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대법 판결은 제조업 컨베이어벨트 업종을 중심으로 내렸지만 핵심음 업무지시나 근태관리에 실질적으로 누가 영향을 미쳤는가를 중심으로 봤다는 데 있다. 특히 대법원은 사업주가 위장도급의 전형으로 내세운 현장대리인에 대해 명확한 규정을 내렸다. 대법의 판단은 도급사 현장대리인이 업무지시를 전달했어도 실질적인 원청 사용주의 역할을 누가 했는가를 봤다는 데 의미가 크다.
대법은 “누가 업무를 전달하느냐가 아닌 누가 지시내용을 결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봤고, 도급인이 전달하거나 지시 명령이 도급인에 의해 통제되어도 원청이 업무지시를 한 걸로 봐야한다”고 판시했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이 판결을 두고 “도급사 현장대리인에 대한 판시를 한 것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 동안 노동부나 1심 법원 등은 현장대리인이 작업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도급인과 원청인이 업무협의를 해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기 때문에 불법파견이 아닌 도급계약이라 인정해 왔다. 이런 현장대리인 논란은 KTX여승무원 위장도급 문제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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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노동부는 도급사 현장대리인 판단 기준 삼아 전반적 합법 판단
노동부는 2006년 9월 29일 KTX여승무원을 고용한 한국철도유통과 철도공사의 위탁 도급계약의 불법파견여부를 조사 발표 했다. 당시 노동부는 "KTX여승무원 업무가 열차팀장 업무와 중복되며 상호보완적 기능을 하고 있으며, 유통측 현장대리인이 상시적으로 열차에 승차하지 않아 실제로는 열차팀장이 여승무원의 업무수행상태를 확인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냈으나 "이는 위탁협약서로 한정돼 있고 도급업무의 이행에 대한 지시권 성격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며 해석은 정반대로 했다.
이는 당시 노동부가 도급사 현장대리인의 역할을 인정해 공사 쪽 입장에 힘을 실어준 대목이다. 현장대리인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여승무원들이 원청사 직원인 열차팀장의 지시를 받은 부분인데도 "열차팀장은 안전업무와 운전업무, 여승무원은 승객서비스 업무를 주된 업무로 하고 있어 차이가 존재한다"며 이번 대법 판결과는 정반대의 해석을 내렸었다.
노동부는 "유통이 근로조건을 자율결정하고 노사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엄연히 존재하며 이행책임도 수행한 점을 보아 사업경영상의 독립성이 있다"며 “일부 불법성은 있지만 종합적으론 합법"이라고 강조했다.
KTX 승무원들은 당시 노동부에 "철도공사가 신규채용 여승무원에 대한 교육을 주관하여 실시, 평가하고 공사의 열차운행계획에 따라 근무시간이 결정된다"며 "철도유통이 공사로부터 지급받은 위탁수수료를 지급대행한 것에 불과하며, 공사가 여승무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기자재를 유통에 대여하는 등, 유통의 사업 실체가 인정되지 않으며 공사가 파견법 적용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로 도급으로 위장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노동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동부는 "인사노무관리상 독립성이나 사업경영상에서 일부는 침해된 부분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종합적으로 봤을 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불법적인 것은 작게 있고 합법적인 부분은 많이 있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후 대법은 당시 노동부이 판단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판결문에서 명확히 했다.
대법에 이은 1심 직접고용 판결, 코레일 항소 포기 요구 봇물
철도공사는 1심판결 이후 항소하겠다는 의견을 비쳤지만 사회적 여론은 항소를 포기하라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또 KTX여승무원들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2008년 이전부터 투쟁보다는 법적결과를 따르자며 1심 결과가 나오면 그 결과에 따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KTX여승무원들은 2004년 KTX 개통당시 코레일 자회사에 비정규직 승무원으로 일하다 2006년 다른 계열사로 이적요구를 거부해 해고됐다. KTX여승무원들은 삭발, 단식, 점거, 고공 시위 등으로 연행을 당하기도 하며 무려 4년여를 버텨왔다. 처음 400여명이 투쟁을 시작해 지금은 34명이 남아 있는 상태다.
진보신당은 27일 성명을 내고 “만약 철도공사가 법원의 결정을 거부하고 항소할 경우 공기업이 막무가내 반노동자 행각을 벌인다는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항소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도 “이번 판결은 코레일 같은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외주, 용역 등 간접고용형태로 저임금의 불안정한 일자리를 양산하고 사용자의 책무를 방기해 온 관행에 대한 철저한 경종”이라며 “코레일측은 철저한 자기 반성을 하고 여승무원들을 즉각 현장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준비위도 “서울중앙지법은 해고된 KTX 승무원이 채용과정부터 실무수습․교육․승객서비스 업무 수행 등 모든 과정에 직접 간접적으로 관여해 철도공사는 KTX 승무원의 직접적인 사용자라고 명확히 밝힌 것”이라며 “법원을 비롯해 국가인권위 등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공기업의 책무이다. 법원은 이번 본안 판결에 앞서 KTX 승무원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에서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KTX 승무원은 철도공사 소속 노동자임을 인정했다”며 항소포기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