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의 질의회시 공문을 근거로 지난 8월 8일 1700명의 영업직 노동자를 해고한 삼성에스원이 대량해고 4개월만에 영업직 경력사원을 모집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에스원이 지난 12월 4일 자사 홈페이지에 영업직 경력사원 채용공고를 낸 조치는 해고된 영업직 노동자 1700명에 대한 아무런 복직 방침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 해고 노동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삼성에스원이 경찰청 문건을 이유로 대량 해고를 감행한 데 반해, 동종 경쟁업체인 KT텔레캅과 캡스 등이 영업직 노동자들을 직접고용 조치한 것과도 상이한 행보다.
▲ 삼성에스원에서 해고된 영업직 노동자들이 사측의 신규채용 방침에 반발하며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안창영 기자 |
해고된 이후 4개월여 동안 회사측에 복직을 요구하며 투쟁해 온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는 사측의 이같은 태도에 크게 반발하며 15일 오전 11시 삼성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는 "우리의 정당한 복직 요구는 외면한 채, 해고 사실을 사회적으로 알려온 우리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미행, 감시, 회유, 협박 등 온갖 탄압을 해오다가 이를 의식이라도 하듯 매우 이례적인 영업사원 모집을 공지했다"고 비판하며 "회사측은 노동자연대에게는 어떠한 통보도 해오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에스원 측은 원직복직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소속 노동자들을 첨단 장비를 동원해 미행, 감시하고 있으며 40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손해배상, 명예훼손 고소 등을 추진해 사회적인 지탄을 받고 있기도 하다.
김오근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위원장은 "많은 법률전문가들이 우리의 해고사유로 경찰청 질의회시를 근거로 드는 것은 틀렸다고 말한다"며 "설령 삼성과 경찰청의 유권해석이 맞다손 치더라도 다른 영업직군들은 해고하지 않고 계속 일하고 있는 점으로 보아 삼성에스원이 스스로 이 유권해석에 법률적인 문제가 없음을 자백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사측이 영업직 사원 채용공고를 낸 것과 관련해서도 "영업직 사원 모집은 대량 정리해고가 원인이 된 것이므로 회사측의 잘못으로 강제 해고된 영업전문직들에게 먼저 채용여부를 묻고, 당사자가 원한다면 당연히 우선채용시키는 것이 옳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 삼성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는 노동자들을 경찰이 막아서 한동안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안창영 기자 |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삼성은 기만적인 채용공고 사태에 대해 해명하고 해고자들의 복직 요구를 우선 수용할 것 △삼성은 더이상 경찰청 질의회시 핑계를 대지 말고 진짜 해고사유를 밝힐 것 △미행 감시 회유 협박 등 비겁한 방법을 동원한 인권유린, 노동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의 요구를 겸허히 수용할 것 등을 촉구했다.
삼성에스원노동자연대 소속의 해고된 노동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후 삼성 측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건물 앞을 경찰들이 막아서 한동안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