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국민임대주택 20만호 건설 및 서민 전월세 지원대책’을 바라보며

정부는 8월 20일 ‘국민임대주택 20만호 건설 및 서민 전월세 지원대책'(이하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내용에 따르면 2003년까지 국민임대주택 20만

가구를 건설하기 위해 국가재정과 국민주택기금에서 4조2천541억원이 추가

지원되고 105만평의 택지가 새로 공급된다. 또한 전월세보증금의 70%까지,

무주택자 전세자금이 6천만원내에서 보증금의 70%까지 확대된다. 지난 7월

부터 시행되고 있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지원범위도 전용면적 18평이하

신축주택에서 전용면적 25.7평 이하로 확대된다.

임대주택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환영할 만한 것이나 택지확보나 재정

마련에 대한 구체성이 결여되었고 하반기 전세란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

다는 지적이 되고 있다. 핵심적인 택지와 재정마련의 구체적 내용은 없는

상태에서 결국 이번 [대책]은 전월세값 폭등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빌려가서 전월세 보증금 내고 계약기간동안 이자내고, 계

약기간 끝나면 갚으라는 것이다. 그것도 전세 3500만원 이하에만 해당이 된

다.

무엇보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주거권’을 보장하고, 우선적으로 주거지원을 해야할 대상 등에 대한

고려없이 단편적인 주택정책, 혹은 주거안정 지원은 사회적 효과를 가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저소득계층에 대한 주거안정대책의 현실은 휘황

한 대책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얼마전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에게 수급

권자가 아닌 가구는 4년후까지 나가라는 통보가 있었다. 대부분 생계보호

대상자 임에도 수급권자에서 탈락한 경우나 차상위계층이 대부분인 영구임

대아파트 비수급권 주민들은 달랑 500만원 보증금을 돌려받고 거리에 나앉

게될 상황이다. 또한 수급권자의 47%를 차지하는 1인가구의 경우 평균급여

가 12만원에 불과함에도 가장 저렴하고 열악한 주거형태라고 할 수 있는 쪽

방의 한 달 월세가 15만원, 수급자들이 주로 사는 영구임대 아파트의 임대

료와 관리비를 합친 액수가 15만원 정도이다. 사정이 이러하여 영구임대 아

파트에 거주하는 일인가구 중에 임대료와 관리비를 연체하는 가구가 많이

생기자 정부는 일인 가구를 임대주택 입주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현재의 전세대란이 아니더라도 주거의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도시개발로

인하여 삶의 자리로부터 쫓겨난 철거민과 협소하고 부실한 환경속에서 억눌

려 살아가는 임대주택 입주자, 그리고 폭등하는 전월세값을 감당하지 못해

삶의 의욕마저 박탈당한 무주택 서민과 무허가지역의 서민들, 토끼몰이로

철거당하는 이주노동자의 숙소와 발조차 뻗을 수 없는 쪽방의 사람들… 소

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불평등하고, 과도한 주거비를 부담해야 하는 사

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생활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

은 더해가고 있다. 노숙자에게 제공되는 임시숙소나 쪽방에서 인간적인 생

활은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계속적인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김대중 대통령이

주재한 「중산층 육성 및 서민생활 향상대책」보고회의와 8.15 경축사의 사

회관계분야 후속조치과정에서 제출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요 추진대책은 일자리 창축과 고용안정 대책, 사회보장체계 강화대책, 중

산·서민층 주거생활안정과 삶의 질 향상대책, 세부담의 형평성 제고와 재

산형성 지원, 농어민 소득증대 및 생활안정 지원 등이다. 이미 감세정책과

주거생활안정대책은 제출되었으며, 중기고용안정대책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도 개선방안 등은 9월중에 마련될 계획이다. 이렇듯 대통령 선거의 공약에

버금가는 [대책]들이 줄줄이 제출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대중정부는 심각한 위기를 맡고 있다. 비정규직·실업의 증대, 분배구조의

불평등 심화, 제2의 IMF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비관적인 경제전망들, 건강보

험 재정파탄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과정의 문제 등 김대중 정부의 사회

정책에 대한 신뢰는 붕괴되었으며 6.15남북 정상회담의 효과는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제출된 [대책]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의지라기 보다는

정권의 위기를 사회보장의 틀로서 은폐하려는 것의 한 표현으로 읽힌다.

즉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사회보장을 통해서 해결, 은폐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보장체계는 허술하기 그지없다.

4대보험 등 보험방식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소득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노동시장 유연화의 희생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나 실업자의 경우 보험방식에

포함되기 어렵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역시 엄격한 수급조건을 더욱

강화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오히려 건강보험 등

현 재정문제의 원인이 국고지원에 있음에도 국민의 부담을 증대함으로 문제

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실업노동자와 저소득계층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이다. 안정

적일 일자리와 이에 따른 소득이 기타 주거, 의료, 교육의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처럼 주거비용이 생활비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주거가 모든 사람의 권리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투지가 재산증식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에 있어서도 빈익

빈 부익부의 현상이 드러나는 상황에서, 공교육이 사교육에게 자리를 내놓

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미 주거의 빈곤, 의료의 빈곤, 교육의 빈곤은 가속화

될 것이다.

하기에 정부의 이러저러한 [대책]들을 바라보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대책]인지 더욱 의심스러워 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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