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위한 ‘사회적 교섭 추진’ 안건을 임시대의원대회에 올렸지만, 표결을 앞두고 대의원들이 대거 자리를 떠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도부는 사회적 교섭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지만, 대의원대회에서는 충분한 현장 토론 없이 경사노위 참여를 서두르고 있다는 비판과 정부·사용자에 기울어진 교섭 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 많아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 민주노총

민주노총은 7일 킨텍스에서 제85차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사회적 교섭 추진 건’을 단일 안건으로 심의했다. 안건은 △합의제 운영 △산별노조 참여 보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명칭 변경 등 3대 원칙을 정부와 합의한 뒤 경사노위에 참여해 법·제도적 절차를 밟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찬반 토론 이후 대의원들의 이석이 이어지면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재적 대의원 약 1,766명 가운데 1,100여 명이 참가 등록했지만, 오후 4시 30분께 의결 정족수 787명에 90여 명이 부족해 대회가 유회됐다고 밝혔다.

이날 대의원대회에서는 시작부터 이미 민주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메가특구법 원포인트 사회적 교섭 자체를 중단해야 한다는 긴급안건이 제안되는 등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김미옥 금속노조 현대글로비스지회 지회장은 제안 설명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올해안으로 메가특구법을 통과하겠다는 시안을 못 박고 전격전을 벌이고 있다”며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면 이미 한 편인 사용자와 정부에 들러리가 될 것이 뻔하고 메가특구법에 반대할 명분도 투쟁의 시기도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건채택은 과반수의 찬성을 받지 못해 부결됐다.

출처: 민주노총

이날 토론에서는 사회적 대화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현재 제시된 조건만으로 경사노위 참여를 결정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반론이 이어졌다. 한 대의원은 불리한 교섭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참여부터 결정할 것이 아니라, 노동계가 힘을 갖고 교섭할 수 있는 조건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대 의견의 핵심은 ‘대화를 할 것인가’보다 ‘어떤 힘과 조건을 갖고 대화할 것인가’에 가까웠다. 사회적 교섭이 정부 정책에 노동계가 참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보다, 현장 조직력과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정부가 정한 틀 안에서 노동계가 끌려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였다.

찬성 의견도 맞섰다. 사회적 교섭을 지지한 대의원들은 민주노총이 투쟁을 통해 노동정책을 바꿔 왔지만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는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며,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별 기업과의 교섭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산업전환이나 노동법·제도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정부가 참여하는 교섭 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표결 직전 많은 대의원들이 자리를 떠났다. 출처: 민주노총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 뒤 기자회견에서 “이석한 대의원들이 퇴장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동시에 “끝까지 자리를 지킨 대의원들 역시 사회적 교섭 추진 필요성을 드러냈다”며 이번 결과를 단순히 반대 의견의 승리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날 유회는 지도부가 추진해 온 사회적 교섭 방침에 내부 제동이 걸렸다는 의미가 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조합원 설문조사에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높았다는 점을 근거로 추진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사회적 대화 일반에 대한 찬성과 현재 제시된 조건 아래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문제는 별개의 판단이라는 점이 이번 대의원대회에서 확인됐다. 민주노총도 이번 유회가 조합원 전체의 뜻을 그대로 반영한 것인지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뒤 중앙 단위 노사정 기구에 공식 참여하지 않고 있다. 2019년에도 경사노위 참여를 놓고 대의원대회에서 장시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에도 참여 여부를 표결로 결정하려 했지만 같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양 위원장은 사회적 교섭 논의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논의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노총이 어렵고 신중하게 논의해 가는 과정인 만큼, 정부도 전향적인 자세로 현장의 우려와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안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내부 논의를 거쳐 향후 방침을 다시 정하기로 했다.

출처: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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