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네트워크]

공안검찰을 비롯한 억압기구를 해체하라!

박영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였다. ‘조폐공사노조 파업유도사건’에 대한 특별검

사의 수사결과는 역시 실망 그 자체였다.

‘조폐공사 파업유도는 강희복 사장이 주도하고 선배인 진형구 대검 공안부장

이 도와준 것일 뿐 검찰이나 다른 기관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 전 국민이 관

심 속에 두 달간 진행된 수사의 결론이다.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을 주범으로

구속기소했던 검찰의 수사보다도 후퇴한 것이었다. 특검이 기소를 검찰에 넘김

에 따라, 지금 검찰은 동일한 사건을 놓고 주범과 종범이 서로 뒤바뀐 두 개의

공소장을 내고 소송을 진행해야 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사건은 처음부터 ‘공기업 구조조정의 시범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내가 조폐

공사 노조로 하여금 파업을 하도록 유도했는데 노조가 너무 쉽게 백기를 들어버

렸다’는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의 자신만만한 발언에서 비롯된 ‘자백사건’이

다. 때문에 검찰도 우리나라 검찰조직의 핵심요직인 공안부장을 주범으로 구속

하는 것마저 거부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검찰이 사건의 본질을 진형구 공안부장

-강희복 조폐공사 사장의 개인적인 작품으로 사건의 진실을 축소·은폐하려 했

기 때문에 진실을 제대로 밝히라고 특별검사를 동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특검이 검찰 자신보다도 더 검찰을 비호하는 수사결과를 낸 것이다.

정말로 검찰과 노동부 등 국가기관들이 조폐공사 파업 유도에 조직적으로 개

입하지 않았던 것일까? 천만이다! 특검과정에서 입수된 대검찰청 공안부 문서

‘한국조폐공사 노사분규 동향 및 대책’, ‘공기업 구조조정 과정상의 문제점 및

대책’, ‘공안사범 합동수사본부 회의결과 보고’를 보면 청맹과니가 아닌 이상

검찰, 노동부 및 제 정부관계기관들이 공조하여 조폐공사노동조합 말살에 나선

점을 불 보듯 알 수 있다.

이들 문서에서는 ‘임금 교섭과 관련하여 시한부파업을 하고 현장으로 복귀하

고자 하는 노동자들에게 직장폐쇄를 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일단 직장폐쇄를 풀

고, 노조가 받아들일 수 없는 임금삭감안과 구조조정안을 양자택일로 제시하여,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에 들어가면 이는 불법파업이므로 공권력을 투입한다’

라는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1월 23일자 ‘공안사범합동

회의 결과 보고’라는 문건에는 ‘공안합수부는 전통적 강성노조 사업장인 조폐공

사 구조조정 시 초동단계인 98년 10월부터 종합적, 체계적 대응으로 원만한 구

조조정 추진을 지원한 바 있다’고 명기하고 있다. 초등학생이 보아도 알 수 있

는 이 문구의 의미를 사법고시를 합격했다고 그렇게 똑똑한 척하는 검사, 변호

사들이 알아먹지 못한단 말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일개 공사의 사장이 혼자서 2001년까지 되어 있는 구

조조정 일정을 마음대로 앞당겨 파업을 유도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번 사건은

검찰, 안기부, 노동부 및 기획예산위, 재정경제부, 그리고 청와대까지 권력기관

들이 공모하여 추진한 사건이며, 강희복 사장은 그 꼭두각시 역할을 한 것에 불

과하다.

그런데 이런 상식적으로 너무나 뻔한 결론을 외면하고 엉뚱한 결론을 내린 이

유는 무엇인가?

사실 결론은 파업유도 특검팀이 구성되었을 때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옷

로비 특검팀은 민변쪽을 중심으로 구성된 데 반해, 파업유도 특검팀은 검찰쪽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옷 고관부인들의 탈선쯤으로 돌려버리면 그만이지만, 파업유도의 경우는 사정이 다

르다. ‘파업유도’를 포함하여 민주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감시하고 탄압하는 일

은, 그들의 표현 말마따나 검찰 공안부를 비롯한 억압기구들의 ‘일상업무’이다.

일상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한 것인데 어떻게 처벌한단 말인가? 그 일상업무가

조폐공사에 대해서만 이루어지겠는가? 모든 민주노조, 모든 노사분규에 대해서

조폐공사의 경우와 다를 바 없는 일상업무가 이루어져 오지 않았는가? ‘파업유

도’만 해도 95년 한국통신을 비롯하여 수십 군데가 넘을 것이다.

공안기구들은 구조조정 등 정부의 정책관철에 앞장서서, 노동자를 공작의 대

상으로 대하고 탄압했다. 그런데 조폐공사 파업유도 특검을 통해 대검 등 공안

기구들이 앞장서서 노동자를 탄압한다는 사실이 진실로 규명된다면 어떻게 될

까? 그러면 그 동안의 모든 탄압에 대하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전면적인 투쟁

이 올라올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억압기구들의 일상업무가

마비되지 않겠는가?

그러기 때문에 파업유도 특검은 처음부터 진실을 밝히기보다는 누군가를 희생

양으로 만들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인

권변호사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들러리로 세워 예정된 결론에 대한 명분과 설

득력을 높이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조사에 들어가 보니 검찰을 비롯한 공

안기관의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 실상이 도를 넘은 정도임이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권변호사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진실을 제대로 규명할 것을 요구하

자 그들을 쫓아내 버렸던 것이다. 자기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결론을 모양새 있

게 포장하는 것은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특검이란 비난을 감수하면서 정해진 결론을 향해 일사천리로 조사를 계속했다.

그것도 비공개 수사를 기본으로 한다면서!

강원일 특별감사는 ‘처음에 그렸던 그림과 마무리 단계의 그림이 거의 같다’

고 했지만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 그림은 검찰과 공안세력에는 면죄부

를 주고 조폐공사 전 사장을 구속하는 그림이다. 거기에 덧붙여 그려진 것이라

고는 대전지검 검사 2명과 노동부 관리자 2명을 ‘불법적인 직장폐쇄를 합법상황

으로 돌리라고 조언했다’고 해서 ‘제 3자 개입’ 혐의를 적용해 검찰로 넘긴 것

뿐이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과 특검 수사결과의 성격은 너무나 분명하다. 검찰을

비롯한 소위 공안기관들과 심지어 일반 정부기관에 이르기까지 이 땅의 국가기

관은 노동자와 노동운동을 억압하는 것을 그들의 일상업무로 삼고 있다는 것이

다. 파업유도 특검팀의 주 임무는 노동운동을 억압하는 이러한 국가체제를 은폐

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백일하에 빤히 드러난 사건인데도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를

하고 있다. 이에 맞서 조폐공사 노조는 전면파업으로 민주노총은 전국집회투쟁

으로 맞서고 있다. 저들의 공작으로 한순간에 일터를 잃어버리고 구속된 노동자

들의 한(恨)은 조폐공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이 땅의 노동자·민중이 일

상적으로 당하는 현실이다.

그들은 검찰이나 노동부 등이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처벌하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그렇다!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은 돌연변이처럼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해 온 업무일 뿐이다. 그런데 그 일상적인 업무는 민주사회,

민주국가에서는 하등 필요 없는 일이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탄압하기 위

한 억압기구들이 왜 계속 존재해야 기구들을 아예 해체해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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