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록]
<르몽드 디플로마띠끄> 1998년 2월호
금융공황은 과잉생산 위기의 표면현상이다
세계는 지금 디플레이션을 향해 나가고 있다!
태국에서 바트화의 가치(환율)가 붕괴되면서 금융위기가 시작되고 이것이
아시아 여러 나라로 퍼져나간 지 벌써 일곱달 이상이 지났다. 국제통화기금
(IMF)은 이러한 사태가 도래할 줄 예견할 능력조차 지니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중대임무를 부여받았다. 이 폭풍우를 제어해 보라는 임무
를! 그러나 현재까지로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전례없는 거액의 자금
이 동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그렇다. 이 지역 나라들의 통화가치는
안정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
과 그로 인해 그의 정치적 지위가 추락함으로써 이 불안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사태는 달러(가치)의 후퇴를 야기했던 것이다.
그 유명한 “아시아의 호랑이들”은, 그 가운데서도 특히 한국은, 금후부터
국제통화기금(IMF)이 가장 가난한 아프리카 나라들에게 적용했던 것과 똑같
은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 구조조정
이 필수적으로 수반하는 현상인 대량해고, 기업 폐쇄, 고통과 불행의 폭증
이 초래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사회적 갈등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불안정도 생겨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
다. 이러한 정치적 불안정은 이들 나라들 가운데서도 특히 인도네시아를 강
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이 이들 나라들에게 강요되고 있는 정책은 실패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실패 가능성은 무엇보다 먼저 현 사태에 대해 과학
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오류에서 기인하고 있다. 현재의 금융위기는 과잉
생산 위기의 가장 극적이 측면일 따름이다. 이 위기는 또 세계적인 범위의
디플레이션 및 재정 금융상의 긴축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것들이 수
요를 꽉 조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침체의 늪으로 빠질 위험성을 피하기 위해서는―다른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소비에 새 활기를 불어넣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
고 이를 위해서는 통화주의자들의 정통교리―대중의 구매력을 억제하라는―
와는 정반대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는 계층 사람들의 구매력을 제고시켜
야 할 것이다.
프랑스와 셰내(Francois Chesnais)*
* 파리 제13대학 교수, ‘자본의 세계화'(La Mondialization du capital),
Syros, Paris, 1997의 저자이다.
1997년 7월부터 사람들은 경제위기의 국제적 파급–거의 “화학적으로 순수한”
것에 가까운–을 목격하고 있다. 이 위기는 처음에는 얼핏 보아서 별로 중요하
지 않게 보이던 화심(火心)―태국―에서 시작되었으나 그 후 한 주일이 다르게
확산되었다. 이렇게 해서 확산된 사태는 마치 화재가 여러 개의 화심을 가지고
동시에 타오르는 것과 같은 양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불길은 마침내 한국을
침범했다. 나아가 불길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곧장 뻗어나가서 중국과 홍콩뿐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까지 혀를 낼름거리며 위협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불길은
이제 마치 자동추진 장치가 달린 기계가 작동하듯이 전 세계를 향해 자동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불길은 금융 시스템―특히 은행의―에 취약성이 아주 심한 나라들부터 골
라서 덮쳤다. 그리고 앞으로도 역시 그러할 것이고, 또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이러한 양상은 세계화되고 금융에 의해 지배되는 오늘날의 자본축적 체제에 고
유한 현상이다. 그렇지 않고는 달리 설명할 수 없다.*주1) 이번 사태를 통해 사
람들이 새삼 확인할 수 있었듯이 공황은 자기 고유의 역동성(dynamics)을 가지
고 있다. 즉 공황의 전파운동은 그것이 멀리 퍼져나가면 나갈수록 가속도가 붙
는 속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 공황은 극히 파국적인 양상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주2)
*주1) {{이 점에 관해서는 ‘자본의 세계화'(La Mondialization du capital)
최근 수정 증보판, Syros, 파리, 1997을 참조하시오..}}
*주2) {{프랑소와 셰네가 감수(監修)한 ‘금융의 세계화'(La Mondialization
financiere), Syros, 파리, 1997을 읽으시오.}}
하지만 금번 위기는 오늘날의 (신제국주의적) 축적체제에 흔히 있는 금융공황
이라고 보기에는 그 파국의 정도가 매우 심대하다. 그래서 외관상으로는 금융공
