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저소득층실업] 장기실업·무력감·가정파괴…대책시급

한겨레노동교육연구소의 서울지역 저소득층 실업자 실태조사 결 과는 정부

통계로 실업자가 100만명 이하로 떨어지는 등 고용사정 이 나아지고 있지만,

실업의 질은 더욱 나빠지고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우선 전체 조사대상의 무려 62.5%가 1년 이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등

장기실업자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실업기 간이 길어지면 가정생활

의 파괴는 물론, 일할 의욕조차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정부가 시급하게 대 책을 세우지 않으면 내년부터는 저소득층 실업자의

빈민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돼 사회문제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가능성은 실업자들의 심리상태에서도 나타난다. 심리상태에 대한 설

문에 응한 872명 가운데 62.3%가 `심리적으로 무기력함을 느낀다’고 응답했

다. 또 항목별 동의도 조사에선 57.4%가 생활에 `짜증’을 느끼며, 39.6%는 `

삶이 허무하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 다. 공포감에 시달린다는 비율도 31.9%나

됐고, 자살충동을 느끼 는 이도 11.7%에 이르렀다. 실업이 길어지면서 생활비

문제 때문 에 온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이는 무려 83.5%였다.

실직은 자녀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쳐 부모 등으로부터 학대 를 받은 경

험이 있다고 응답한 자녀가 영·유아는 5.5%, 초등학생 11.5%, 청소년 5.9%나

되며, 실직 이후 학대가 시작됐거나 늘어 났다는 응답이 전체의 31.0%에 이르

렀다.

한편, 바람직한 실업정책으로는 조사시점 실업자의 80.6%와 재취 업자의

79.4%가 `일자리 창출’을 꼽았고, `현금지원 등 정부보조 ‘는 실업자의 11.2%,

재취업자의 11.8%만이 선호했다. 정부가 힘 을 쏟고 있는 `직업훈련’을 바람직

한 대책으로 꼽은 이는 각각의 7.2%, 6.5%에 불과했다.

또 정부의 공공근로사업이 저소득층에는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 로 나타났

다. 실직 뒤 생계유지방법에 대한 설문에선 `다른 가구 원의 수입’이 가장 많

은 39.5%, `그동안의 저축’이 15.6%를 차지 했으며, `공공근로사업’이 15.1%로

그 뒤를 이었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은 이 사업이 제한 적이나마

소득보장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했다”며 “하지만 정규 고용의 기회를 막는

부정적인 효과도 적지 않은 만큼 공공근로를 직업훈련과 직업알선체계와 연계

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 99년12월23일19시06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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