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인물탐방>’운동사회내 가부장성과 권위주의 철폐를 위한 여성활동
가모임’ 대표시삽 김혜경씨
“세상을 바꾸자면서, 왜 자기 주변은 바꾸지 않습니까”
“그래, 맞아. 바로 그거야!”
지난 8월 김혜경 시삽(29·노동정보화사업단 사무국장)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다른 사회단체의 여성활동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무릎을 쳤
다. 그 활동가는 “얼마전 참세상 우먼방에 들어가 봤더니 운동단체내에서
여성차별 문제를 두고 토론이 한창이더라”고 운을 뗐고, 두 사람은 그날부
터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서기로 의기를 투합(?)했다.
8월15일 ‘참세상’에 여성활동가모임(go actwo) CUG를 개설하자, 각 사회
단체에서 일하는 여성활동가들이 몰려 회원이 순식간에 40여명으로 불어났
다. 그리고 지난 11월 여의도 민중대회장에서 ‘운동사회내 가부장성과 권위
주의 철폐를 위한 여성활동가모임’을 정식으로 발족시켰다.
* 우리는 왜 ‘컵’을 깨뜨렸는가
여성활동가모임은 그날 발족식에서 ‘컵깨기’ 행사를 벌였다.
아침에 각자 사무실에 출근하면 컵들이 즐비하다. 손님이 오면 여성활동
가들은 자신의 손님이건 아니건 일단 “차 드실래요?”라고 묻는다. 큰 회의
가 끝나면 탁자엔 사람 수보다 많은 컵들이 남는다.
누가 치울 것인가? 이럴때 여성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고민해야 한다.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세심하게 배려하도록 교육받아 왔고, 남성은 자
기가 맡은 일 외에 하찮은(?) 일에는 신경쓰지 않도록 자라왔죠. ‘가사노동
=여성 몫’이란 등식이 운동단체에서도 완강하게 관철되고 있습니다.”
이것이 “불평등의 컵을 박살내자”는 이들의 선언 배경이다.
올해 중반, 울산여성모임 소식지인 ‘텃밭’에는 충격적인 글이 실렸다. 지
역 모사업장의 노조간부들이 노래방 뒤풀이 자리에서 종종 ‘삐삐아줌마’를
불러서 노는 일이 있다는 것을 폭로한 글이었다. 동시에 성상품화에 무비판
적인 노조간부들의 자성을 촉구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여성활동가들에게 대단히 큰 충격을 주었다. 이에 여성활동가
모임은 즉각 “계급모순은 물론 가부장제와 성차별 철폐에 앞장서야 할 노동
운동 진영에서 성상품화 행위에 가담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당노조와 상
급단체의 공개적인 답변을 요구하면서,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 술자리 중심의 정보유통…남성의 정보 권력독점으로 이어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운동권내에서도 남성에 의한 정보독점이 심
각합니다.”
여성활동가모임이 지적하는 운동단체에서의 가장 핵심적인 성차별이다.
김혜경 시삽은 “조직에서 인정 받으려면 정책·기획 등에서 능력주의가 당
연 우선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잘 하려면 정보를 신속히 확보하는
것이 관건인데, 이상하게도 이런 정보는 남성들 사이에서만 유통이 되고,
결국 정보를 독점한 그들이 우위를 점하게 되지요.”
이들은 술자리에서 주로 이뤄지는 정보유통 관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다. 또한 여성은 결혼 후 가사와 육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로 정보로
부터 더욱 소외되어가고 주변으로 밀려나게 되는 악순환을 거듭한다.
그래서인지 여성활동가모임은 앞으로의 과제 중에서 ‘정보의 가치판단을
누가 어떻게 하는가’ 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 여성 노조간부들 참여 기대
여성활동가모임은 지난 4개월여의 활동을 바탕으로 새천년에는 본격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생각이다. 김혜경 시삽은 “그동안 문제의식들을 충분히 공
유한만큼 실질적인 해결방안들을 찾아나갈 성활동가들의 문제의식을 정리해 백서를 발간하고, 운동권내에서 수시로 벌
어지는 ‘성폭력’ 사례들도 수집해 ‘조직내 민주주의’ 실현에 박차를 가하겠
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여성활동가모임에 참여한 여성 노조간부들은 없다. 여성문제
를 부분적인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회현실이 여성간부들 사이에도 그대로 통
용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 여성들끼리 ‘갈라치기’를 할 수는 없지요. 노동운동과 남
녀평등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어요. 여성노동자들
도 스스로 틀을 깨고, 우리와 함께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 자] 연윤정 기자
[출 처] 매일노동뉴스
[발 행 일] 1999.12.21
[발 행 처] (주)매일노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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