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사회단체 대표단 방북 뒷얘기
노동자 대표단, 부문별 교류방안협의…전농은 ‘농민대동제’ 제안도
조선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이루어진 남한 민간단체 대표단의 북한방문은 6.15 공동선언 이후 높아가는 전민족적 통일기운을 더욱 북돋는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그 동안 자주적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서온 민간단체들은 이번 방북을 통해 북쪽 민간단체들과 만나 다시 한 번 통일의지를 확인했다. 이번 방북은 북쪽의 정당사회단체연합회의가 초청한 것이어서 앞으로 당국간 교류뿐만 아니라 민간단체 사이의 교류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북녘 동포들은 이번에도 방북대표단에게 최대한의 예우와 환대를 아끼지 않았다. 그들은 정성껏 준비한 성대한 행사를 남녘 동포들 앞에서 떳떳이 보여줬다. 이번 방북길에 올랐던 민주노총 통일위원회 김영제 기획위원은 “남녘의 정당사회단체 인사들과 세계 각지에서 온 수많은 방문객들은 북녘 동포들이 일사불란하게 준비한 명절 행사 모습에 한결같이 놀랐다”면서 “행사 내용에 담긴 자주 평화통일 열망과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위원은 또한 “북쪽은 방북단이 서울로 귀환한 뒤 예전처럼 냉전논리에 입각한 음해와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깊이 우려했다”며 “오해나 불신을 살 수 있는 행사일정을 피해 6·15 남북합의를 지키려는 태도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방북은 10월9일 오전9시 북한의 고려민항 특별기가 김포공항에 착륙했음에도 남한 정부의 인원제한 방침과 부딪히면서 방북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정부에 끈질기게 인원확대를 요구해 방북을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통일이 당국자간 논의에서 그치는 문제가 아니라 민주노총·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의 투쟁과 개입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시킨 것이다.
이번 방북을 계기로 노동자통일대토론회,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말고도 노동자 차원의 교류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민주노총 대표단은 이번 방북에서 각 부문별 교류·협력방안을 협의하기도 했다. 방문단의 일원이었던 건설산업연맹 이용식 위원장은 “북한에 건설업종이 제일 먼저 상륙하는데 건설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힘쓰자”고 제안해 직총 소속 건설업직맹위원장한테서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여성노조연맹 정인숙 위원장은 “남북노동자간 교류에서 여성대표가 꼭 참석해야 한다”고 제기해 북쪽의 확답을 얻어내기도 했다. 전교조 이부영 위원장도 직총 소속 교원직맹쪽에 제안해 교사교류를 추진하기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민주노동당은 10월13일 조선사회민주당 청사를 방문해 “남북의 정단이 6·15 선언 관철과 제정당사회단체민족회의와 남북정당연석회의 성사를 위해 노력하자”고 뜻을 모았다. 민주노동당 최규엽 자주통일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조선사회민주당은 조만식 선생이 창당했으며, 4만명의 당원으로 구성돼 외국 사민당과 교류하고 있다”면서 “이번 방북에서 두 정당간의 만남이 앞으로 남북 정당사회단체회의를 여는데 초석을 놨다”고 평가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경우 북쪽에 농민대동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번에 방북했던 전농의 이종화 정책실장은 “남과 북의 농민들이 서로를 알고 본격적 교류를 위해 대동놀이를 해보자는 것으로 종자교류, 비료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고 박종철 열사는 이번에 부친인 박정기 유가협 대표의 방북으로 김일성종합대학 명예입학과 명예졸업장을 받았다. 70년대 원풍모방 투쟁을 이끌었고 오랜 기간 노동운동에 헌신하다 말기폐암을 선고받은 이옥순씨는 평양친선병원을 방문해 진찰을 받은 뒤 1년치 치료약품을 받기도 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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