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해고노동자들이 복직을 요구하며 부산에서 서울까지 480㎞를 걷는 ‘희망뚜벅이’ 행진을 마치고 31일 청와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다. 2021년 정리해고 이후 5년 가까이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직접 면담과 해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청와대는 대통령 면담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호텔 희망뚜벅이 집행위원회와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민주노총 서울본부 등은 31일 오후 5시 청와대 앞에서 해고자 복직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전 11시 남태령역에서 마지막 행진을 시작해 오후 1시 30분 신용산역, 오후 3시 명동 세종호텔, 오후 3시 30분 서울고용노동청을 거쳐 청와대로 향할 예정이다. 해고노동자들이 일했던 세종호텔을 직접 지나 정부에 복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마지막 행진이다.

이번 희망뚜벅이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해 한 걸음씩 힘을 보태자는 ‘십시일보’를 제안했고, 세종호텔 해고노동자와 노동·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9월 28일 부산 호포역에서 출발했다. 참가자들은 양산과 밀양, 대구, 구미, 대전, 세종, 수원 등을 거쳐 34일간의 여정 끝에 서울에 도착할 예정이다. 행진에는 세종호텔 노동자뿐 아니라 리노공업,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서면시장 등 장기 투쟁사업장 노동자들도 함께했다.
세종호텔 해고 사태는 2021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세종호텔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민주노총 조합원 12명을 포함한 노동자 15명을 정리해고했다. 노동자들은 민주노조 조합원을 겨냥한 해고라고 반발했지만, 2024년 대법원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현재 해고자 6명이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호텔의 영업실적이 회복되면서 복직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호텔이 흑자로 전환했는데도 해고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은 지난해 2월부터 명동역 인근 구조물에 올라 336일간 고공농성을 벌였지만 복직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올해 1월 14일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노사 교섭에 참여했으나, 1월 29일 8차 교섭 이후에도 복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해고노동자들은 정부에도 책임을 묻고 있다. 세종호텔 운영회사인 세종투자개발의 지분 100%를 세종대학교 학교법인 대양학원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교육부가 학교법인에 대한 관리·감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최교진 교육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교육부는 세종호텔이 별도 법인으로 학교법인의 수익사업체가 아니어서 직접 감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희망뚜벅이 참가자들은 마지막 목적지인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직접 면담도 요구했다. 그러나 김진숙 지도위원은 지난 28일 SNS를 통해 대통령과 김경자 청와대 사회수석이 일정상 면담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480㎞를 걸어온 해고노동자들에게 정부가 직접 답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고진수 세종호텔지부장은 지난 27일 신문 기고에서 480㎞ 도보행진의 목적을 밝혔다. 그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해고자 복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는 세종대학교 감사 결과와 사학비리 해결 대책을 묻겠다고 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을 직접 만나 해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겠다고 밝혔다. 고진수 지부장은 “우린 5년 동안 길거리를 헤매고 있다”며 오랜 기간 일터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의 현실을 호소했다.
김진숙 지도위원도 희망뚜벅이 출발 당시 “여기 복직의 의지 하나로 5년을 버텨온 사람들이 있다”며 복직을 포기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싸움을 알리기 위해 다시 길을 나선다고 밝혔다.
31일 청와대 결의대회는 480㎞ 도보행진의 마지막 일정이지만, 해고노동자들의 복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해고 문제 해결에 직접 나서고, 호텔 측이 복직을 위한 교섭에 응할 것을 요구하며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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