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이 위원장석을 점거한 야당을 향해 민주주의 파괴 행위라며 책임을 돌리자 ‘혼자 착한 척 한다’는 비아냥이 섞여 나오는 등 한미FTA 처리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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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원장석 앞에 서서 회의를 진행하는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 |
외통위 점거, 협의 없이 비준안 상정해 강행처리 신호 보낸 탓
18일 오후 2시께부터 진행된 야당의 위원장석 점거는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이 야당과 협의 없이 외통위 전체회의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을 상정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으로 예정된 외통위 법안심사 소위도 야당과 협의 없이 비준동의안 심사를 의사일정에 올려 야당의원들이 소회의장을 점거해 소위가 무산됐다. 소위심사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전체회의에 비준동의안이 의사일정으로 올라오자 야당 의원들은 비준동의안을 강행처리하려는 의도로 봤다.
외통위 위원장석 점거에 나선 의원은 이정희, 김선동, 권영길, 강기갑,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정동영, 김영록, 유선호, 민주당 의원, 조승수 의원 등으로 이들은 ‘한미FTA 강행처리 반대’ 피켓을 들었다.
남경필 외통위 위원장은 위원장 자리를 점거한 야당 의원들에게 소수가 힘으로 의사일정을 막고 있다며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고, 위원장 자리 앞에 서서 무선마이크를 들고 전체회의를 진행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이 끝장토론을 끝장토론답게 운영하지 않아 토론이 무산됐다며 끝장토론 실시와 의사일정 강행 중단을 요구했다. 또 남경필 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의 일방적 의사일정 강행이 위원장석 점거 원인이 됐는데도 야당의 점거만 문제 삼는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위원장 자리를 점거한 야당 의원들에게 “물리적 강행은 안하겠다고 이미 약속을 드렸다. 빨리 위원장석에서 비켜달라”며 “자리를 비켜주시면 간사협의를 거치겠다. 필요하면 다시 비준동의안을 법안심사 소위원회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여야 간사 협의도 없이 전체 회의를 소집한 것은 위원장 잘못이다. 강행을 안 하겠다고 하는데 지금 강행처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며 “이미 법안이 전체 회의에 상정돼 있다. 여야 합의 없이 소위에서 전체회의로 비준안을 상정하고 다시 소위로 보낸 다는데 이게 장난이냐”고 비난했다.
남경필 위원장은 “민노당의 민주주의가 이런 것이냐.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면 이대로 서서 의사를 진행하겠다”며 무선 마이크를 들고 서서 여당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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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통위 위원장석을 점거한 야당 의원들 |
윤상현 한나라 의원, “민노당은 미국반대지 FTA 반대 아니다”
남경필 위원장에게 의사진행 발언권을 얻은 윤상현 의원은 민노당을 향해 ‘반미FTA’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민노당은 한미FTA 반대가 아니다. 민노당이 진짜 반대하는 것은 미국이다. 한미FTA 반대가 아니라 반미FTA라 반대하는 것”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윤 의원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한미FTA와 반미FTA 사이에 갈팡질팡하며 끌려 다녔다”며 “민주당은 길을 잃었다. 민주당이 언제까지 민노당에 안방을 내주고 사랑방 신세를 면할지 딱하다. 민주당이 민노당의 점거정치를 풀게 하라”고 충고하기도 했다.
윤상현 의원의 막말에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이게 정상적인 회의냐”며 “우리는 한EU FTA도 반대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유럽연합도 반대한 것이냐”고 반박했다. 김선동 민주노동당 의원도 윤 의원의 말에 “약속대로 끝장 토론을 하라. 이미 강행처리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기에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도 “강행처리란 말이 나오는데 강행처리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한나라당은 인내를 다해 합의를 거쳐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이 인내라는 단어를 사용하자 김영록 민주당 의원은 “여야 합의 없는 전체회의를 마음대로 상정한 것이 인내심이냐”고 비판했다.
여야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가자 남경필 위원장은 “민노당 대표가 위원장 자리에 앉아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이게 민주주의냐. 억지주의다. 그러나 우리는 더 참겠다”며 여야 간사 협의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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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경필 위원장이 이정희 민노당 대표에게 위원장석에서 일어나라고 요구하고 있다. |
남경필 위원장, 외통위 점거 구실로 강경모드 시사
여야 간사 협의가 끝나자 남경필 위원장은 “오늘 이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 민주주의가 소수 물리적 폭력으로 방해받고 있다. 충분히 대화와 토론으로 하겠다고 말씀드렸고 절대 물리적으로 강행 처리를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그런데 위원장석을 점거하고 소수가 힘으로 의사진행을 막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오늘까지만 용납하고 앞으로는 단호히 막겠다”고 말했다. 이는 야당 의원들이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외통위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모두 돌리는 발언이다.
남 위원장 발언에 지난주 외통위로 보임되어 온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요청했지만 남 위원장은 산회를 선언하고 외통위를 나갔다. 강행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자신을 믿지 못하고 위원장석을 점거한 야당에 강경하게 대응해도 명분이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에 김영록 의원은 회의장을 나가는 남경필 위원장을 향해 “위원장 본인은 여야 간사 협의도 없이 의사일정을 맘대로 하면서 본인만 착한 척 하는 게 어딨냐”며 “본인만 착하고, 본인만 민주주의를 위한다면서 의사일정 합의도 없이 맘대로 하는 것이 어딨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여야 간사는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본회의 일정 등을 감안해 끝장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번 끝장토론 양식은 최대한 찬반 토론자들의 발언 기회를 막지 않기로 했고, 외통위 전체회의 차원에서 남경필 위원장이 사회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