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30년 그리고 울산과학대와 광주시청의 여성노동자

[기자의눈] 알몸을 선택한 여성노동자들의 울부짖음이 들리는가

10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100년 전 여성노동자들은, 아니 그 이전부터 여성노동자들은 “노조 결성의 자유를 보장하라”, “임금 인상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를 외치며 거리에 섰다. 미국 트라이앵글이라는 피복회사의 여성노동자 146명이 불에 타 죽었다. 그녀들은 당시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살았으며, 이를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거리로 나섰다.

  30년 전 알몸시위를 했던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 그녀들에게 돌아온 것은 똥물이었다.

30년 여 전 동일방직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은 “노조활동 보장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를 외치며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사흘째, 수 백 명의 경찰이 농성장에 들이닥쳤다. 그녀들은 손을 잡았다. 그 때 누군가 “옷을 벗자. 벗고 있으면 그 누구도 손을 못 댄대!”라고 소리쳤다. 그리고 그녀들은 옷을 벗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경찰은 그녀들의 머리채를 휘어잡아 밖으로 끌어냈다.

2007년 3월 7일, 울산과학대의 청소미화원 여성노동자들은 알몸인 상태로 울산과학대 직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왔다. 그녀들은 한 달에 67만 원 받으며 일해 온 청소미화원 노동자들이다. 그녀들은 1월 22일, “2월 23일부로 계약해지 하겠다”라는 사측에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사측은 사직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서명할 수 없는, 그동안의 삶이 억울해 사직서에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었던 9명의 노동자들은 서명을 거부했다. 그리고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장에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누군가는 외쳤을 것이다. “옷을 벗자. 벗고 있으면 그 누구도 손을 못 댄대!” 하지만 그녀들은 알몸으로 끌려나왔다.

그리고 2007년 99주년 여성의 날을 맞는 3월 8일 광주시청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도 “비정규직 직원 고용을 승계하라”고 요구하며 알몸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광주시청 3층 사장실 앞 복도를 점거하고 철야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을 끌어냈다. 남성노동자들이 경찰에 의해 모두 끌려 나갔다. 그리고 여성노동자들만 남았다. 농성장에 경찰들이 들이닥치자 누군가 외쳤다. “우리 몸에 손대지 말라”고 외쳤다. 그리고 윗옷을 벗었다.

많이 변했다. 하지만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100년 전, 30년 전, 그리고 2007년. 어쩌면 이리도 닮아 있을까. 구호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들은 생계를 책임지는 노동자로서 임금임상을 요구했다. 그리고 인간답게 살기위해 노동3권을 요구했으며, 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주장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울산과학대의 여성노동자들은 알몸시위를 벌였으나 직원들에 의해 밖으로 끌려나왔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아니 많이 변했다. 언론들은 여성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시대라고, 검사들의 여성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여성CEO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여성들의 권리가 증진되었다라고 매일 떠든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는 여성도 능력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며 여성이 책임졌던 가사노동, 보육, 간병 노동 등을 사회화 시키겠다라며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여성의 삶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전체 노동자의 60%를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 그 속에 70%가 여성노동자다. 그녀들의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50%에도 미치지 못한다. 노무현 정부가 여성이 일하기 위해, 여성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만들었다는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전략’은 사회화 시키겠다는 여성의 일을 또 다시 여성들의 일로 만들어 버렸다. 그것도 비정규직에 저임금 노동자로 만들었다.

이 시대를 사는 여성들은 20대에는 계약직 노동자로 채용되었다가 결혼을 하게 되면 해고된다. 그리고 육아와 가사를 도맡아 하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한 사람이 벌어서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또 다시 계약직 노동자로 나선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파견노동자로 하청에 재하청 회사에 고용되어 한 달에 67만 원 받는 것도 고마워하며 일해야 한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가 그렇게도 보호하겠다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며, 여성노동자의 삶이다.

하이텍, 기륭, KTX, 울산과학대, 광주시청...

  광주시청 여성노동자들은 "몸에 손대지 말라"며 윗옷을 벗었다. [출처: 공공노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하면, “강제해고 철회하라”고 하면 사측은, 노무현 정부는 “나는 책임이 없다”라고 말하기 바쁘다. 그래서 하이텍알씨디코리아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은 5년 동안 싸우고 있으며, 기륭전자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은 2년이 넘게 싸우고 있으며, KTX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1년이 넘게 싸우고 있으며, 광주시청의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이 옷을 벗었으며, 울산과학대에서 일하던 여성노동자들이 알몸으로 거리로 쫓겨 나온 것이다.

30년 전 알몸시위를 한 여성노동자의 누구는 정신질환을 겪었으며, 30년 후 알몸시위를 한 여성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얼굴이 언론에 나갈까봐 조심했다. 여성이 옷을 벗는 투쟁을 한다는 것은 맨 몸을 보이는 것이 수치가 되는 한국사회에서는 노동자들이 몸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 30년 전 여성노동자가 알몸시위를 선택했을 때도, 30년 후 여성노동자가 알몸시위를 선택했을 때도 그러하다. 경찰이, 사측의 구사대가 투쟁하는 노동자의 생명과 같은 농성장을 침탈했을 때 여성노동자들이 선택한 최후의 투쟁 수단 인 것이다. 비정규직으로 굶어 죽을 순 없기에 선택한 여성노동자들의 생명을 건 투쟁인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제대로 알아야 한다. 여성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을. 안정된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죽을 수 없어 투쟁하고 있다는 것을. 또 누군가는 죽어간다는 것을.

