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숙 위원장은 이 재판의 피고인이면서 동시에 변호인이다. 이들 학습지 노동자들이 돈이 없어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본인변호를 하고 있었다.
변호사법상 변호사가 아니면 변호를 할 수 없다. 다만 피고인은 자신을 변호할 수 있다. 강종숙 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학습지 노조 노동자들은 돈이 없어 스스로 변호인이 됐다. 국선 변호인 제도도 있지만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도 성의껏 해주지 않기 때문에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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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합은 매주 금요일 한솔교육 앞에서 집회를 개최한다. |
이들은 일단 벌금이라도 나오면 수백만원의 돈이 들기에 변호사비는 감당할 수도 없다. 열악한 비정규직이라 민주노총 법률원에 의뢰하면 보다 싸게 할 수 있지만 법률원도 재정적으로 힘들어 공짜로는 어렵다. 게다가 여섯 명 집단기소라서 아무리 변호사 비용을 싸게 해도 수백만원이 넘는 돈이 든다.
재판에서 자기변호를 맡은 강종숙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재판마다 법이 노동권을 인정해 주지 않아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계속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항상 한다”며 법에 대한 기대가 없음을 드러냈다.
끝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변호사를 사도 무죄가 될 리 없고 벌금이 확 줄어드는 것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차라리 그 돈으로 생계에 보태거나 투쟁 비용으로 사용하는 게 낫다는 게 이들 생각이다.
일반노동자는 급여의 절반만을 압류당지만 학습지 교사 같은 특수고용직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한 개인사업주라서 급여 모두를 가압류 당한다. 학습지 산업노조는 해고자 4명의 생계비 50만원도 간신히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 비용은 엄청난 부담이다. 황창훈 전국학습지 노조 경기본부장도 자기 재판의 변호인을 맡고 있다.
이전에도 400만원 3명, 100만원 1명 등 벌금으로 기소됐지만 자기변호로 많이 깎았다. 강 위원장은 사용자인 한솔교육이 재물손괴로 건 1심에서 2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약식 기소로 30만원을 받은 뒤 검찰이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으면 10만원으로 낮춰 준다고 했지만 기어이 재판을 청구했다. 강 위원장은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부수지 않을 것을 부쉈다고 고소했고 검·경이 그 내용 그대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10만원도 받을 수 없었고 20만원이라는 결과에 항소했다.
이렇게 하지도 않은 일로 기소당하는 일이 잦자 이들의 재판은 기본적으로 ‘증거부동의’부터 한다. 검찰이 기소장에 담은 진술을 증거능력으로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재판은 일일이 고소인들과 대질심문으로 길어진다. 국선변호인도 이런 재판은 기피한다. 이 과정에서 허위진술을 잡아내기도 한다. 워낙 말도 안 되는 허위진술들이라 간단한 대질심문으로도 허위진술이 드러나기도 한다.
물론 변호사가 없으면 재판이 쉽지 않다. 재판 전날 밤에 증인심문을 준비하면서 밤을 샜다는 강 위원장은 “변호사가 있으면 좀 더 편하고 재판장이나 검사도 친절하게 대해 준다”고 말했다.
작년 4월 합의때 민·형사 소송 취하키로 했지만
학습지 노동자 6명은 모두 (주)한솔교육의 고소로 재판중이다. 한솔교육 해고자 김진찬 교사 문제로 연대투쟁하러 왔다가 고소당했다. 대부분 항의방문이 원인이다.
검찰이 기소한 이들의 죄명은 한 두 개가 아니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집단흉기등 주거침입), 업무방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상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공무상표시무효 등 다섯 가지다. 6명 모두 3-4개씩 걸려있다.
이들이 고소 당한 건 3월 2일 면담을 요구하며 한솔교육 본사 항의 방문, 3월 9일 한솔 교육장 앞 집회도중 해고 당사자의 교육저지에 우발적인 항의방문, 6월 18일 서울지역 각 지점 홍보 선전전 당시 몇몇 지점 안에 들어간 일 등 때문이다. 3월 9일 교육장 항의 방문 때는 회사 관리자 3인이 전치 2주짜리 진단서를 첨부했다. 몸싸움이 있기는 했지만 큰 충돌은 아니었다고 한다.
한솔교육 해고자 김진찬 씨는 “회사는 작년 4월 22일 합의 당시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기로 했지만 검찰·경찰에 밉보인 탓인지 기소당했다”고 말했다. 강종숙 노조 위원장도 “사측은 무조건 고소부터 하고 경찰과 검찰은 여기에 박자를 맞춰 고소한 그대로 기소하거나 고소내용까지 친절하게 바꿔서 기소해준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이들 6명의 다음 재판은 5월 20일이다. 이날 강종숙 노조위원장은 변호인으로 나서 증인을 직접 심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