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파업유도특검] 검찰 수뇌부-수사팀 갈등

17일 오전 9시50분께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8층 검찰총장실 앞.

16일 오후의 `긴급상황’을 반영한 듯 40분에 걸친 구수회의를 마 치고 막

문을 나서는 검사장(대검 부장)들의 얼굴은 석고상처럼 굳어 있었다.

이어 박순용 검찰총장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출입기자 간담 회를 청한

것이다. “내가 부덕해서 생긴 일로….” 이렇게 말문 을 연 그는 수뇌부와 이

종왕 수사기획관을 필두로 하는 `사직동팀 최초 보고서 유출사건’ 수사팀 사

이에 견해차가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수뇌부는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자는 것이고, 수사팀은 마 음이 급하

기도 하고, 전직 총장까지 구속한 마당에 `중압감’이 상 당했을 것이고…. 수

사 진행방법, 속도를 놓고 (양쪽의) 견해차가 있었던 모양인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박 총장은 애써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17일 오후 상황은 자못 심각했다.

`비상한’ 조짐이 감지된 것은 오후 5시께 신광옥 중수 부장과 이 기획관이 신

승남 차장검사실을 나오면서부터다.

박주선 전 법무비서관 처리 문제를 놓고 약 2시간 가량 의견을 나눈 이 기

획관은 차장실 문을 박차다시피하며 바깥으로 나왔다.

이미 사의를 밝힌 터였다. 그로부터 약 30분 뒤 그는 수뇌부의 재가를 받

지 않은 채 기자실에 “오후 7시에 기자회견을 하겠다” 고 알렸다. 오후 7시

정각. 이 기획관은 잔뜩 굳은 얼굴로 가쁜 호흡을 가누며 “박 전 비서관을

모레 오전 10시에 소환한다”고 발표했다. 이어진 질문과 답변에서는 비장한

분위기마저 감돌았 다.

이 기획관은 회견을 마친 뒤 곧장 11층 수사팀 사무실로 올라가 저녁식사

를 했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와 밤 11시30분까지 머물 렀다. 그는 그 사이 이

런 말을 했다.

“수사는 완벽하게 돼 있다. 증거? 100% 있다. 우리 검사들이 눈 물겹도록

열심히 했다.… 1년 내내 국민을 우롱하고 속였으면 됐 지, 그것도 모자라서

또다시 거짓말을 하면서 모면하려고 하나.

그동안 검사라는 직분에 무한한 자긍심을 가졌었는데,… 이런 상 황이 후배

(검사)들에게 부끄럽고, 국민에게 부끄럽다.”

박 총장은 이 기획관이 사의 표명을 철회했다고 밝혔지만, 그는 17일 오후

까지도 청사에 돌아오지 않았다. 18일 박 전 비서관 소 환을 앞둔 검찰은 `폭

풍 전야’를 맞고 있었다. 강희철 기자 hcka ng@hani.co.kr

◐ 99년12월17일18시23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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