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임에도 밥집이며 술집들이 한가롭기 그지없다. 인쇄산업의 메카인 충무로 거리가 텅비어 있는 이 낯선 풍경들이 우리를 우울하게 한다. 이제는 이 을씨년스러움이 자연스러운 지경이니,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왜 활기넘치던 인쇄골목에 적막과 절망의 기운만 흐르는 것인가?
인쇄관련 신문을 보니 상반기 인쇄물 수주량이 작년 대비 40% 수준이고, 매년 수주량이 30% 이상씩 감소하고 있다. 그러니 충무로 사람들 모두 죽을 맛이라 한탄들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침체국면으로 빠져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간략하게 두가지만 말하고 싶다. 하나는 온라인으로 대표되는 사회적 환경 변화다. 기업 홍보나 상품광고가 온라인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쇄산업의 기술이 혁명적으로 변화하는데 따른 결과다. 수작업에 의존하던 직종들이 첨단화된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제판공정이 사라져 버렸다. 과학기술의 진보가 대대적인 고용파괴로 귀결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대로 당하고만 있어야 하는가?
대대적 고용파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어느 곳에서도 구체적인 대응방향을 못 잡고 있다. 인쇄노조에서도 몇 년 전부터 고민을 하고 있지만 아직 적극적인 실천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근로기준법의 사문화에 따른 열악한 노동현실이 엄존해 있는데, 답답한 심경일 뿐이다.
12시간 맞교대를 8시간 3교대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현실과 괴리된 관념적 급진주의자의 허튼소리 정도로 폄하되는 현실이다. 다수의 인쇄 노동자들이 2교대를 하고 있다. 임금총액에서 초과근로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40% 정도 되다 보니 울며겨자먹기식으로 12시간 맞교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3교대를 말하면 곧바로 나오는 말들이 임금손실분을 보전해줄꺼냐다. 활동가들조차도 자본의 지불능력 운운하며 시기상조를 주장하는 판이다.
노동시간이 대폭 단축되지 않는 한, 인쇄 노동자들의 미래는 절망의 나락뿐이다. 대대적인 고용파괴와 그로 인한 인쇄 노동자의 삶이 무너져 내리는 현실을 혁파하려면 지금 당장 토론하고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안일한 상황인식과 관성화되는 일상활동을 재점검하고 인쇄 노동자들 스스로를 투쟁의 주체로 세워내는 대장정에 돌입하자.
인쇄 노동자들에게 놓인 이 엄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다시 한번 투쟁의 머리띠를 바짝 매고 달려가자. 인쇄 노동자의 희망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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