황이지만, 그렇게만 보여지지 않고 금융이라는 표면 아래에 있는 경제 총체를
가로지르는 공황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즉 이 금융위기는 워낙 심대하여 기업이
생산물을 판매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또 수익성 목표치―생산활동 부문의
(금융부문이 아닌) 투자에 있어서 이 수치는 대체로 고정되어 있는데―에 도달
하기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그럼으로 인해서 지난 10여 년
동안을 거치면서 금융 투자가들―특히 미국의―에게 익숙해져 있는 금융투자 수
익률 수준을 만족시키기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선진공업 7개국(G7)과 국제통화기금은 이렇게 경제침체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이 메커니즘에 제동을 걸기 위해 행동할 의지가 없다. 게다가 그렇게 행동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노동이 완전히 “유연화”됨으로써 노동자들에게 지불되는 임
금총액이 줄어들어 있듯이 실업율은 매우 높아져 있다. 이로 인해서 전 세계적
으로 유효수요가 만성적으로 부족하다. 그리고 디플레이션(수요 부족으로 인한
경기침체 : 역주)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 디플레이션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금융과 임금에 대한 규제완화 및 자유화 정책과 세계체제의 강대국
들이 자기들 나라에서 실시했고 이 최강대국들이 전 세계의 여타 나라들에게 강
요하고 있는 이른바 “국가의 후퇴”(retrait de l’etat) 정책이 가져온 귀결이
다. 이들은 혀 없다. 지배적인 담론은 심지어 현재의 난리를 “서기 2천년대의 경제”로 진입
하기 위해 지불해야 할 필요경비라고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세계화된 경제를 미화하는 아첨꾼들이 요즈음 “발견해 낸 것”들 중의 하나로
서 거대한 자본 흐름의 “잘못 사용”이라는 말이 있다. 이 아첨꾼들은 이것이 문
제라는 것이다. 즉 동아시아 나라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 이 지역으로 거대한
자본이 이동하는 것으로부터 혜택을 받았는데, 거대한 규모로 이동해 온 이 자
본을 이들 나라들이 “잘못 사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과연 이치에 맞
는가?
자본은 분명히 (이 나라들의 경제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 역주) 수익률 수
준이라는 최고의 기준에 따라 이 지역으로 몰려들었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
금 자본은 “잘못투자”―자본은 말이 투자이지 해당 나라들의 토착 은행들에 대
한 대부 또는 금융시장에 대한 예치(placement)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서 (즉 생
산에 직접 투자되지 않고 있어서 : 역주) 잘못 투자하고 말고 할 것이 없는데―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그같은 금융투기들을 할 때 고려했어야 할 관련 사실들은 기지(旣知)
의 사항으로서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즉 이들 나라들에서는 이미 비
대해져 있는 금융기관들이 도가 지나치리만큼 난폭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었다는
것, 부동산에 과도하게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 농민들의 삶의 조건과
더불어 자연환경에도 파괴적인 작용을 미치면서 광적인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거
대한 농-공업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 판로 확보의 가능성을 검토하지
도 않고 공업이 확장되고 있었다는 것 등은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이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국제 금융자본은 거대한 규모로 이 지역에 이동하여 투
기적으로 돈놀이를 했던 것이다. 그들이 제공한 자본을 이들 나라가 잘못 사용
한 것이 아니라, 이들 나라에 과잉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도 오로지
높은 금융이익 획득을 노리고서 토착 은행들에게 돈을 마구 빌려주고 증권시장
에 돈을 대주고 했던 것이다: 역주)
암에 걸린 성장
사정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금융자본 가운데 그 누구도 돈을 대주면서 까다
롭게 굴지 않았다. 동아시아는 1990년대 동안 전 세계에 걸쳐서 볼 때 경제성장
이 이루어지고, 그래서 높은 투자수익율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유일한―미국을
제외하고는―지역이었다. 실물부문의 투자에 있어서나 금융부문의 투자에 있어
서나 공히 그러했다.
이렇게 투자기회가 부족한 상황이었으므로 초국적 자본은 사적 소유 체제의
예의범절에 따라 G7 나라들의 이해관계가 중대하게 침해되지 않는 한 있는 그대
로의 토착 정치권력과 손을 잡으려 했으며 특히 효율적으로 “질서”를 확보하고
노동자들에게 극도의 저임금을 부과할 줄 알면 전폭적으로 그것과 손을 잡으려
했다. 그래서 초국적 자본은 부패, 자금의 횡령 및 자본의 “오용” 등 정치 붕당
주의(clientelism로 인해 초래되는 모든 부정적인 것들에 눈을 감았다.
