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뉴밀레니엄>정치논리에 끌려 다니는 노동정책

노사관계는 원칙과 질서가 제대로 지켜질 때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과 질서를 올바로 확립할 책임은 궁극적으로 정부에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의 노동정책을 보면 노사관계의 기본원칙과 법질서를 도

외시한 채 지나치게 정치논리에 끌려 다닌다는 이해할 수 없다.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를 들어 본다.

기업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을 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다.

그리고 이 원칙을 의한 고용조정’이라는 조항(이른바 정리해고제)이다. 이 조항은 본래 지난

97년 3월 3당 합의로 노동관계법을 대폭 개정하는 과정에서 신설됐고,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설립된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 합의로 다소 수정돼

지난해 2월 다시 법제화됐다.

이로부터 약 5개월 후인 지난해 7월 현대자동차에서는 바로 정리해고 문

제로 파업이 일어났다. 당시 현대자동차 사태는 정리해고제가 법제화된 이

후 대규모 사업장에서 일어난 첫번째 정리해고 사례라는 점에서 특별한 심을 끌었다.

현대자동차 파업은 결국 노동부-노사정위원회-국민회의의 합동중재로 타

결됐다. 힘의 논리에 법규정은 실종되고 정치논리가 유일한 해결책으로 등

장한 것이다.

모처럼 법제화된 정리해고제는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꼴이 되고 만

것이다.

일하지 않으면 임금도 없다는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도 시장경제에

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기본질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가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관행화 됐다.

물론 이러한 관행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은 관행을 시정하기 위해서 제정한 것이 바로 노조전임자에게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규정이다.

즉 97년 3월 노동관계법 개정시 ‘노조전임자는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지급

받아서는 안된다’는 조항과 ‘사용자가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처벌한

다’는 조항이 신설된 것이다.

현정부가 출범하자 노동계는 끈질기게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의

삭제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지난 15일 발표된 노사정위원회의 중재안을 보면, 이제 정부는 무

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포기하고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이려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노사정위 중재안의 핵심내용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조항과 처벌조항 모

두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신 유급 전임자의 수에 상한선을 두겠다고 했지만 그나마도 노동계

의 반발에 부딪혀 구체적 내용은 나중에 대통령령으로 정하기로 함으로써

또다시 논란거리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러한 노사정위 중재안이 그대로 법제화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

하다.

즉 노조는 이제 사용자로부터 전임자 임금을 받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

기고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임금지급을 요구할 것이고, 반면 사용자의 입장

에서는 노조의 이런 요구를 뿌리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미 무너져

버린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영원히 안 지켜질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의 노동정책이 지나치게 힘과 정치논리에 끌려 다니면 노사관

계의 앞날은 더욱 암담해질 수밖에 없다. 새 천년이 시작되는 내년부터는

원칙과 질서가 존중되는 새로운 노사문화를 기대해본다.

[저 자] 김대모 중앙대 교수

[출 처] 세계

[발 행 일] 1999.12.24

[발 행 처] (주)세계일보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