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노동자, ‘대량학살’로 내몰린다

파견법 발효 2년 앞두고 ‘계약해지’ 위기에 직면

정부, 되레 편법 길터…비정규직 기본권 보호 절실

KBS, SBS, MBC, YTN 등 방송4사의 파견·용역직 운전기사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방송사비정규운전직노조(위원장 주봉희)가 서울시로부터 노조설립필증을 받은 것은 지난 5월31일. 같은 날 KBS에서 계약해지된 파견노동자 차 준씨의 실제 근속기간은 8년4개월에 이른다. 그러나 근로자파견법이 발효된지 2년이 되는 6월30일을 앞두고 이 법에 규정된 ‘직접고용의무조항(제6조3항-2년 기간이 만료된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을 회피하려는 방송사쪽의 압력으로 부당하게 내쫓겼다.

방송사의 이같은 불법 파견사용으로 파견노동자들은 임금 20~30%를 중간착취 당하고, 각종 법정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가 하면 언제 내쫓길지 모르는 고용불안상태에 놓여 있다. 이와 함께 실제 결정권을 쥔 방송사들이 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있어 사실상 노동3권을 박탈당하고 있다.

‘청정원’으로 잘 알려진 대상식품 사내하청노동자들도 지난 4월17일 노조(위원장 정종득)를 결성했다. 그러자 대상식품은 ‘노조가 있으면 일을 맡길 수 없다’며 불법 파견계약을 맺고 위장도급 형태로 운영해오던 성호산업에 대해 5월31일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했다. 대상식품은 6월2일 다른 하청업체인 서울개발과 다시 불법파견계약을 맺는가하면 대상식품사내하청노조의 교섭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노조를 결성해 일자리와 생존권을 지키려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불법부당해고가 판을 치고 있고, 기업주와 용역업자가 결탁해 공공연하게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지난 6월8일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파견노동자 해고중단과 정규직화를 위한 정부의 긴급대책을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오는 7월1일 근로자파견법 시행 2년을 앞두고 사용자들이 파견노동자를 ‘대량학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상의, 경총 등 사용자단체들은 2년으로 제한된 현행 파견기간을 늘리는 법개악을 꾀하고 있다. 정부 또한 노동부지침을 통해 파견업체 교환, 파견노동자 교환, 임시직·일용직·계약직 채용 등 편법을 열어주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근로자파견법이 ‘파견근로자 보호’라는 애초의 입법취지와는 달리 정규직을 파견근로로 갈아치우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이 법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편 사내하청과 위장도급 등 불법 파견근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노동부는 현재 파견노동자를 5만여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1백만 사내하청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불법 파견근로에 해당하는 등 파견노동자는 실제로 80만명을 넘나들고 있다.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에 편승한 사용자들은 파견이 금지된 직접 생산공정 등 광범위한 업종에 계약서는 도급이지만 실제로는 파견근로인 위장도급을 활용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한 전면적인 실태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이밖에도 비정규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정규직화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첫째 현행 기한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은 일시적 결원(1년이내)이나 일시적 업무(6개월이내)로 엄격히 제한해서 허용하고 그 기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학습지교사, 골프장 경기보조원, 생활설계사 등 실제로는 임금노동자임에도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노동자에게 근로자성을 인정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근로기준법에 보장된 모든 권리와 노동3권을 보장하며, 4대 사회보험을 완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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