지난 10여 년 이상의 기간 동안 진정으로 투기가 벌어졌던 것은 외환시장의
사정을 상대로 해서라기보다는 이같은 상황(부패 독재 정치와 초과착취 억압에
의한 경제성장 : 역주)이 영속될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서였다. 금융 투자자들
은, 자신들의 직업 그 자체로부터 비롯되고 있는 능력으로 인해서, 그같은 상황
이 영속될 수 없다는 것을 가장 잘 간파하고 있었다. 즉 아시아의 소국의 경제
들은 자국 화폐의 가치를 달러에 고정시켜 놓고서 자국의 수출을 계속 늘려갈
수 없다는 것을 금융 투자자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치
상으로 볼 때 당연하게도 동아시아 나라들의 통화는 불가피하게 평가절하될 수
밖에 없으리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관리하고 있던 자본의 가치를 보존하고, 더 많은 이득을 남
기고자 하는 방향에서 행동했다. 나아가 금융자산의 가치가 어떻게 변동할 지에
대해 예상되는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서 어떠한 경우가 되더라도 자신들이 안
전하게 챙길 수 있는 순이윤(손해와 이익을 합산한)이 최대가 되게 하는 방향에
서 처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에 의해 지배되고 그것에 의해 암에 걸린 아시아의 경
제성장은, 한동안은 지속될 수 있었다. 이 기간을 짧아지게 만든 것은 1996년
중반부터 시작된 길고 강한 고(高)달러였다. 태국을 시발점으로 해서 급속히 인
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버마, 필리핀 및 싱가포르 등의 나라들로 하여금 자국의
통화를 더이상 초록색 지폐(즉 달러)에 고정시켜 놓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은
바로 이 고달러였다. 달러가치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이것에 고정되어 나라들의 통화가치가 자동적으로 높아짐으로 인해서 이들 나라의 무역수지가 점
점 더 급속히, 그리고 심각하게 적자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고정환율은 이들 나라들이 “신흥” 금융시장으로서의 지위를 인정받
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다. 또 채권의(민간 또는 공공의) 획득이나 토착의 은행들
이 발행한 주식의 획득을 통해서 손쉽게 잉여가치를 얻고자 초국적 금융자본이
이 지역으로 몰려들게 한 것도 바로 이 고정환율이라는 조건이었다(그러므로 이
고정환율이 무너지면서 초국적 금융자본은 썰물처럼 이 지역에서 었다. : 역주).
이 지역의 기업들은 노동력에 대하여 무자비하게 착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
한 초과착취만 가지고는 이 나라들의 취약한 생산성을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못
하다. 달러 가치가 5.30프랑인 상태에서 수출하는 것과 6프랑을 넘을 때에 수출
하는 것은 사정이 완전히 딴판이다. 그래서 이들 나라들은 극복할 수 없는 난관
에 직면하게 되었다. 즉 부박한 초국적 금융자본의 도주를 방지하기 위해 그들
을 만족시킬 조건을 충족시키고자 하면 할수록(즉 고정환율을 유지하고자 하면
할수록 : 역주) 수출을 유지.확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생
산물 가운데 해외시장에서 소화시켜야 할 부분은 말레이시아의 경우 79%, 태국
의 경우 29%, 한국의 경우 27%, 필리핀의 경우 25%에 이르고 있다.
한국 문제에까지 이르게 되면, 위기는 ‘아시아의 위기’이기를 멈추고 바야흐
로 ‘세계의 위기’로 전환된다. 이렇게 ‘세계의 경제위기’로 되는 과정에는 세
개의 전동(전파) 메커니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첫째의 메커니즘은 산업 부문을 중심점으로 하는 전파 메커니즘이다. 위기가
발생하면 기업들은, 비록 아직 파산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은 기업들에서까지도,
그 시점부터 자신들의 경영활동을 극심하게 축소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또
구조를 재편하고 인원을 대폭 삭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국제통화기금이 강
요하는 구조조정 조치는 나선형적으로 진행되는 경기후퇴 과정을 더욱 악화시키
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이러한 경기후퇴는 서로 교역을 하고 있던 여러 나라들을 동시적으로 경
기후퇴로 몰아넣고 있다. 그리고 이미 지역내의 수출을 붕괴로 몰아갔으며, 아
시아 각 나라의 수출업자들로 하여금 미친듯이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판로를 찾
아서 나서도록 만들었다.
