을 이끄는 정치 목사, 전국적 활동가 등 소수 핵심 지도자 집단과는 구별되어야 한다.

당신은 외부인들이 기독교 민족주의를 정체성, 교리, 정책 등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반면, ‘내부에서는 그것이 특정한 감정들의 집합’ 혹은 네 가지 요소로 구성된 사고방식처럼 보인다고 주장한다. 그 네 가지 요소는 무엇이며, 왜 이런 방식이 이 운동을 이해하는 데 더 적절한가?

첫 번째 요소는 정체성 정치다. 이 운동의 핵심 메시지는 “우리” 대 “그들”이라는 구도이며, 누가 ‘진정한 미국인’이고 누가 아닌지를 가른다. ‘내부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국가의 ‘진정한’ 대표라고 믿고 지배할 권리가 있다고 느낀다.

두 번째 요소는 박해 서사, 즉 백인 보수 기독교인만큼 박해와 절멸의 위협에 놓인 집단은 없다는 인식이다.

세 번째는 파국주의다. 이는 세속 자유주의자들, 페미니스트들, 그리고 ‘각성한’ 이들과 같은 존재들 때문에 미국이 종말의 벼랑 끝에 있다는 사고방식이며, 진정한 미국인들을 추한 운명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동 지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미 규칙이 무너졌기 때문에 규칙을 어길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며, 오직 강한 자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권력을 장악하고 법치주의를 폐기한 뒤 강권 통치를 펼칠 권위주의적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당신은 외부 분석자로서 이 반(反)민주주의 운동의 주요 행위자들을 자금을 대는 이들, 사상가들, '하사관들', '보병들', 권력 핵심 인물들이라는 다섯 범주로 나누고 있다. 그리고 '자금을 대는 이들이 사상가나 하사관들이 팔고 있는 것, 혹은 보병들이 듣고 있는 것과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한다.

이처럼 범주를 나눠서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이 운동이 지도자 주도형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동의 의제는 일반 지지자들이 설정하는 것이 아니다. 둘째, 이 운동이 단일한 덩어리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서로 충돌할 수도 있는 다양한 구성 집단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상호 착취와 공생의 순환 속에서 서로를 자극하기도 한다. 자금을 대는 이들은 권력과 특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논리를 개발하도록 사상가들에게 돈을 댄다. 그런데 사상가들은 그 돈의 일부를 다시 사용해 자금 제공자들의 불안을 부추기고, 때로는 그들의 장기적 목표와 일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들을 급진화시킨다. 그리고 물론, 그 돈은 일반 대중을 조작하는 데에도 사용된다.

이러한 범주 구분은 운동 지도자들의 이데올로기적 수사를 운동의 더 깊은 동기와 분리해서 바라보는 데에도 유익하다. 기독교 민족주의는 매우 중요하지만, 돈과 권력은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지도자 집단 중 일부는 유사 자유지상주의적 경제 비전을 지지하고, 다른 일부는 더 독재적이거나 신정주의적인 통치를 추구한다. 그러나 이러한 차이에도 이들은 모두 같은 배를 타고 있으며, 자신들의 이익에 법적·재정적 특권을 안겨줄 공통의 정치적 비전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가장 큰 괴리는 경제적 상층부의 부 집중을 정당화하고 확대할 정책을 원하는 자금 제공자들과, 종교적 민족주의를 걷어내면 결국 더 나은 삶과 노동 조건을 바라는 일반 대중 사이에 있다.

이 운동의 가장 큰 강점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이다. 이들은 권력을 쥐기 위해 협력할 수 있으며, 차이를 제쳐두고 '각성한' 세력을 파괴하기 위해 단결하고 있다. 반(反)각성 담론은 항상 능력주의와 개인 책임이라는 언어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지배 엘리트에게는 긍정적 차별조치를 제공하고, 소외된 공동체를 제자리에 가두려는 방식이라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다.

당신이 분석한 많은 사상가들은 클레어몬트 연구소와 연관되어 있다. 이들은 정확히 무엇을 '팔고' 있는가?

클레어몬트 연구소는 1970년대 후반, 정치철학자 해리 빅터 자파(Harry Victor Jaffa)에게 영감을 받은 일부 대학원생들에 의해 결성된 보수 성향 싱크탱크다. 처음부터 보수적이긴 했지만, 이후 수년간 점점 더 반동적이고 극단적인 방향으로 나아갔다.

