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3시 코오롱 구미공장 정문앞에서 열린 이·취임식에는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 배강욱 화섬연맹 위원장 등 400여명이 참석해, 정리해고자 전원 당선이라는 쾌거를 올린 신임 노조 집행부를 격려하고 연대의지를 피력했다.
최일배 신임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출입문 마다 쇠사슬을 채우고 자물쇠로 잠그는 등 인간 이하의 만행들이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코오롱 구미공장은 더 이상 일터가 아니다"라며 "이렇듯 악랄한 사측의 탄압 속에 치러진 이번 10대 임원선거에서 정투위 후보가 당선된 것은 기적이 아니라 그동안 억눌렸던 조합원 동지들의 분노의 폭발"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일배 위원장은 "사측은 선관위원장을 매수 협박하여 선거무효를 선언하게 사주하"고 "10대 집행부 상집으로 임명되더라도 절대로 인사발령하지 않겠다는 협박으로 상집구성까지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비록 지금 당장은 현장 출입조차 봉쇄되어 현장활동을 할 수 없지만 준비된 실천 가능한 투쟁부터 하나하나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취임식을 마치는 것으로 코오롱노조 10대 집행부는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사측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여전히 이들의 현장 출입마저 막고 있어 신임 집행부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일배 위원장 등 '코오롱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정투위) 소속 6명의 임원들은, 새로 구성될 상임집행위원회를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조합원들로 꾸린다는 계획이지만 사측은 단체협약으로 보장된 9명의 상근자를 발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황인수 신임 사무국장은 "상근자와 관련해 회사에서 현장 조합원들에게 '그렇게 가면 그길로 그냥 간다'고 협박을 하고 있다"며 "상대후보와 선관위원장의 무효주장이 조합원들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오늘 이·취임식을 했으니 내일부터 노동조합 임원으로서 현장을 방문하고 정당한 조합활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미시청 "신고필증 교부할 수 없다"
사측의 신임 집행부 불인정 방침외에도 코오롱노조가 맞딱뜨린 문제가 또 있다. 구미시가 이번 코오롱노조 임원선거에 따른 대표자변경신고에 대해 필증을 교부하지 않고 있는 것.
노조는 지난달 29일 선거관리위원회 명의로 공고된 '제10대 임원선거결과 및 선결종결선언'과 함께 '노동조합대표자변경신고서'를 구미시에 보냈다.
그러나 구미시는 3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본 민원서류 검토 중 임원선거 효력에 다툼이 있어" "임원선거에 대한 명확한 효력이 확인될 때까지 민원처리 기간을 연장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상대편 후보측이 제출한 "이의신청서류에 찍힌 도장은 실제 공문서수발 도장이 아닌 스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구미시는 아무런 하자가 없는 코오롱노조의 정식 공문을 무시하고, '무효선언' 후 잠적한 선관위원장의 사인만 있는 민원을 받아들인 결과여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담당자인 구미시청 근로복지과의 나삼태씨는 "양쪽의 의견을 들어봤으나 어느 쪽 입장만 맞다고 단정하기가 어렵고 우리가 판정하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노동위원회나 사법기관의 의견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대 후보의 공문에 찍힌 도장이 스캔인 걸 확인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나씨는 "선관위원장이 직인을 안 줘서 못 찍었다고 얘기하더라"며 "선관위원장 본인의 서명이 있기 때문에 문제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구미지역협의회는 4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구미시는 김관용 구미시장의 사인을 스캔받아 도처에서 사용해도 인정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며 "서류에 대한 행정적 판단이 아니라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합법적 노조임원 당선자를 부정하는 구미시의 행위는 사측과 똑같이 반민주주적이고 반노동자적"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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