이 첫번째 메커니즘은 일차산품 분야에서―일차산품 분야에서는 이 사태가 발
생하기 전에 이미 시세의 하락이 시작되고 있었는데―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운동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미 점점 더 많은 산업 분야들에게 경기를
침체시키는 충격을 가하고 있다.
둘째의 메커니즘은 국제 신용체계(시스템)를 통한 전파 메커니즘이다. 이 메
커니즘은 이 지역의 기업집단이나 금융기관들에게 극히 거액의, 그리고 극히 위
험도가 높은 대부를 행한 초국적 은행들과 관계가 있다. 적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 불량대부의 비중을 가중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
다.
그런데, 아시아 나라들에서 누적되고 있는 방대한 규모의 부채는 민간 경제주
체들과 기업체들 및 특히 은행들의 소행이다. 그리고 은행이 지고 있는 부채는
지금(각기 고립적으로 향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 역주) 채권과 채무가 서로
물고물려서 이루어진 긴 연쇄고리–연쇄의 상류쪽에 있어서나 하류쪽에 있어서
나 공히–의 한 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채권.채무의 긴 연쇄는 이 연
쇄에 함께하는 금융기관들의 변제(채무를 갚을) 가능성과 재융자(채무를 연장받
을 수 있는) 가능성에 의해서만 계속 유지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재융자가 불
가피하게 되고 있다.(채무자들의 변제 가능성이 없으므로 인해서)(그리고 이것
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 연쇄에 얽혀 있는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 역주)
반면에 이 지역에서는 공공부문의 적자는 극히 미미하다. 이 지역의 정부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나라들의 경우에 비하면 사회복지 지출에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흔히 이야기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로, 금융의 세계화는 “빚으로 굴러가는
경제”―1975년 이래 그토록 문제가 되어 왔던―를 끝내게 만들지 않았다. 금융
의 세계화는 자금 제공수단을 다양화함으로써 빚을 지고 있는 경제에 전례없는
급성장을 가져다 주기까지 했다. 자유화, 탈규제, 그리고 시장의 자율조절 능력
이라는 이데올로기는 세계화하는 금융에 대해 통화당국이 감독하거나 평가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특히나 이런 사정으로 인해서 이른바 ‘장부
외 거래'(hors-bilan)라는 관행이 보다 거대한 규모로 발전하게 되었다.*주) 구
식 학파의 은행가들―1929년에 뒤이어 일어난 은행 파산을 실제로 경험했던 사
람들인―은 불안불안해하면서 이러한 거품경기의 상승세를 뒤따랐다.
*주) {{“장부외 거래”(hors bilan)란 “통계적 및 금융적 추리의 이용”(자끄
레니에르, ‘새로운 금융 상품'(Les Nouveaux produits financiers), La
D’ecouverte, coll. ‘Reperes’, 파리, 1988)에 상당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위험
성 높은 투기거래를 하는 것을 말한다. 파생금융상품 시장에 대한 거래–이것이
베어링스 은행을 파산으로 몰아넣었었는데–이러한 “장부외 거래”의 일 부분이
다. 고위험도 대부의 대부분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런 거래는 대부를 하는 당
시에는 은행의 장부상에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거래들이 회수불능 거래임
이 분명해지면, 그 때부터 자신의 채무에 더해진다.}}
아시아 금융공황이 개시된 이래 공황에 휩쓸린 나라들의 은행 및 기업집단이
지고 있는 부채총액은 매주마다 재평가되어 갱신 발표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대외 부채총액은 1997년 11월 중순 200억 달러로 발표되더니 12월 초 국제통화
기금과 구조조정 협약을 체결하던 시점에는 1,000억 달러로 수정 발표되었다.
그리고 서울 당국이 국제통화기금과 국제통화기금 주요 가맹국들에게 초긴급으
로 자금동결 해제를 호소하지 않을 수 없었던 크리스마스 직후에는 그 액수가
2,000억 달러로 뛰어올랐다. 인도네시아의 경우로 말하면 외채총액 평가치는 두
달 사이에 4배로 커졌다.
위기가 전파되는 메커니즘의 세번째는 주식시장을 통한 전파 메커니즘이다.
이 메커니즘은 중권의 교환가격과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증권으로는 주식시장
에 상장되어 있는 기업 및 은행의 소유권 증서들(주권)과 더불어 채권을 거래하
는 2부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공채 및 회사채가 있다. 그리고 재무성 공채와 여
타 공공부채 증서들이 이것들의 초석을 이루고 있다.
