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FTA 협상에서 요구하고 있는 의약품 특허 기간 연장 요구를 한국정부가 수용할 경우, 신약의 특허 기간이 현재보다 약 5년 정도 연장되는 한편, 이에 따른 국민 의료비 부담액 증가가 약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 요구 중 2가지만 수용해도, 특허 기간 5년 연장
보건복지부가 현애자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 측은 현재 의약품 지적재산권 분야와 관련해 ‘허가-특허 연계’, ‘허가심사 소요기간에 대한 특허 연장’, ‘데이터 독점’, ‘강제 실시권 제한’, ‘허가신청을 위한 특허 사용’ 등 5가지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자료를 분석한 현애자 의원은 “5가지 요구 중 ‘허가-특허 연계’와 ‘허가심사 소요기간에 대한 특허 연장’ 두 가지만 수용되더라도 신약의 특허 기간이 약 5년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고 16일 밝혔다.
미국 측이 요구하고 있는 ‘허가-특허 연계’는 복제의약품의 허가 신청 시 그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통보하고, 특허권자가 특허 침해를 주장할 경우 복제의약품의 허가를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신약의 특허 침해 분쟁 발생 시 복제의약품의 허가를 30개월 동안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또 제약사가 출시한 특허 신약의 허가 여부를 식약청이 심사하는데 걸리는 기간(최대 2년)만큼, 특허 기간을 늘리는 ‘허가심사 소요기간에 대한 특허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FTA협상에서 한국 측이 미국의 ‘허가-특허 연계’, ‘허가심사 소요기간에 대한 특허 연장’ 2가지 요구만 수용하더라도 사실상 신약의 특허 기간이 현재보다 5년가량 연장되게 된다는 게 현애자 의원의 지적이다. 또 현애자 의원은 신약의 안정성 및 유효성 입증을 위해 식약청에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를 다른 제약사의 의약품 허가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이터 독점권’ 등이 수용될 경우에는 “국내 제약업체의 복제의약품 생산은 크게 위축되어 간접적인 특허 연장효과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허연장 5년 연장 시 건강보험 약제비 증가 1조 원
문제는 특허연장에 따라 발생하게 될 추가이익의 대부분을 신약 특허를 가지고 있는 다국적제약회사가 챙기게 되고, 복제의약품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은 큰 손실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현애자 의원은 미국 측의 요구를 한국 정부가 수용해 특허기간이 약 5년 간 연장될 경우, “복제의약품 생산 판매에 의존하는 국내 제약업체는 10.5% 규모의 시장 진입이 불가능해지며, 이로 인한 반사 이익은 미국 제약업체가 챙기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잘 드러나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01년부터 5년 동안 특허 만료 후 복제의약품의 시장점유율은 첫 해에 4.5%로 시작해 5년차에 10.5%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복제의약품 도입에 따른 건강보험 약제비 절감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특허 만료 첫해에 약제비는 1천27억 원 감소되고, 시장 점유율이 10.5%로 늘어난 5년차에는 연간 2천192억 원이 절감되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만약 미국의 요구대로 특허기간이 5년 간 연장될 경우 복제의약품 도입에 따른 약제비 절감효과를 전혀 볼 수 없는 것은 물론, 약제비가 지금 보다 증가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공단이 현애자 의원에게 제출한 ‘특허연장에 따른 약품비용 부담 증가’ 자료에 따르면, 5년 동안 특허가 연장되어 약제비가 증가되는 액수는 무려 9천418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애자, “특허연장에 따른 피해, 국민들이 의료비 부담으로 떠안게 될 것”
현애자 의원은 이 같은 특허연장에 따른 문제점과 관련해 “미국 오리지널 신약의 특허연장에 따른 1조원에 가까운 의료비 인상 효과는 고질적인 약품비 증가와 맞물려 건강보험재정에 심대한 타격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며 “또 건강보험재정 위협은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에서, 특허 연장에 따른 의료비 인상을 고스란히 국민들이 의료비 부담으로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현애자 의원은 특허 연장에 따른 약제비 인상효과를 연구한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 보고서의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에 대해 “국민 의료비 부담을 증가하는 피해 예상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공개를 꺼리는 것은 FTA 협상의 국민적 반대를 우려한 편협한 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중간결과보고서 공개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