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미 대통령은 1일 천2백40억 달러의 전비를 지원해 주는 조건으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철군시한을 못 박는 법안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로서 조건부 철군안은 사실상 통과가 힘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 상하원에서 3분의 2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거부권이 무효가 된다. 그러나 상하원에서 미세한 차이로 통과된 점을 고려한다면,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 부시 대통령은 “철군 시한을 못 박는 것은 패배의 날짜를 정하는 것”이라며 “무책임”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미 부시 대통령은 수요일(현지시간) 펠로시 하원의장 등을 만나 전비법안의 절충에 나설 예정이다. 부시 대통령은 월요일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군인들을 지원할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민주당의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긍정적인 방식으로 뭔가를 얻어낼 수 있다고 낙관한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철군 시간표를 정확히 못 박지 않는 대신 이라크 정부가 따라야 할 “기준”을 제시하는 정도의 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미 의회는 사담 후세인 정권 이후 이라크 정부가 자기방어권 및 민주주의 이행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그 “기준”에 대해서도 토론해왔다.
그러나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부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미 하원 의장 낸시 펠로시는 “부시 대통령이 백지 수표를 원하고 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언제 철군할 것인지 가닥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못 박았다.
이번 제출된 전비 법안에 대해서도 미국 내에서 “철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혈전쟁의 시간표를 마련해 준 것일 뿐”이라며, 철군을 공약으로 내걸고 중간선거에서 승리했던 민주당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법안조차도 부시 행정부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전쟁을 반대하고 있는 국민들의 여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백악관 밖에서 시위대는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 얼마나 더 죽어야 하는가?”를 외쳤다. 최근 이라크에서는 저항세력 자살폭탄 공격이 강화되면서 혼란상황이 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