시세평가는 원래 부화뇌동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부화뇌동적 성격은
공황의 전염현상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이런 연유로 해서 세계 어느 곳에서
든지 중대한 또는 대규모적인 ‘팔자’ 주문이 있게 되면, 특히 팔려는 증권이 구
매자를 찾기 힘들게 되는 경우에는, 지구촌 전체의 금융거래소 모두에서 한꺼번
에 “나쁜 소식”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한가지 요소만으로서도 어느 대륙이건,
나아가 어느 나라건 자신은 경제위기―이 위기는 국제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데 위기가 이처럼 국제적 성격을 지니는 것은 세계경제의 통일성 및 위에서 말
한 두 개의 메커니즘의 동시적 작동과 관련이 있다―에 대해 단지 구경꾼일 뿐
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불허한다.
위협받고 있는 한국
위에서 말한 첫번째 메커니즘과 두번째 메커니즘이 긴밀하게 상호 조율됨으로
써 그 결과가 가장 선명하고도 엄중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이 다름아닌 한국이
다. 한국은 금융공황을 맞이한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달리 산업적 기반이
튼튼하다. 이 나라 경제는 세계에서 열두번째의 산업을 그 기반으로 지니고 있
다. 반면 이 지역 나라들의 대부분―모두가 비대한 금융 시스템을 지니고 있는
데―은 저임금 산업 및 광물 또는 농산물 생산을 그 특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997년도의 예측에 의하면 한국의 국민총생산(GNP)은 98년에는
1.3% 감소할 예정이며, 실업자수는 3백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
자 해체 위협을 받고 있는 거대재벌들은 수출을 배가하는 노력으로써 이 위기에
대응하고자 하고 있다. 재벌들은 필요한 경우에는 과점적 경쟁자들의 불문률(가
격경쟁을 하지 않고 비가격 경쟁을 하는 것 : 역주)을 더 이상 존중하지 않고
있으며 무자비한 가격전쟁―원화의 대폭적인 평가절하는 이 전쟁을 조장할 것인
데―을 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의 기업들 또는 한국과 동일한 질과
종류의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세계 여타의 기업들이 이 전쟁의 첫번째 희생
자가 될 것이다.
한국의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회수불확실 채권의 대부분은 재벌 기업들에게
제공된 여신들이다. 이에서 불 수 있듯이 이 나라 은행들이 지니고 있는 회수
불가능한 채권은 출구(판로)를 찾고 있는 증강된 생산능력의 금융적 얼굴―이런
이유로 해외 금융기관들의 호의에 의거해서 이 나라 은행들의 외채를 재구성하
는 것이 절대적으로 요청되고 있는데―이외의 다른 아무것도 아니다. 이 과잉
생산능력은 장기적으로 사용되지 못할 경우 결국 자본이 폐기되는 것을 뜻하게
된다.
한편 지난 1997년 12월 말 국제통화기금이 강요한 협약 이후 미국계 및 유럽
계 산업복합체들은 한국의 기업들을 매수할 길이 크게 열렸다. 하지만 인수 예
상자들은 지금 당장으로는 서두르지 않고 있다. 과잉 산업부문에서 1/3 정도에 이르는데―의 일부분은 해체되어야 할 운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한국의 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채권(여신)은 영
원히 공중으로 날아가버릴 것이다. 한국의 은행들로 하여금 지난 크리스마스 전
날에 자신들이 지고 있는 대외 부채의 일부분에 대해 지불유예(모라토리엄)를
선언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는데―즉 정중하게 채권자들에게 자신들이 지고 있는
빚을 어쩌면 갚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통고하면서―이르게 만든 것은 바로 이
러한 상황이었다.
이번 공황이 있기 이전, 홍콩과 싱가포르를 망라한 아시아 “신흥” 금융시장은
주식시장의 면에서 전 세계 증권거래 가액의 겨우 9%미만을 차지했을 뿐이다.
