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성희롱 의원 강용석에 제명 대신 ‘유급휴가’

제명안 부결, 30일 출석정지...정지 기간 수당과 활동비 절반 받아

지난해 7월 여대생을 상대로 성희롱과 성적비하 발언으로 국회 윤리위원회에서 징계가 결정된 강용석 국회의원 제명안이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강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안은 무기명 표결로 진행돼 재석의원 259명 중 찬성 111명, 반대 134명, 기권 6명, 무효 8명으로 반대가 더 많았다. 재적 국회의원 2/3(200명)가 찬성해야 제명이 결정되지만 찬성이 절반에도 못 미친 것이다. 이에 따라 의원 감싸기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부결되자 국회는 9월 1일부터 30일간 국회 출석을 정지하는 징계안을 통과시켰다. 30일 국회 출석 정지 기간에는 수당 및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를 절반 받는다. 이 안은 이명규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대표 발의했다.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부결되고 국회 30일 출석정지 징계가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 등에선 ‘국회가 성희롱 의원에게 유급휴가를 줬다’, ‘가을 방학이다’, ‘말년 휴가 받았다’는 비아냥이 일고 있다.

여성단체들도 즉각 반발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강용석 제명안 처리를 지켜보던 ‘100인 시민방청단’은 부결되자 국회 안에서 즉각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를 비난했다.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국회윤리심사자문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서도 결의된 강용석 의원 제명안이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데서 국회의 인권의식 수준을 볼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아름 청년유권자연맹 회원(덕성여대 학생)도 “어떤 의원은 ‘이 정도 일로 제명되면 우리 중 남아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발언했다고 들었다”며 “유권자로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진보정당들도 논평을 내고 제명안 부결을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재석 259명 중 원내 절대 다수인 169석이나 점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모두 찬성하면 충분히 제명이 가능한 상황인데, 역으로 오늘 출석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제히 제명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우위영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오늘 부결시키자는 당론을 결정한 것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며 “고작 8개월여 남은 성폭력 발언 의원을 지키자고 국회를 유린하느냐”고 꼬집었다.

박은지 진보신당 부대변인도 “오늘 국회는 참으로 치욕적”이라며 “성희롱으로 법원에서 징역 6월의 선고까지 받은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준 국회는 성희롱 방조자가 됐다”고 비꼬았다. 박 부대변인은 “국민의 눈치는 보지 않고 무기명 표결 뒤에 숨어 동료의원 눈치만 본 국회의원들은 석고대죄해야 한다”며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성폭력 가해자에게는 어떠한 온정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양성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인데 이런 최소한의 상식조차 거부하는 국회가 무슨 국민을 대의하느냐”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