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법으론 “남녀평등” 현실은 “기회차별”

한국 여성에게 지난 100년은 「남존여비(男尊女卑)」의 가부장 이데올로

기에 대한 투쟁의 시대였다. 여성들 스스로 권리회복을 위한 땀과 눈물이

없었다면 오늘만큼의 성(性)평등도 불가능했으리라.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아직도 많은 여성

들이 기회의 차별을 받고 있다. 한국일보는 한국여성단체연합과 공동으로

지난 1세기 동안 한국여성의 권익향상에 기여한 대표적 사건들을 「디딤돌

」로, 반대로 여권신장에 장애가 돼온 것을 「걸림돌」로 각각 5가지씩 선

정했다.

■디딤돌

76년 여행원 「결혼퇴직각서」폐지=『결혼하면 직장을 그만두겠다』 70년

대까지만 해도 여성은 이런 내용의 「결혼퇴직각서」에 서명해야만 은행취

업이 가능했다. 시중은행의 여성노조원들은 이 제도를 『여성의 장기근속

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성차별 행위』로 규정,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의 해인

75년부터 대대적인 연합투쟁을 벌였고, 마침내 76년 제도를 완전 폐지하기

에 이르렀다.

이화여대 여성학강좌= 이화여대가 77년 가을 학부 교양과목으로 여성학강

좌를 신설하면서 페미니즘은 비로소 제도교육 안으로 진입했다. 이 강좌는

82년 3월 이대 대학원에 여성학과(석사과정)를 창설하는데 밑거름이 됐을

뿐 아니라 대학가에 여성학과와 여성학연구소 신설 붐을 일으키는 전기를

마련했다.

제1회 한국여성대회= 84년 여대생 성추행사건을 계기로 11개 여성단체가

세계여성의 날인 85년 3월 8일 「민족·민주·민중과 함께 하는 여성운동

」의 깃발 아래 서울 YWCA강당에 모였다. 개별 단체 차원에서 구심점없이

전개되던 여성운동이 대중 조직운동으로 자리잡게 된 전환점이다.

남녀고용평등법 87년 12월에 제정된 뒤 수차례의 개정을 거쳐 98년 4월에

시행된 남녀고용평등법은 여성의 사회진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법률.

「남녀평등만을 위해 제정된 최초의 단행법률」이라는 의의가 크다. 육아

휴직 및 직장보육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을뿐 아니라 직장내 성희롱

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도 생겼다.

남녀차별금지법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남녀간의 차별을 금지하고 피해자

의 권익을 구제하기 위한 법으로 올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고용, 교

육 등 분야별로 차별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 강력한 제재조치가 없다는 것이 한계이긴 하지만 이 법의 시행으로 여성

의 권익보호 문제는 국가적 과제로 무게를 갖게 됐다.

■걸림돌

호주제 호적상 한 가족의 「법적 주인」을 지정하는 현행 호주제를 여성

계는 봉건적인 부계 혈통주의와 남아선호사상을 존속시키는 상징적 제도로

규정한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여성 차별적인 호주승계 순서로

여자는 남자가 없는 경우에 한해, 아내는 자식이 없을 때만 호주가 될 수

있다.

미해결된 종군위안부 문제 일본군대 위안부는 국가가 기획, 입안해서 경

찰의 통제하에 이루어진 현대판 「성노예제도」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아직도 법적 책임을 부인하며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이라는

민간모금을 통해 정부의 배상책임을 모면하려하고 있다.

성차별 남녀차별금지법의 시행에도 불구, 아직도 우리 사회의 각종 제도

와 관습, 의식은 남성 중심으로 돼 있다. 『이왕이면 날씬하고 예뻐야』『

여 자가 아침부터 재수없게…』 따위의 고정관념이 말해주듯 우리 생활 곳

곳 에는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열악한 모성보호 시스템 대부분의 선진 국가에서는 여성이 임신을 하면

산전후 건강관리, 출산비용 등을 국가가 무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생활보호대상자를 제외한다면 모성보호 비용을 거의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 육아휴직의 제도화나 직장내 보육시설 지원도 미미한

수준이다. 여성의 정치참여제한 OECD에 가입한 우리나라 경제력은 세계

11위. 반면 여성의 정치참여율은 국회의원 3%, 광역의원 5.7%, 5급이상 여

성공무원 2.3%(98년기준)등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여성계는 각급 선거에서

여성을 30% 비율로 공천해줄 것 등 제도적 장치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저 자] 변형섭 기자

[출 처] 한국

[발 행 일] 1999.12.21

[발 행 처] 한국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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