그런데 시세가 붕락하고 투자가들이 철수하면서 이 신흥 금융시장은 재난상태에
처하고 말았다. 그렇건만 시세의 경미한 반등들이 금융관련 신문들로부터 열광
적으로 환영받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이 선언하고 또 강구
하는 조치들은 주식투자가들의 불안감을 가라앉히는 것과 지구촌의 모든 증권거
래소들에게 옮겨붙는 것을 억제하는 것을 공공연히 그 목표로 삼고 있다.(즉 과
잉생산 공황에 따른 금융공황이라는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임시방편만 취하
고 있는 것이다. : 역주)
이렇게 해서 국제통화기금이 취하는 조치들의 제1열에는 항상 “시장”의 마음
에 들게 하는 조치들이 등장하게 된다. 즉 민간부문에서는 재구조화, 해고와 저
임금이 그것이다. 이들 나라에서 임금은 그동안 조금밖에 증가될 수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되고 있다! 그리고 국가 측에서는 예산의 긴축과 대단위 프로
젝트의 취소 또는 연기가 그것이다. 요컨대 국내 및 국제무역 활동을 축소시키
는 움직임을 가속화하는 데 필요한 것들과 경기침체 및 디플레이션 움직임을 재
촉하는 데 필요한 것들이 공황대책으로 취해지고 있는 것이다!
아시아의 경기침체는 필연적으로 월가에 상장되어 있는 거대 그룹들의 다음번
분기의 영업성적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리고 이미 심하게 과대평가되어 있는
증권시장에 거대 그룹들의 영업성적의 저조가 가져올 수 있는 모든 위험들(주가
의 급락과 같은 : 역주)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
아시아 은행들이 필요로 하는 재구조화가 이루어지고 정상적인 대부활동이 재
확립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으로서는 신용제공을 축소시키고, 기업의 파산을 가속화시키며, 실업을 증가시
키고 있다.
이러한 재구조화의 목표는 신용제공의 연쇄가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고, 이 파
열이 G7 나라들―그 정점에 일본이 있다―의 은행 시스템에까지 옮겨붙지 않게
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리고 민간은행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또 공
공 자금을 대규모로 투입함으로써 “손실의 사회화”가 전례없는 규모로 이루어지
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자금을 빌려주고 있는 나라들의 선민(選民)들의 돈 주머니가
줄어들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일이 동의를 얻으려면, 미국의 경우
에서 볼 수 있듯이, 정부가 국제통화기금에 기여금을 증액하는 것을 필요로 한
다.*주)
*주) {{“투자가들을 위한 사회주의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말
라”,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 1997년 12월 31일자를 읽으시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처리해 나가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런 식의 일처리는 그와 더불어 “구조”계획의 수혜자 측으로 볼 때에는 필요한
구조금 액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귀결된다.
구조가 이처럼 완만함으로 인하여, 그리고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의 위기의
새로운 전개로 인하여, 한국의 은행들에게 제공되어 있는 부채를 재배열하는 문
제는 의문의 여지없이 위의 두나라의 경우에까지 확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두가지의 중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이 문제들에 대해서 미국의 언론들은
마치 강조하는 체만 하고 있다.
첫째 문제는 사실상의 채무불이행 상황이 증가되는 문제이다. 즉 채무를 진
기업들이 단지 자신의 부채를 확인(공인)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의해서, 그리고
은행이나 기업들이 파산함으로써 해외 채권자들로 하여금 빚을 받아낼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만듦으로써, 사실상의 채무불이행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
이다.*주)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토착은행들의 빚 가운데 채권-채무관계의 구체
적인 개개 당사자들과 상환조건을 교섭해서 채권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부
분은, 매우 규모가 크고 대개 회수불능인 여신 계약의 단지 일부분을 구성할 뿐
이라는 것이다.(이런 이유로 해서 기업이 연쇄 파산함에 따라 토착은행들도 파
산할 수밖에 없게 된다 : 역주)
*주) {{“시장의 소란이 럴드 트리뷴, 1998년 1월 8일자를 읽으시오.}}
두번째 문제는 G7 나라들의 상업은행들이 만기를 재배열한 신용들에 대해 회
수가 의심스러운 채권이라고 공시(公示)하는 데 따르는 문제이다.*주) 만약 이
러한 의무가 미국의 은행들에게 부과된다면, 월스트리트에 상장되어 있는 그 은
행들의 주식 시세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될 것인가? 그것은 미국 은행들보다
휠씬 많이 한국에 대부를 하고 있는 일본과 유럽의 은행들에게로 확산되지 않을
것인가? 그리고 그들의 대차대조표에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채무불이행
을 특히 일본쪽으로 확산시킬 위험성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주) {{“미국의 규제자들이 한국에 대한 대부를 위험도가 더 높아지게 만들
것이다”,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 1998년 1월 10일∼11일자를 읽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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