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노사정] 노동현안 결국 해 넘기나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로 노동계와 정부, 사용자간 대립이 1 년 내내 계
속되면서 다른 주요 노동현안들에 대해선 논의 한번 제 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한해를 마감하게 됐다.
정부와 한국노총은 지난 6월25일 핵심적인 노동현안 10여가지를 노사정위
원회에서 논의해 이행하기로 합의하고 3기 노사정위를 정상화했지만, 그런 대
로 논의가 이뤄진 것은 노조전임자 임금문 제 하나 뿐이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전임자 문제 못지 않은 주요 현안임에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 은 문제로
는 노동시간 단축과 단체협약 이행 보장방안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두가지는
정부가 올해 안에 법 개정까지 마치겠다고 노동계에 약속한 사항이지만, 노사
정위에서조차 이렇다할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이들 문제에 대한 노-사
간 의견대립이 심하 고 관련 법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새해 들 어서도 쉽게 해결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노동시간 단축문제에 대해 정부는 노·사·정 3자가 제도개 선 방안을
논의해 올해 안에 관련 법을 손질하기로 약속했지만 지 키지 않았다. 민주노총
은 노동시간 단축문제를 당면 핵심과제로 설정하고 관련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선 국 회앞 농성까지 벌이며 법안 처리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애써 신경 을 쓰지 않으려 해왔다.
단체협약 이행보장 방안 또한 노사정위가 전문가토론회를 한차례 연 것을
빼면 거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문제는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현행 노
동관계법의 `단체협약 위반’에 대한 처벌 규 정이 `죄형 법정주의’를 위반하고
있다며 위헌판결을 내림에 따라 제기됐다. 이에 노동계는 단협 위반을 구체적
으로 정의하는 방식 으로 후속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앙 및 지방노동
위원회 에 단협 위반 사업주에 긴급이행을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등
단협 이행 보장장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재계는 아 예 처벌 조항의
삭제를 주장하며 맞섰다.
2002년부터 단위기업에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는 데 따른 제 도 정비도
시급한 과제다. 복수노조가 설립돼 각 노조가 회사에 별도의 단체협상을 요구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제도 적 정비가 시급한 것이다. 일부에선
한 노조에만 `대표교섭권’을 주는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론하고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창구를 단일화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선 거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
다.
사용자단체들은 내심 노조전임자 임금문제보다 이 문제를 더 예 민하게 생
각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내부 의견 차가 복잡하게 얽혀들
수 있다고 보는 탓인지 실질적인 논의를 하 지 않고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 문제도 노동계가 다시 문제제기를 하려고 준비 하는 사안
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예산편성지침’과 관련된 사항이 라 하더라도 가급적
노-사 자율교섭을 보장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리했지만, 최근들어 퇴직금 누
진제 폐지 지침을 공기업에 내려 보내는 등 일관성을 잃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밖에도 △사회안전망 보강 △고용안정 모델 연구 △우리사주제 활성화
방안 등이 내년으로 논의가 미뤄지는 주요 현안들이다.
이렇듯 노동계의 주요 현안들이 논의조차 안되고 내년으로 넘어 가는 데다
임금인상 요구도 내년에는 훨씬 거세질 것으로 보여, 새해 노사관계는 올해보
다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
◐ 99년12월26일19시44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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