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어 스피커에선 민중가요가 울려 퍼지고 차에서 내린 남성은 목에 “2007년에 부당해고 자행한 노동자탄압의 달인 한솔교육! 이젠 자신이 한 말도 못 지키냐? 당장 원직복직 합의 이행하라!”라는 피켓을 걸고 점심을 먹으러 나서는 직장인들 앞에 선다.
![]() |
그는 한솔교육의 독서토론 논술상품 주니어 플라톤 학습지 선생님이었던 김진찬(35) 씨다. 그는 지난 2007년 2월 26일 일방적인 구두해고 통보를 받았다. 3월 2일로 예정된 재계약을 4일 앞둔 상태였다. 회사 쪽이 해고 사유로 주장한 것은 영업관련 부정업무, 실적저조, 고객 불만족이었다.
그러나 김진찬 씨는 “한솔교육이 2006년 가을에 회원제 플라톤이라는 교육비에 교재비를 더해 매월 판매하는 상품의 수수료 정산방식 문제점을 항의하고 지적한 것이 부당해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영업관련 부정업무로 제기한 3가지 문제는 전혀 사실이 아님을 즉시 확인할 수 있었고, 실적저조와 고객 불만족은 그 내용이 어떤 객관성도 갖추지 못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진찬 씨는 당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의 대의원 활동을 하려 한 것도 해고의 주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시작한 원직복직 투쟁이 벌써 2년이 됐다.
복직 합의를 했지만 이상한 논리로 합의 파기한 회사
![]() |
2008년 4월 22일 한솔교육과 김진찬 씨는 원직복직 합의서를 작성했다. “㈜한솔교육은 기 계약 만료된 김진찬에 대하여 6개월간 별도의 업무를 부여하여 자질을 확인한 뒤 재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다. 그는 합의서에 따라 2007년 5월 15일부터 한솔교육 자회사인 에듀베이스에서 온라인 교육 콘텐츠 서비스 교육의 기획 업무를 6개월 동안 한다.
김진찬 씨는 이 6개월 동안 성실히 일했다. 그리고 6개월 뒤 에듀베이스와 한솔교육에서 모두 좋은 업무 평가를 받았지만 복직하지 못했다.
한솔교육은 2008년 11월 11일 자로 “에듀베이스에서의 업무에 매우 만족하며 플라톤 지도교사 보다는 사무직으로 에듀베이스에서 근무하면서 기획업무를 하라”는 공문을 학습지 노조에 보냈다. 6개월 만에 합의서를 휴짓조각으로 만든 것이다.
합의서대로 한솔교육이 제시한 자회사에서의 자질은 검증됐지만 한솔과의 재계약이 아니라 자회사의 기획업무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김진찬 씨는 “한솔이 합의를 깰 때는 불성실이나 자질 증명 불가능 등의 이유를 들 줄 알았는데 별도 업무에 자질이 있으니 기획업무를 계속하라는 식으로 합의를 깼다”고 말했다. 그는 한솔교육이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은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한솔이 2007년부터 주식을 상장하기 위해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공모를 잘 받기 위해 노조 문제로 시끄러우면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일단 합의서를 썼지만 2008년 경제위기 등으로 상장을 포기하면서 합의서를 이행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라고 관측했다.
![]() |
2008년부터 2차 투쟁, 매주 금요일 1인 시위와 집회
전국 학습지 산업노조는 2008년 11월 14일부터 다시 2차 투쟁에 들어가 지금까지 매주 금요일이면 1인 시위와 집회를 연다. 4월 17일도 어김없이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이날 오전 재능교육 앞에서 열린 고 이정연 교사 5주기 추도식에 참가했던 기륭분회 비정규직 노동자와 전해투 해고자 등 22명이 모였다.
집회에 참가한 황창훈 학습지 산업노조 서울경기지역본부장은 “남들이 ‘한솔교육 변재용 사장이 듣기나 하겠냐?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고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더라도 그 찐득찐득한 흔적을 남기기 위해 더 가열차게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가 끝나자 김진찬 씨와 학습지산업노조 강종숙 위원장, 황창훈 경기본부장은 한솔교육의 고소고발로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부지방법원으로 향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