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평등권의 승리
마치 남녀 ‘성대결’에 불씨를 댕긴 셈이 됐다. 현역 군필자 취업 가산
점 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얘기다.
이 결정이 나오자마자 남녀로 갈려 찬반 양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양쪽 다 충분히 일리있는 주장들이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말해 헌재의 결정은 옳다. 우선 헌재 결정문의 지적처
럼 현역 군복무가 개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서, 즉
개인의 선택사항이 아니라는 데서 그렇다. 여성이나 장애인처럼 현역 군복
무를 하고싶어도 제도적으로, 또 여건상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평등권을 무
시당한채 취업에서부터 결과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
또 헌재의 결정은 정부당국의 잘못된 제대군인 지원책을 바로잡을 수 있
는 계기가 됐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헌재에 따르면 가산점 제도는 ‘아무
런 재정적 뒷받침 없이’ 여성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으로
현역 군필자를 지원하려는 정책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당국이 현역 군필자라는 특정한 사람들을, 다른 사람들의 ‘
희생’의 댓가로 지원하려는 것은 분명 옳지않다. 그런 뜻에서 은 존중돼야 한다.
다만 역시 헌재도 인정했듯 현역 군필자들에게는 취업 가산점 대신 그에
상응하는 사회정책적 지원을 해줘야 마땅하다. 또 다른 평등권 침해나 기회
균등의 박탈 소지가 없는 한 그 방안은 무엇이든 괜찮다.
이는 위헌 결정 찬성론자들도 수긍해야 할 부분이다. 비록 나라를 지키기
위한 ‘신성한 의무’라지만, 또 자신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해졌다지만
현역 군복무는 시기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개인의 성취에 큰 걸림돌임은 틀림
없다.
그런 만큼 여성을 포함한 비현역 군필자들이 상대적으로 안락한 환경에서
개인적 성취를 위해 노력하는 동안 국가에 헌신한데 대해 걸맞은 ‘보상’
이 있어야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이같은 보상은 현역병들의 사기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특히 우
리 사회에 고질적인 병역기피 풍조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필요하다.
취업 가산점 몇 점 때문에 꼭 현역 입대를 하겠다고 마음먹는 사람이 몇
이나 될까마는 제대를 앞두고 취업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많은 현역병들
에게 취업 가산점은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없어짐으로써 우리 군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역병들의 사기가 떨어질 개연성은 크다.
또 가산점 제도가 있어도 병역기피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에서 제
도 폐지는 입대를 기피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작지만 또 다른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를 덜기 위해서라도 가산점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요구된다.
<사설>
[출 처] 세계
[발 행 일] 1999.12.24
[발 행 처] (주)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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