이 연구소는 지금 매우 강력한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클레어몬트는 트럼프와 깊이 연결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의 내각 인선 다수와 공화당 주요 정치 흐름과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현재 클레어몬트는 정치 폭력과 근본적인 비자유주의를 지지하는 자들에게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은 인종주의적 ‘대체 이론’ 및 각종 음모론자들에게 출판 기회를 주고, 호의적인 서평을 쓰고, 심지어 펠로우십을 제공하기도 하며, 민주주의를 불태워버리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지원을 제공한다.

이 연구소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나치 정치이론가 카를 슈미트(Carl Schmitt)가 말한 ‘예외 상태’, 혹은 ‘비상 상태’다. 이들의 관점에서 미국은 너무 심각하게 붕괴했으며, 반드시 망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개입이든 정당화되며, 방해가 되는 모든 법과 제도는 무시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들은 지금의 위기의 원인이 “각성한 엘리트”의 부상이라고 본다. 이 엘리트는 ‘행정국가’를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을 파괴하려 하고 있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믿는다.

보수 가톨릭 자금 제공자들과 사상가들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당신은 이들의 기관이 ‘전통적 교계제도 내부에서가 아니라, 그 외부 또는 병행해서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가톨릭 측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다. 대개 기독교 민족주의는 백인 복음주의자들과 동의어로 이해되지만, 실제로는 보수 가톨릭 세력이 특히 지도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다만 가톨릭 교회 내부에는 분열이 존재한다.

교계 일부는 경제와 환경 문제를 중심으로 좌파적 입장을 취한다. 반면 강경 우파는 정반대 방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은 극우 포퓰리즘과 선동 정치에 직접 호소할 뿐 아니라, 경제 보수주의자들 및 ‘자본주의 지지자)’과도 강력한 동맹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강경 우파 내부에도 또 다른 분열이 있다. 기존의 위계 구조가 존재하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에 반대하고 사회적으로 극단적인 보수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아동 성폭력 스캔들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고, 그 결과 많은 일반 가톨릭 신자들의 눈에 전통적 위계 구조의 정당성이 약화되었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초부유층 보수 가톨릭 평신도 일부가 나서서 교회 관련 활동의 자금 흐름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신학을 극우적 경제·사회 입장과 결합하려는 메시지 전략 등 외부 조직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당신은 ‘영적 전사들’에 관한 장을 하나 할애했는데, 이들은 오순절(Pentecostal) 전통에서 주로 등장했고, 시작부터 다인종적이었기에 많은 기독교 민족주의 세력과는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 이들은 더 큰 그림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

중요한 점은, 미국에서 종교는 고정된 상태로 머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종교는 언제나 진화해왔고, 지금은 아주 강한 변화를 겪는 중이다. 이 변화에서 승자는 ‘뜨거운’ 종교들이다. 이들은 강렬한 감정에 호소하고, 즉각적인 보상을 약속하며, 모든 사건, 특히 정치적 사건을 영적 전쟁의 징표로 해석한다.

이러한 종교 형태는 기독교 민족주의 운동과 반(反)민주주의적 반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 종교의 언어와 스타일은 오순절이나 카리스마 운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미국 내 종교 부문들로까지 퍼져나갔다. 심지어 비신앙적인 정치 지도자들조차도 이 언어를 이용하는 법을 배웠다.

결론 부분에서 당신은 희망의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쉽게 해결할 방법은 없다. 하지만 몇 가지 제안을 할 수는 있다. 첫째, 지금은 도덕적 용기가 필요한 때다. 지금의 공격은 연방 공무원들의 실직, 필수 정부 서비스에 의존하거나 혜택을 받는 미국 시민들의 피해 등 실제 사람들에게 실제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둘째, 실질적인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구축하는 데 참여해야 한다. 앞으로 2년도 채 안 남은 시점에 선거가 있다. 평등, 다원주의, 법치주의, 책임 있는 지도력을 지지하는 유권자층을 적극적으로 동원해야 한다. 또한 투표율이 낮은 유권자층을 겨냥해 지금부터 조직에 나서야 한다.

셋째, 순결성 시험을 버려야 한다. 우리는 큰 텐트를 만들어야 한다. 미국처럼 크고 다양한 나라에서 모든 문제에 동의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몇 가지 핵심 가치를 공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반드시 협력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반민주주의 운동이 추진하는 정책들이 다수 미국인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공익을 증진하는 정책을 더 공격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출처] A Movement to Destroy Democracy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폴 로젠버그(Paul Rosenberg)는 오랫동안 활동가로 일하다 언론인으로 전향한 인물로, 2001년부터 로스앤젤레스 항만 지역의 대안 격주간지 <랜덤 렝스 뉴스>(Random Lengths News)에서 편집자로 일해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