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색역 차량기지에서 파업 대기하고 있는 조합원들/ 이정원 기자 |
철도 노사가 파업 돌입 8시간 여를 앞두고 잠정합의를 이뤘다.
19일 저녁 8시부터 정회와 속개를 거듭하며 최종 교섭을 벌인 철도 노사는 임단협 조항 일부와 해고자 복직 문제 등에서 여전한 입장 차를 보였으나, 대부분의 사항을 철도공사 신임 사장 선임 이후에 재논의토록하는 데에 최종 합의했다.
최종 교섭시한으로 정했던 밤 11시 30분을 넘기자 철도공사 측이 "입장을 정리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해, 각 지역에서 파업 전야제를 진행하고 있던 조합원들이 교섭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기도 했다.
▲ 자정을 넘기자 잠정합의안이 도출됐다는 문자가 조합원들에게 날아들었다./ 이정원 기자 |
▲ 시시각각 다가오는 파업을 기다리며 결의를 다지고 있는 조합원들/ 이정원 기자 |
철도노사 잠정합의안
철도노사는 환경친화적인 철도 수송선진화를 위해 노사가 협력하여 e-co제도를 적극 추진해나감으로서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하고 철도 100년을 위한 100인 선언의 취지와 그레이트코레일의 실현을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
1. 철도노사는 공기업 구성원으로서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2008년 임금을 정부의 공기업 지침에 따른다.
2. 철도노사는 자립경영 달성과 경영수지 적자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3. 철도노사는 노사관계 발전계획을 수립하여 미래지향적 노사관계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4. 철도노사는 2008년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을 잠정 중단하고 철도발전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하여 △철도 발전방향 △인력 운영 개선계획 △기존의 노사합의 정신에 따른 해고자문제에 따른 방안을 2009년 상반기 내에 마련한다
5. 철도노조는 본 합의와 동시에 파업계획을 즉시 철회하고 단체교섭과 관련해 이루어진 각종 명령을 중단한다.
요약하자면 올해 임단협은 미루고, 임금은 정부 지침(공기업 가이드라인 3%)에 따르며, 쟁점이었던 해고자 복직 문제는 내년 상반기에 다시 논의한다는 것.
교섭을 마치고 20일 새벽 1시 40분께 수색차량기지 전야제 현장에 나온 황정우 철도노조 위원장이 철도공사와 잠정 합의한 내용을 조합원들에게 직접 설명하려 했으나, 서울지구 조합원 및 쟁의대책위원들이 잠정합의안 내용에 불만을 표시하며 황정우 위원장이 단상에 올라오는 것을 막아 소란이 빚어졌다. 일부 조합원들은 고함을 지르고 거친 욕설을 퍼부으며 분노했다.
수색차량기지에 모인 조합원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말도 안되는 합의안"이라고 입을 모으며 "위원장과 중앙 지도부의 지침을 따랐는데 이런 결과는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단상에 오른 황정우 위원장이 잠정합의안 전문을 재차 낭독했으나, 곳곳에서 조합원들이 야유를 퍼붓고 일부 조합원들은 단상 위로 뛰어올라가려고 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 이정원 기자 |
▲ 숨죽인 채 잠정합의안 내용을 듣고 있는 조합원들/ 이정원 기자 |
▲ 잠정합의 내용을 듣고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한 철도노동자/ 이정원 기자 |
황정우 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여러분들의 현명한 판단과 결의에 미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며 "사장이 없다는 핑계로 단협과 해고자 문제 이월만을 주장하는 공사에 대해, 누가 올지도 모르는 사장을 두고 무작정 이월할수만은 없다고 생각해 저로서는 마지막으로 해고자 복직 문제 약속을 확보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잠정합의안의 '노사공동위원회'에서 소위원회를 구성해 해고자 복직 문제를 즉시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황정우 위원장은 또 "저에 대한 비판점이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며 "부끄럽지만 이 안을 확대쟁의대책위원회에 붙이겠다"고 말한 후 새벽 2시께 단상을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