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해하기 힘든 노사정위
김호진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이 근로자이사제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다.
그가 이같은 생각을 한데는 근로자의 주인의식을 높여 생산성을 높이고
노사평화를 이루어보자는 배경이 깔려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렇지않아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문제로 노사양측이 팽팽히 대립
하고 있는 시점에서 김위원장이 왜 이러한 정책구상을 밝혔는지 알수 없다.
우선 발상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점은 뒤로 미루더라도 관련부처나 전문가
들간 협의를 거쳐지지도 않은 설익은 문제를 제기해 노사갈등을 부추길 필
요가 있었느냐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물론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기업
들이 근로자의 경영참여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기업의 이사회는 주주총회에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주주총
회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로 구성된다.
그런데 근로자의 주인의식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주주도 아닌 주체가 이사
를 선임할 수 있다면 주식회사의 기본원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며 기업의 주
인인 주주들의 이익은 누가 지켜 준다는 것인가. 노사정위원 회의 구상은
자본주의의 기본틀을 흔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 닐 수 없다.
굳이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이사로 선임하고자 한다면 지금제 도로
도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들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여 그 비율만
큼 자신들의 대표를 이사로 추천하면 되는 것이다.
김위원장은 근로자이사 제도가 도입되면 근로자들의 주인의식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나 이것도 논리의 비약이 무척이나 심한 생각이다
.
기업에서 주주의 이익과 근로자의 이익을 나누어서 생각 하는 발상도 문
제이지만 자신들의 대표가 이사가 됐다고 과연 개개 근 로자들의 주인의식
이 높아진다는 것을 무엇으로 보장할 수 있는가. 우 리는 오히려 경영권 침
해를 둘러싼 기업내 노사갈등만 깊어질 것이라 고 생각한다.
또한 노사정위원회의 발표는 형식면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
노사정 위원회가 왜 생겼으며 왜 필요한가. 그것은 노·사·정간의 갈등
이 생겼을 때 이를 조정하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노사정위
원회가 스스로 어떤 정책을 생산하여 추진하는 기구는 아니다. 비록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지 모르나 그것이 본래의 목적은 아니다. 노사정위원 회가
그렇게 할 바에야 노동부는 왜 존재하는 가. 차라리 노동부를 없 애버리고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관계 업무를 모두 전담하든지.
노사정위원회는 현재 노사간의 첨예한 현안으로 대립되어 있는 전임자 임
금지급을 둘러싼 노사갈등을 해소하는 데 촛점을 두어야 할 것이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정위가 근로자이사제 도입의 필요성을 꼭 느낀다
면 방법을 달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공청회등을 통해 충분 히 전문
가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밝히는 것이 순서다. 노사정위가 스스 로 새로운
쟁점을 만들어 노사간 분란을 초래하는 일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사설>
[출 처] 매일경제
[발 행 일] 1999.12.20
[발 행 처] 매일경제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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