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자 복직 문제 놓고 본교섭 20분 만에 중단
운수노조 철도본부(철도본부)가 20일로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노사가 어제(17일) 본교섭을 재개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만들어진 교섭 자리는 20여 분만에 종료되고 말았다.
철도본부가 첫 번째 요구사항으로 제시하고 있는 해고자 복직 문제를 놓고 노사의 입장이 충돌한 것.
어제(17일) 본교섭에서 사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심혁윤 부사장이 모두 발언에서 “가능한 안건을 먼저 논의하고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안건은 시간을 가지고 재 논의하자”는 입장을 밝히며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한 것. 코레일 사측은 강경호 사장이 구속되어 사장 자리가 공석인 것을 들며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진척시키기 어렵다”라며 “새로운 경영진이 구축된 이후 논의하자”라고 밝혔다.
현재 철도본부가 요구하고 있는 해고자 복직 문제는 이미 지난 2006년 4월 1일 노사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한 것이기도 하다. 해당 해고자들은 지난 2003년 6월 철도 민영화법 폐기를 요구하며 벌인 파업으로 해고된 이들이다. 이에 대해 철도본부는 “이철 前사장은 해고자 전원을 복직시키겠다는 발언을 수차례 밝혀왔다”라며 “그러나 공사는 지난 합의 사항을 외면하고 해마다 재논의로 일관하고 있다”라고 밝히고, 이번 교섭에서 해고자 복직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간다는 의지다.
코레일, “서민의 발을 볼모로” 반복되는 논리
하지만 코레일 측은 본교섭에서 ‘논의 진척 불가’ 입장을 밝힌 것에 이어 오늘(18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과는 관계없는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라고 노조의 파업을 비난했다.
심혁윤 부사장은 “철도노조의 핵심 주장은 해고자 복직, 인력운영 효율화 계획 철회 등으로 모두 근로조건 개선과는 관계없는 요구”라며 “요구는 철회되어야 한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노조 측의 파업이 있을 때 마다 들고 나오는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서민들이 고통 받고 있는 시기에 서민의 발을 볼모로 삼아 파업에 돌입한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코레일 민영화 방침 놓고 노사 충돌
특히 이번 철도본부의 파업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 추진에 노동자들이 전면 반대를 들고 나온 것으로 정부 측의 전향적인 태도변화가 있어야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월 10일, 공기업 선진화 3차 방안을 발표하며 코레일에 2010년까지 적자규모를 50%로 축소하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민영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인력감축과 각종 민간위탁 조치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같은 날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서울메트로 노사도 안고 있는 핵심 갈등 지점이다.
이에 노조 측은 “공사는 실질적인 업무 타당성은 등한시 한 채 인력감축 숫자를 정해놓고 밀어붙이기로 일관해 왔다”라며 “공사 측의 정원감축과 외주화 등으로 철도현장은 병들어 가고 있으며, 작년 한 해만 38명의 노동자가 과로와 사고로 유명을 달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심혁윤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인력운영 효율화 계획은 철도선진화 방안에 따른 것으로, 정부와 국민의 엄중한 명령이자 공사의 경영권에 해당한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입장 차가 크지만 노사 모두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오늘도 오후 4시부터 서울고속기관차승무사업소 교양실에서 6차 본교섭이 진행된다.
한편, 철도본부는 파업에 들어가도 필수유지업무 유지율을 유지해야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철도본부에 △KTX 56.9% △새마을호 59.5% △무궁화호 63% △통근열차 62.5%(평일 출근시간 100%, 퇴근시간 80%) △도시철도 63%(평일 출근시간 100%, 퇴근시간 80%)의 비율을 필수유지업무 유지율로 결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