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설] 나아지지 않는 인권상황
대한변협이 국민의 정부 출범 첫해의 인권상황을 표현의 자유 등 8개 분야
별로 평가한 ‘98 인권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 는 정부가 사상전향제
도 폐지 등 여러가지 조처를 취했다고 하지 만, 국민 처지에서 보면 매우 미흡
하다고 지적했다. 아쉬운 일이 다. 법무부는 이러한 변협의 인권보고서를 놓고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국제적으로도 지적을 받고 있을 만큼, 우
리나 라의 인권상황이 몹시 열악하다는 사실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아 직도
인권침해 개선할 의지를 새롭게 가다듬을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변협의 인권보고서는 우선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려는 가시 적 움직임
을 보이지 않았을 뿐더러, 국가보안법을 남용하지 않고 엄격하게 적용하겠다
고 한 공언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 했다. 그 보기로 새 정부 출범 첫
8개월간의 국가보안법 위반 구 속자가 310명으로 같은 기간의 김영삼 정부 때
보다 네배나 많다는 것인데, 어제도 불법집회에 참석해 이적표현물을 제작·
배포함으 로써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대학생 2명의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사건에서도 문제는 혐의 내용이 개인의 의사표
현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로 유엔 인권위원회 로부터 폐지 권고를 받은
대표적인 악법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국가보안법의 엄격
한 적용을 말로만 할 게 아 니라 실천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보고서는 이밖에
도 타협적인 준 법서약제도의 시행,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지연, 실업·근로조
건의 악화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두차례의 특별사면에서 과거 정권의
비리 관련자와 헌정 파괴범들이 대거 사면·복권된 반면, 양심수들은 별로 혜
택을 보지 못했다는 지적은 법 정의와 법치 측면에서 절대 되풀이해서는 안될
일이다.
인권은 당연히 보장해야 할 보편적 가치로서 국제적으로도 관심 의 대상이
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동티모르에 군대를 보
낸 것도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국제적인 요구 때문이 아니
었던가. 그럼에도 막상 우리의 인권을 위한 인권법이나 의문사 진상규명특별
법 등을 아직도 제 정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다. 지난해 11월4일부
터 일년 이 훨씬 넘도록 국회 의사당 앞에서 의문사 진상규명특별법 제정 을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천막농성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만 하는 지 답답한 노릇
이다. 인권 관련법 제정을 비롯한 인권상황의 개선 을 다시금 촉구한다.
◐ 99년12월27일21시06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