"만약 우리가 남성과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면,
노동조합을 만들고 가입할 수 있다면,
산전산후 휴가를 받고 아이를 탁아소에 맡길 수 있다면,
모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면,
정당과 공공기관에 들어가기 위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성과 수태를 조정할 권리가 있다면
이것 모두는 바로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의 피나는 투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910년 코펜하겐에서 열렸던 38 여성의 날 기념대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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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 여성노동자 , 알몸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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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전에 다니던 사무실은 오피스텔 건물이었다. 그 건물에서 1년동안 일하며 친하게 지냈던 청소부 아주머니는 손가락 한마디가 없었다. 그 아줌마는 잘린 손가락을 창피해하면서 늘 가리려고 했고, 우리가 잘해주면 좋아했고, 우리가 일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무관심해하면 의기소침했었다. 직장 그만두고 몇개월이 지나 다시 그 건물에 놀러가보니 그 아줌마가 보이지 않았다. 그 아줌마만 정리해고당한 거였다. 울고 싶었다. 더 잘해주지 못했던거, 내 컵은 내가 씼을테니 손대지 말라고 쌀쌀맞게 말했던거, 화가 나서 그 건물 화장실 거울을 박살내고 싶었다. 왜 그 아줌마만 짤려야 했냐구, 잘해주지도 못했는데, 난 한참을 넋두리했다. 자본주의란 참으로 그 허울좋은 인간의 품위마저 지켜주지 못한다. 저 아줌마들이 왜 저렇게 하고 있냐고 누구에게 물어야 좋단 말인가. 울산과학대 교수님들께 묻고 싶다.

  • ??

    그럼 그 아주머니 말고 다른 아주머니가 짤리는건 괞찮나요?
    내가 보기엔 울산과학대학 청소용역 아주머니들이 어거지 같은데.
    그리고 거기 학생들에게 들어보니까.. 농성 하지말란게 아니고 장소를 바꿔줬으면 하는 거두만...
    그 학교가 미음자 처럼 생겨서 중앙에서 농성하면 엄청 울린데요...
    그리고 민노총은 왜? 법적으로는 대처하지 않고 점거부터 한데요??
    그것도 용역회사는 접어두고??? 먼저 용역회사에 항의해야 되지않나??
    그리고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작성한 홍보물이라고 보여주던데. 그게 말이죠.
    미화원 아주머니들이 억울해서 작성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문학적이더군요 글좀 쓰시던 아주머니였나봐요.. 그리고 그 어수선한 틈에 언제 컴퓨터로 워드를 치셨데요??

  • -_-

    울산과학대 한번 와보세요^^ 의문을 푸시는데 도움이 될거에요. 그리고 학생들은 장소옮기란게 아니라 나가라고 이야기해요^^ 그 학교 미음자로 생긴건 어떻게 아시는데, 거기가 엄청 넓어서 별로 울리지 않는건 모르시네요^^

  • ...

    내가 사고를 당해 왜 하필이면 나한테 이런 날벼락이 떨어졌냐고 자문했을 때, 그것이 다른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날벼락을 맞아야 직성이 풀리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아실테고, 그저 당신에게는 자본주의에 영혼이 잠식당했군요라는 말밖에는 달리 말이 나오질 않네요. 생각이 좁아서 죄송합니다.

  • 자본주의

    자본주의 가장큰 맹점은 빈부격차죠.. 그래서 그나마 선진국이라는데서는 부자들의 기부문화를 중시하는거고.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도 없죠.. 일부 국가에서는 수정 사회주의를 지향하고 있지만 이것도 근본은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거죠..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몰락하는 원인에는 이 자본이라는 것을 무시했기 때문일 겁니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경재 개발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이 너무 강해서 토지 공개념등과 같은 것들이 받아들여 지지않고 있는데도 문제가 있죠.. 하지만 말입니다. 자본주의하고 이번 울산과학대 문제하고 무슨 연관이 있나요? 학교가 미화원 아주머니를 농성장에서 쫒아내서요? 광주 시청에서도 같은일이 있더군요.. 인간적으로 보면 정말 안스럽죠.. 누군들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 보면 이나라에 용역업이란게 없어지지 않는 다음에 해결되지 않을 것 같군요. 울산과학대 같은경우 계약이 중도에 해지됬지만. 만약 계약이 만료되어 이 아주머니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면 어떻게 될까요? 광주시청이 그런 사례더군요. 정말.. 감정적인걸 배제한다면...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이분들도 일자리를 옮겨야 되겠죠.. 하지만 어짜피 사람이 필요하다면 업체가 바뀐 뒤에 바뀐 업체에게 부탁은 할 수 있겠죠. 가능하면 원래 일하던 사람들을 승계해주면 좋겠다고.. 그렇다고 계약조건으로 내걸수는 없죠.. 그건 해당 업체의 경영권과 관련있으니까.. 해당업체의 경영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하는건 문제가 있죠. 용역업체가 싫다고 하면 어쩔수가 없잔아요? 다시말해 원청이 나서서 용역업체에 압력을 넣어라는 건데... 흠.. 글쎄요.. 이게 정말 합당한 행위인가요? 차라리 지금까지 일했으니 좋은 취업자리 알선좀 해달라고 부탁하는것이 옳지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 병신들 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