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

투쟁 700일 넘긴 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


2007년 5월 17일부터 시작한 재능교육 노동자 투쟁이 벌써 700일이 됐다. 그런데도 집회는 회사 앞에선 할 수 없다. 경찰이 집회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농성자는 밤이 되면 후문에 세워둔 봉고차에서 잔다. 천막을 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나 눈이 오면 우산을 쓰고 앉아 노숙농성을 했다. 천막을 치면 종로구청에서 사람을 동원해 철거해 버렸다. 철거된 천막농성만 14번. 천막도 아닌 햇빛가리개나 깔판도 철거해갔다. 이 중 아홉 번은 재능교육 회사 구사대가 직접 철거했다. 열 번째 부터는 구청에서 직접 철거했다. 사전 통보도 전혀 없었다.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재능교육지부가 투쟁을 시작한지 701일 되던 지난 19일, 노동조합은 700여 일 동안 요구했던 ‘단체협약 원상회복’과 ‘부당해고 철회’를 혜화동 재능본사에서 수 백 미터 떨어진 곳에 모여 또 외쳤다. 이날 700일 집회는 재능지부투쟁승리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주최로 대부분 비정규직과 학생들, 해고자 등 50여명이 모였다.

  유명자 지부장은 "“지금은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답이 없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집회에서 만난 유명자 재능지부 지부장은 “또 이렇게 싸우라면 두 번은 싸우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버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답이 없는 싸움처럼 보이지만 질 거라는 생각은 안 한다”고 투쟁의지를 밝혔다.

강종숙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은 “700일은 그냥 가지 않았다”면서 “답이 없는 투쟁은 없다. 노동조합 투쟁은 객관식 투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강종숙 위원장은 “투쟁의 답은 객관식처럼 정해진 답이 아니라 백지 시험지에 노동자들이 첨부터 끝까지 써내려가는 주관식 답안지 투쟁”이라며 “본사 앞 땅 바닥에 앉아 있으면 지나가던 시민들이 음료수와 빵을 주고 간다. 그 정성과 작은 마음이 투쟁을 이어가게 한다”고 밝혔다. 강 위원장은 “701일을 맞아 다시 투쟁 첫날을 맞는 마음으로 큰 백지 시험지에 우리들만의 답을 써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